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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02 22:04 수정 : 2009.12.02 22:04

일 끝나고 왜 또 모여? 〈한겨레〉 자료사진

[매거진 esc] 유러피언 요한의 코리아 스타일

한국 문화 중에 가장 신기하고 낯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인들의 회식 문화입니다.

프랑스인으로서 한국의 회식 문화는 처음 볼 때 낯섭니다. 이상하게 보이죠. 프랑스 직장인들은 하루 일이 끝나면 다들 흩어져 친구나 가족 혹은 연인 등 각자가 따로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하루의 나머지를 보냅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직장에서 하루 종일 일한 것도 모자라 퇴근한 뒤 또다시 직장 동료와 저녁 시간을 보낸다는 건 프랑스인에게는 낯설죠. 특히나 그것이 의무적인(?) 성격을 띤다면 더더욱 그렇죠.

재밌는 건 모든 유럽이 다 그렇진 않다는 거예요. 제가 가진 또 하나의 조국, 포르투갈에서는 회식 문화가 비스름히 존재합니다. 설령 그것이 한국의 회식 문화랑 완전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말이죠. 포르투갈의 회식은 의무적인 성격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회식을 하고 안 하고를 그 조직의 장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일원들이 다 같이 정합니다. 회식은 그저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가 서로 알고 친분을 쌓는 기회입니다.

한국에서 회식은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제가 볼 때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다 함께 푸는 그런 자리인 것 같습니다. 상사부터 인턴사원까지 다 모여 서로 알고 친분을 쌓는 자리를 넘어 서로에게 쌓인 감정과 스트레스, 일하면서 생기는 어려움 등을 한 잔의 소주와 삼겹살로 날려버리는 그런 자리인 셈이죠.

한국에서 생활한 지 몇 년 되다 보니 저도 한국 회사들의 회식 자리에 참석한 적이 서너 번 됩니다. 자리마다 분위기는 달랐던 것으로 기억해요. 모두 고개를 푹 수그리고 제일 높은 상사의 말만 듣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경직된 분위기의 회식도 기억납니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깔깔대며 주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야말로 음식과 여유 속에 자유롭게 즐기던 분위기의 회식도 있었죠. 어쨌든 한국의 회식은 다양한 것 같습니다.

전 당연히 후자의 회식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하루 종일 목을 조였던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삼겹살 불판을 가운데 두고 모두 둘러앉아 소주나 폭탄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그 분위기를요. 저도 이때만은 폭탄주를 좋아합니다.

장필립 보드레/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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