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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1 19:22 수정 : 2010.06.01 15:04

전어구이(왼쪽 사진)와 전어회.

[매거진 esc] 예종석의 신도문대작 | 전어

가을에 전어처럼 각광을 받는 생선이 있을까. 언제부턴가 영광스럽게도 계절 이름과 짝을 이룬 ‘가을 전어’라는 별호가 그렇고,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전어축제는 감히 다른 생선은 꿈도 꾸지 못할 호사가 아닌가 말이다.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이라거나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집에 돌아온다”는 옛말이 쉽게 요즘 사람들 입에 회자될 정도면 그 인기는 가히 절정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실 전어는 <도문대작>에 등장하지 않는다. 허균이 전어를 몰랐을 리 없었을 텐데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았거나 너무 흔한 생선이라 간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이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그 이후의 <자산어보>에는 전어가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 등지에서 많이 나며 기름이 많고 달콤한 생선으로 기록되어 있다. 전어를 한자로는 錢魚라고 쓰는데 서유구의 <난호어목지>는 맛이 너무 좋아 사 먹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옛 문헌에는 화살 전자를 써서 箭魚로도 표기했는데 전어의 날렵한 외관 때문에 붙은 이름인 것 같다. 하긴 일본에서는 옛날 무사가 배를 가르는 데 사용하였다 하여 복절어(腹切魚)란 살벌한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가을의 전어는 산란기인 봄에 비해 살에 지방 함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부드럽고 고소하다. 이때는 회로 먹어도 맛있고 구워 먹어도 진진하다. 전어회는 포를 떠서 얌전하게 먹는 것보다 뼈째 썰어서 깻잎에다 막장에 찍은 고추, 마늘과 함께 한 주먹 싸서 입에 우겨넣고 어적어적 씹어 먹어야 제맛이 난다. 남해안 일대에서는 아예 전어 온마리를 피도 빼지 않고 어슷어슷 칼집만 내서 통째 김치에 싸먹기도 한다.

예종석의 신도문대작
무채와 배채, 미나리, 깻잎, 풋고추 등을 넣고 초고추장과 함께 버무려서 달곰새금하게 먹는 회무침도 남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메뉴다. 회가 물리면 횟감 전어를 굵은 소금 술술 뿌려가며 노릇노릇 구워 머리째 통으로 씹어 먹으면 “며느리 친정 간 사이에 문 잠가놓고 먹는다”는 그 유혹적인 맛을 즐길 수 있다. 젓갈을 담가도 맛있다. 전어 새끼로 담근 것은 엽삭젓(또는 뒈미젓)이라 하고 내장으로 담근 것은 전어속젓이라 하는데, 내장 중에서도 위만 모아 담근 밤젓은 그것만으로도 밥 두어 공기는 뚝딱 비울 수 있는 밥도둑이다. 전어를 통째 넣고 무를 같은 길이로 잘라 담그는 전라도식 전어깍두기 역시 별미 중의 별미이다. 그러고 보면 전어는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전어는 남해안에서 주로 잡히지만 요즈음엔 서해안에서도 많이 나온다. 전어축제를 하는 부산과 경남의 사천·마산, 전남의 보성·광양·장흥, 충남의 서천 등이 전어 산지로 유명하며 진해는 씨알이 굵은 떡전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에서 남해안의 자연산 전어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는 신사동의 진동횟집(02-544-2179)을 추천한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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