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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6 21:31 수정 : 2009.10.26 21:31

[건강2.0]

필자가 의과대학에 다니던 시절에는 ‘혈액순환이 안 된다’는 말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르신들이 어디서 그런 말을 듣고 약을 지어오셨다고 하면 돌팔이한테 속으셨겠거니 여겼다. 그런데 한의학을 배우면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다른 의사들도 생각이 많이 바뀐 듯하다. 그 이유는 소염진통해열제로만 쓰이던 아스피린이 혈전 생성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되기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후로 ‘혈액순환’은 건강과 관련된 핫이슈 중의 하나가 되어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는 각종 건강기능식품과 약들이 시판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어느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판매하는 혈전생성 억제제가 처방약 매출 1순위가 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기막힌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서양의학의 역사에서 혈액이 순환한다는 개념이 생겨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628년 윌리엄 하비라는 신통한 학자가 <심장 운동>이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혈액순환 가설을 1660년대에 말피기라는 현미경관찰학자가 말초혈관을 발견함으로써 증명한 것이 시초가 되는 셈이다. 그러니 크고 작은 혈관들이 막혀서 여러 질환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 후의 일일 것이다. 큰 혈관의 경우, 수술로 막힌 부위를 다른 혈관으로 교체하거나, 혈관 안으로 풍선을 넣어서 좁아진 부위를 넓혀주고 다시 좁아지지 않게 금속구조물을 설치해주는 시술이 시작된 것도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작은 혈관들의 경우에는 수술을 할 수 없으니 혈전이나 동맥경화반이 생기지 않도록 약으로 예방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분야는 한의학이 매우 앞선다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경락이론이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할 당시부터 기혈이 순환한다는 개념이 있었다. 그것도 하루에 우리 몸을 50회 순환한다는 식으로 매우 구체적이고 기계론적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후대에 많은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기혈이 순환한다는 인식과 함께 순환장애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침과 약을 포함하여 여러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기통찬 일이 아닐 수 없다.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則痛 通則不痛)이라는 매우 쉬운 문장에 기혈 순환의 중요성이 함축되어 있는데 뜻인즉슨, 통하지 않으면 아프고 통하면 아프지 않다는 뜻이다. 서양의학과 한의학도 서로 잘 통하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아프지 않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재복/실로암한의원·토마스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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