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07 21:24
수정 : 2009.12.07 21:24
[건강2.0]
“한두 잔의 술은 혈액순환도 좋게 하고 건강에도 좋대”라는 말로 술을 권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동의보감>에는 ‘술은 몸의 나쁜 기운과 독기를 없애고, 혈액순환이 잘되게 한다’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술에는 독이 있으며 오래 먹으면 정신이 상하게 되고 수명을 단축시킨다.’
특히 여성은 체지방 비율이 높고 체수분이 적어 알코올 분해력이 떨어지므로 남성에 비해 술로 건강을 더 쉽게 해칠 수 있다.
중독정신의학회가 제시한 한국 여성의 적정음주량은 하루 15g의 알코올, 즉 소주 50㎖(1.75잔), 맥주 350㎖(1.25캔), 양주 40㎖(1.25잔), 와인 110㎖(1.25잔)이다. 가급적 같은 알코올양이라면 마시는 양이 적은 소주나 양주보다는 맥주나 막걸리 또는 포도주를 선택해 여러 번 나눠서 천천히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 무엇보다도 섞어서 마시거나 급하게 마시는 것만큼은 삼가야 한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셨더라도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체지방이 많고 체수분이 적어 체내 알코올 농도가 더 높아진다. 또 남성에 비해 알코올 분해효소도 적게 분비되므로 간 손상도 심하며 실제로 이로 인한 사망률이 남성보다 5배나 높다. 알코올로 인한 위궤양의 비율도 남성의 4배다.
알코올은 여성의 호르몬체계에도 영향을 주어 생리불순과 생리통, 불임과 조기폐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임신중의 과음은 태아와 어머니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 이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을 일으켜 유산과 사산할 가능성이 커지며, 사지와 심장기형, 안면기형의 신체기형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자폐증, 학습능력 저하가 있는 아이를 가질 수 있다. 모유 수유중인 산모가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코올의 90% 이상이 모체의 혈액을 통하여 모유를 형성하게 되어 신생아에게 심각한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하루 두 잔 이상의 술은 유방암 발생률을 25% 증가시킨다는 연구도 있고, 최근 하버드대학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거나 술을 두 잔 이하로 마시는 사람에 비해 술을 두 잔 이상 마시는 여성의 경우, 심장에도 심각한 손상을 가져와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고까지 경고하고 있다.
이렇게 과음은 여성에게 더 위험한데도 최근에는 ‘키친 드렁커’(kitchen drunker: 부엌알코올중독)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여성 알코올중독자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키친 드렁커’란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간 뒤 주부가 부엌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빗대어 생겨난 말인데, 숨어서 몰래 마시게 되므로 알코올중독이 이미 많이 진행된 후에나 발견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술이 여성을 차별하고 있으므로 여성도 술을 차별할 필요가 있다. 그간 여러 분야에서 남녀차별의 우려로 아껴왔던 ‘전 여자이니까…’라는 말을 술 앞에서는 당당히 써보시길 바란다. 당신은 소중한 여성이므로.
김이종 청년한의사회 학술국장·하늘벗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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