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1.23 19:29
수정 : 2009.11.23 19:29
[건강2.0]
음식물이 위(胃)에 들어가면 위는 염산과 소화효소를 포함한 위액을 분비하여 음식물을 분해하고 죽을 만들어서 소장으로 내려보내는 일을 한다. 그러니까 위장이 평생 감당해야 할 가장 큰 부담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평상시 먹던 양보다 배로 먹게 되면 위장이 상한다고 하여 과식, 폭식을 위장을 해치는 주원인으로 지목하였다. 그리고 장수를 위한 조건의 하나로 음식유절(飮食有節)을 드는데, 이것은 음식 섭취를 절도(節度)있게, 절제(節制)하고, 절약(節約)하라는 뜻이다. 과음, 과식, 불규칙한 식습관, 씹지 않고 빨리 삼키는 버릇, 한 끼에 너무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다거나, 먹고 금방 누워 자는 등의 식습관은 위장을 해칠 뿐만 아니라 수명도 단축시킬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잘못된 식습관은 위경련, 급만성 위염, 위궤양, 식도염 등을 일으킬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각종 혈관합병증과 암의 발생률을 증가시켜 수명을 단축시킨다. 반면에 소식(小食)은 수명을 연장시킨다. 이런 연구 결과들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비만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는 위장에 탓을 돌리는 가설도 있는데, 비만한 사람은 더 위대(胃大)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비만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위장이 더 커서 더 많이 먹어야 포만감을 느낄 수가 있고, 위장이 더 빨리 비워지므로 더 빨리 배가 고파지게 되어 더 자주 먹게 되기가 쉽고, 소장에 음식이 머무는 시간은 더 길어서 남과 같은 양을 먹어도 흡수되는 양은 더 많아서 살이 찌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한다.
위가 큰 것이 비만의 원인인지 과식의 결과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이미 위장은 고도비만의 외과적 치료에서 주요 타깃이 되어버렸다. 위장을 절제해서 크기를 줄이거나, 위장을 분리해서 작은 부분을 소장과 연결시키고 큰 부분은 음식과 접촉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수술이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평생 혹사당하고 희생당하는 위장에 희망은 없는 것일까? 연구에 의하면 일정기간 절식(節食), 즉 다이어트를 통해서 체중이 어느 정도 감소하면 위장의 크기도 줄어든다고 한다. 평소에 꾸준한 음식 조절로 위장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한재복/실로암한의원·토마스의원 원장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