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0.21 20:43
수정 : 2009.10.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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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원씨가 소장하고 있는 헤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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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소장 제품만 70여개 헤드폰 마니아 유회원씨…“최대 음량 중간 정도가 가장 듣기 좋아”
소장하고 있는 헤드폰은? “72개.” 이어폰은? “100개 이후로 세어보지 않았다.” 언제 헤드폰의 세계에 빠져들었나? “초등학생 때부터니까 20년이 넘었다.” 어떤 질문이든 두 자릿수 이상으로 대답이 돌아오는 그는 헤드폰 마니아 유회원(37)씨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았다.
열살 때 워크맨과 함께 처음 이어폰 이용
방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3열 횡대로 줄을 맞춰 서 있는 헤드폰이었다. 사무실에도 여러 개가 더 있다는 그의 설명에 비로소 70개 넘게 소장하고 있다는 헤드폰의 실체가 손에 잡힐 듯했다. 한쪽 벽에는 여러 개의 앰프와 스피커가 자리잡고 있었고, 다른 쪽 벽에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와 여러 개의 워크맨, 엠디(MD)플레이어가 벽장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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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1. 소니 MDR-XD200. 2. 젠하이저 HD415. 3. 젠하이저 HD215. 4. 오디오 테크니카 ATH-ESW9. 5. AKG K240 MK2. 6. AKG K272 HD. 7. 오디오 테크니카 ATH-A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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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원씨 인생의 첫번째 이어폰은 열 살 때 아버지가 사준 워크맨에 함께 들어 있던 이어폰이었다. “이어폰을 통해 소리가 들리는 게 신기하고, 또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궁금해지면서 헤드폰과 오디오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죠. 음악을 좋아했던 아버지 덕분에 음악을 들으면서 자랄 수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팝과 록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초등학교 때 워크맨으로 음악 듣기에 심취했던 어린이는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워크맨에 들어 있던 이어폰이 고장이 났다. 새 이어폰을 사기 위해 조금씩 용돈을 모았고 드디어 이어폰을 구입했다. 7000원짜리 일본 전자기기 브랜드 아이와의 모조품 이어폰이었다. 1년이 지난 다음 당시 상당히 고가였던 2만3000원짜리 이어폰을 샀다. 그렇게 하나둘씩 이어폰과 헤드폰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대학교에 들어간 유씨는 운이 좋게도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들으면서 헤드폰에 대한 애착은 더해만 갔다. 그는 방 안 책상에 놓인 앰프를 가리키며 “지금도 그 친구들과 굉장히 친한데, 저 앰프가 그 친구들 중 한 명이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질의 미세한 차이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카세트테이프 덕분”이라고 말했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 아버지가 사주신 컴포넌트는 윤씨에게 중요한 악기이자 기기였다. “시디 음원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에 맞추는 게 불가능하지만 테이프는 가능하거든요. 컴포넌트 이퀄라이저를 이용해 제가 좋아하는 음에 맞춰 시디를 테이프로 몇 번이고 녹음했어요. 이퀄라이저를 조금만 조절해도 다른 소리가 나는데, 그 과정을 연구하면서 소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죠. 자연스럽게 헤드폰의 음질에 대해서도 더 예민해졌구요.” 그런 유씨도 어쩔 수 없이 헤드폰과 떨어져 있어야 했던 순간이 있었다. 군대 시절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를 내는 헤드폰 대신 가장 평범한 이어폰으로 2년이 넘는 군생활을 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 시절이 그에게는 약이 됐다. “간단하고 보편적인 이어폰을 통해 헤드폰으로 듣지 못했던 여러 소리를 재발견할 수 있었어요.”
‘로드파이터’라는 닉네임으로 여러 음향기기의 리뷰를 쓰는 리뷰어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스스로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귀가 예민한 정도지 특별하게 예민한 감각을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헤드폰 등 음향기기에 대한 감을 유지하기 위해 공연장에 자주 간다. “공연장에 가서 음악을 들으면 각 악기의 원음을 더 잘 알게 돼요. 모든 공연장마다 소리가 다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음악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음을 알 수 있죠. 공연장에서 들은 음을 잘 기억하고 가장 그 소리를 잘 구현해내는 헤드폰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가 좋아하는 소리는 저음과 중음, 고음의 조화가 잘 이뤄지는 소리다. 음악 자체의 소리를 잘 전달해주는 헤드폰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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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 마니아 유회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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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크게 들으면 왜곡 현상만 심해
200만원이 넘는 고급 헤드폰을 좋아하는 헤드폰 애호가들이 많지만 유회원씨는 그렇지 않다. 그가 갖고 있는 제품 중에 고가에 속하는 제품이자 가장 아끼는 헤드폰은 1995년에 구입한 소니 CD-3000이다. 헤드폰을 제대로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5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처음 구입한 고급 헤드폰이다. 14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어패드가 다 뜯어졌지만 이 헤드폰만큼 화사한 소리를 내는 제품이 없어 이어패드를 수선해가며 쓰고 있다. “30만원이 넘으면 헤드폰의 질적 차이는 별로 없다고 봐요. 5% 정도의 차이일 뿐이죠. 얼마나 고급이냐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느냐가 더 중요해요.”
유씨는 오랫동안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었지만 다행히 청력에 큰 이상은 없다. “무작정 음량을 높여 듣지 말고 헤드폰이 낼 수 있는 최대 음량의 딱 중간 정도 선에서 음악을 듣는 게 적절하다”며 “전자기기는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음량을 높이면 왜곡 현상만 심해지고 귀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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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카게(AKG)의 K-701, 소니 MDR-SA5000, 오디오 테크니카의 ATH-AD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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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유씨의 강추 헤드폰 3
헤드폰 마니아 유회원씨에게 추천할 만한 헤드폰 세 개를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가장 먼저 추천한 것은 오스트리아 브랜드 아카게(AKG)의 K-701(사진 왼쪽부터). 일반 감상용으로는 다소 딱딱한 음색의 제품을 고집스럽게 만들어냈던 아카게가 처음 선보인 대중적인 음색의 헤드폰이다. 2006년에 나온 이 제품부터 아카게의 대중 지향적 헤드폰이 하나둘씩 출시되기 시작했다. 일본 브랜드 소니 MDR-SA5000은 그가 가장 아끼는 소니 CD-3000의 배다른 형제에 가까운 헤드폰이다. 저음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CD-3000과는 정반대로 날카롭고 섬세하며 해상도가 높다. 소니만의 섬세하고 또렷한 표현력을 느낄 수 있다. 너무 기계적이라 인간적인 면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재질 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고 착용감이 뛰어나다. 그가 추천하는 마지막 제품은 일본 브랜드 오디오 테크니카의 ATH-AD2000. 반개방형 제품. 나무로 만든 우드 시리즈를 통해 보여준 오디오 테크니카만의 특징적인 음색이 아닌, 더욱 대중적이고 평범한 소리를 내는 제품이다. 음의 기준이 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다. 착용감은 좋지 않지만 엠피3 플레이어 등 휴대용 기기에도 다 잘 어울리는 등 성격이 좋은 헤드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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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제공 헤드폰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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