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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11 20:37 수정 : 2009.11.11 20:37

돼지와 내가 동급이었다니. 하이스코트 제공

[매거진 esc] 하이스코트 킹덤과 함께하는 영업맨 사연 공모전





5년 전 사료회사 영업사원이던 나는 평소 판촉 목표로 하고 있던 양돈장에서 사장님이 공사를 벌이시는 것을 돕고 있었다. 모든 영업 현장이 그렇지만 사료 업계 또한 경쟁이 치열해 각 회사의 영업사원들은 목표로 하는 농장과 계약하기 위해서라면 온갖 궂은일에 몸 사리지 않는다.

그날 내게 주어진 과업은 철제 프레임을 용접하는 농장 사장님을 보조하는 일이었다. 지붕 위 용접봉에서 흘러내리는 불똥이 밑에서 철골을 잡고 있는 내 손 위로 자꾸 떨어졌다. 그렇다고 잡고 있던 철제 기둥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연방 속으로 ‘앗 뜨거!’를 연발하며 얼른 작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고통을 참기 위해 이 농장의 사료 저장 통마다 우리 회사 사료를 가득 채우는 상상을 하며 작업에 몰입하는데, 어디선가 돼지 그을리는 냄새가 났다. 마을 주민들이 경조사에 쓸 돼지를 구하러 양돈 농장에 오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었기에 나는 ‘어느 농장에서 돼지를 잡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지붕을 고정하는 작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용접 불똥에 구멍이 숭숭 뚫린 장갑을 벗고 손을 살피는데 … 돼지 잡는 냄새가 아주 가까이서 나는 게 아닌가!. 순간 나는 경악했다. 냄새의 진원지는 내 손이었다.

‘이럴 수가 … 내 살이 타는 냄새와 돼지를 그을리는 냄새가 똑같다니 ….’ 생물학적으로 보면 이상할 게 없는 일이었지만, 성당도 열심히 다니고, 나름 스스로를 ‘고결한 인류’라 자부하던 나는 화상을 입은 내 손등보다, 내 몸이 돼지고기와 별 다를 바 없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에 새삼(?) 쇼크 받아, “괜찮으냐”는 농장 사장님의 걱정도 듣지 못했다.

아무튼 갖은 노력 끝에 목표로 하던 그 농장을 우리 회사의 거래처로 삼는 데 성공했다. 자신감을 얻어 다른 농가와도 거래를 틀 수 있었다. 그 일이 있은 지 5년. 이젠 세월이 흘러 계약서 작성 때의 희열은 희미해졌지만, 그때 그 돼지 그을리는 냄새의 쇼크만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 비록 몸뚱아리는 돼지와 성분이 같다 해도 영혼만큼은 돼지와 같아지진 말자는 다짐으로 하루하루를 산다.

심재봉/제주 제주시 용담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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