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1.09 19:32
수정 : 2009.11.09 19:32
[건강2.0]
명절만 되면 평소에 잘 안 먹던 음식을 과식한 후 체해서 고통을 당하는 분들이 많아진다. 한의학에서는 정상적인 흐름이 막히는 경우를 체했다고 표현하는데, 음식의 흐름이 막힌 것은 식체(食滯), 기의 흐름이 막힌 것은 기체(氣滯), 피의 흐름이 막힌 것은 혈체(血滯)라고 한다. 막힌 곳 뒤로는 쌓이게 되는데 이에 대한 표현은 조금씩 달라서 음식이 쌓인 것은 식적(食積), 기가 쌓인 것은 기울(氣鬱), 피가 쌓인 것은 어혈(瘀血), 진물이 쌓인 것은 담음(痰飮)이라고 한다.
차가 막히면 차들을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게 하듯이 식체로 인해 갑작스레 배가 아프게 되면 일단 음식을 토하거나 금식을 하고,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통량과 흐름을 통제하듯이 소량의 유동식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양을 늘리면서 고형식으로 바꿔나가게 되는데, 이것은 서양의학이나 한의학의 공통된 치료방식이다. 기체증은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장애라고 할 수 있는데, 즐거운 놀이로 기분을 전환한다거나 운동으로 기운을 적당히 소모시켜주는 것이 좋다는 점 역시 동서양이 일치한다. 그렇다면 어혈이나 담음의 경우는 어떨까? 이 또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동맥 내벽에 기름이 죽처럼 쌓인 것을 죽상동맥경화반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점점 커져서 혈관을 막게 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뇌경색증 등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동맥경화로 인한 합병증들도 일종의 체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피의 흐름이 막히게 되니까 어혈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기름이 쌓이는 과정은 담음이라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기체가 발전하면 담음이 되고 담음이 발전하면 어혈이 된다고 하는데, 동맥경화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근본적인 원인이 몸에 기름이 너무 많은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음식조절과 운동이 중요하겠지만 피와 진물을 빼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의원에서는 굵은 침과 부항기를 이용하여 이러한 치료를 하게 되는데, 서양의학에는 이런 원리의 치료법이 없을까? 있다. 바로 헌혈이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는 분들 중에서 혈색소가 빈혈 수준으로 모자라지 않는 분들은 될수록 젊을 때부터 정기적으로 헌혈을 함으로써 동맥경화의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남도 돕고 내 건강도 좋아지는 것! 바로 일석이조다.
한재복/실로암한의원·토마스의원 원장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