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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02 21:09 수정 : 2009.12.02 21:18

기자실 골반 털기 삼매경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요가·태보 실패 뒤 찾아낸 벨리댄스… 음주 유혹은 가깝고 반복 연습 인내심은 멀도다

쉬울 줄 알았다. 떠오르는 벨리댄스 동작이야 골반을 휘휘 돌려대면 끝나는 것 아니던가? 클럽에서 추는 흐느적웨이브랑 별다를 게 없어 보였다. 예상은 빗나가기 마련이다. 술 마시고 정신없이 골반을 돌리는 것과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온몸에 힘을 주고(물론 골반은 힘을 풀어야 하지만) 돌리는 것은 달랐다.

건강 디브이디를 틀고 따라 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요가와 태보를 해볼 요량으로 사들인 디브이디만 해도 서너개다. 운동을 즐겨 하는 나로서는 이만큼 비용 들이지 않고 땀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놓고 한 달이면 영영 이별을 고하곤 했다. 조혜련와 옥주현의 얼굴에는 먼지만 쌓여간다. 그나마 꾸준히 2개월 이상을 했던 게 요가다. 3년 전, 같이 살던 사촌 동생과 저녁 시간이면 요가 디브이디를 틀어놓고 서로의 동작을 보다가 ‘풋’ 하고 웃기 일쑤였다. 그만큼 운동보다는 수다와 재미가 이 시간의 묘미였다.

정색하고 운동을 해보겠다며 시작한 박지영의 <다이어트 벨리댄스>는 전에 봤던 디브이디와 견주면 아쉬운 부분이 좀 많다. 워밍업과 각종 효능별 파트 4개, 스페셜 에디션으로 이어지는 구성인데 중간중간 나오는 설명 부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땀을 좀 흘린다 싶으면 아름다우신 박지영 강사는 잠을 부르는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벨리댄스는 생리통, 변비, 요실금 등에 좋다는 설명을 한다. 그런 설명보다는 동작 반복 부분의 분량을 길게 해 운동량을 늘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또, 벨리댄스가 전체적인 몸매를 가꾸는 데 좋다는 주장이지만 허리와 복부 부분에 치중된 동작들이 많아 온몸을 쓰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골반을 털다보면 그 부분에만 신경이 쓰여 다리와 가슴 위 상체 부분에는 도무지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벨리댄스 고수들은 한 동작을 하면서도 온몸의 근육과 신경을 집중하는 신공을 보이겠지만, 초보자에게는 아무래도 무리다.

하지만 분명히 약한 강도라도 꾸준히 몸을 움직여주는 것은 활력 있는 생활에 도움이 된다. 평일에 2~3일, 토요일에는 하루에 두 번씩 꾸준히 해봤다. 평일에는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물론 아침잠 때문에)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기자실 벨리댄스 시간이다. 점심시간이나 마감 뒤 시간이 날 때면 30분가량 노트북에 디브이디를 틀어 놓고 따라 했다. ‘미친 거 아니냐’는 뭇시선을 피하기 위해 주로 다른 기자들이 퇴근을 하고 난 뒤에 틀었다. 아무래도 구두를 신고 불편한 복장으로 큰 동작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워밍업을 몇 차례 따라 하는 정도로도 온몸 스트레칭을 할 수 있었다.

기자실 골반 털기 삼매경
허리와 배에 꼿꼿하게 힘을 주고 서 있는 것 자체로도 운동은 된다. 하지만 ‘다이어트’ 벨리댄스가 되려면 운동도 운동이지만, 술 등을 멀리하는 건강한 생활 습관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운동을 하는 동안 몸무게는 되레 늘었다. 이 디브이디를 보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분들은 ‘니가 제대로 하지 않은 게야’라고 지적할 수 있겠다. 폭음을 한 뒤 술도 덜 깬 채로는 벨리댄스는커녕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해도 체중 감량은 무리라는 게 체험자의 변명이라면 변명.

여전히 이놈의 복부 지방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게다가 각종 송년 모임을 앞두고는 체념중이다. 연말에 옷맵시를 내려고 급다이어트를 하고자 건강 디브이디를 집어드는 이들이 있다면, 이 몇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기 바란다. 첫째, 술과 안주를 멀리하며 식사 조절을 할 자신이 있는가? 둘째, 1시간 정도의 시간을 들여 꾸준하게 해볼 수 있는 상황인가? 셋째, 몇 주 만에 수킬로그램이 아닌 1킬로그램의 감량에도 기뻐할 수 있는 마음자세인가? 어느 것 하나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할 수 없었던 게 내 상황이다. 이러다가 ‘2010년 1월, 이번에는 작심일년’이라며 인터넷에서 잘나가는 건강 디브이디를 뒤지고 있을지 모르는 노릇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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