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11.16 20:09 수정 : 2009.11.16 20:09

[건강2.0]

어렸을 때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했던 아이들이 자라서는 알레르기성 천식이나 비염 환자가 되는 일이 흔하다. 알레르기성 질환을 동시에 또는 차례로 앓는다고 해서 알레르기 행진이라고도 부른다.

한의학에서 코, 피부, 대장은 모두 폐와 관련이 깊은 폐기능계로 분류된다. 호흡기능을 하는 코가 폐기능계인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피부나 대장을 폐와 연관시킨 것은 왜일까? 피부는 우리 몸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일 뿐 아니라 호흡과 노폐물 배설기능도 한다.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을 하는 폐 또한 보이지는 않으나 외부와 직접 이어진 장기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렇듯 바깥 기운에 바로 영향을 받기 쉬운 폐의 특성을 ‘새싹같이 여린 장부’(嫩臟)라고 표현했다.

대장은 외부와 통해 있는 위장관의 마지막 부분이다. 음식의 형태로 우리 몸에 들어온 외부 물질의 분해, 흡수, 배설이 완성되는 곳이다. 대장 운동이 잘 안 되어 변비가 심해지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뾰루지도 잘 생기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여드름 치료에서 음식조절을 강조하진 않는다. 그러나 피부-대장의 관계를 생각하면 합성첨가물이나 소화가 힘든 음식을 피하는 게 당연하다. 음식물이 제대로 분해되지 못하면 독소가 생기므로 튼튼한 소화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알레르기성 질환뿐 아니라 류머티즘 관절염, 루푸스 등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의 한 원인으로 ‘장누수 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 주목받고 있다. 장관 점막은 필요한 영양소를 소화·흡수하는 동시에 외부의 항원·독소 등을 차단하는 방어벽 구실도 수행한다. 그런데 진통제,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부패한 음식, 급만성 스트레스 등의 자극은 점막세포의 치밀결합을 약하게 만든다. 세포 간격이 느슨해지면 세균이나 독소가 쉽게 혈류로 들어온다. 이렇게 장투과성이 높아진 것이 각종 질환을 일으키고, 기존 질환도 악화시킨다는 게 장누수 증후군 이론이다. 면역력 감소, 짜증, 피로,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을 여기에 연결시키는 연구도 많다.

신종 플루 때문에 피부와 호흡기의 방어벽을 튼튼히 하는 데는 관심이 아주 많아졌다. 우리는 매일 음식을 통해서도 외부와 만난다. 입의 즐거움을 위해 또는 몸에 좋다는 이유로 욕심껏 이것저것 집어넣고 있지는 않은지? 위장관의 지킴이들이 더는 못 버티겠다고 무너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윤영주(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의사·한의사)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