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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09 20:43 수정 : 2009.12.13 09:37

해변가의 화려한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금빛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이 빛나는 머리나 베이. 싱가포르관광청 제공

[매거진 esc]
거리 전체가 트리 조명으로 변신하는 싱가포르의 12월
한밤의 ‘부엉이 쇼핑’ 재미도 쏠쏠

해가 지고 길거리에 반짝이는 조명이 켜지면, 한여름의 크리스마스가 시작된다. 여기는 동남아시아 말레이반도 끝의 작은 나라, 싱가포르다. 최근 새 드라마를 시작한 한예슬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싱가포르의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물론, 안 온다. 낮 기온 30도를 넘나드는 여름이 일년 내내 이어지는 열대성 기후의 나라인 싱가포르에 눈이 올 리 없다. 눈이 오지 않는다고 크리스마스가 없는 건 아니다. 싱가포르에도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가 매년 어김없이 찾아온다. 싱가포르의 크리스마스는 흰 눈 대신 불빛을 타고 온다.

쇼핑몰과 호텔 등이 몰려있는 싱가포르의 중심가 오처드 거리는 ‘치장한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이 펼쳐졌다. 싱가포르관광청 제공

쇼핑몰간 트리 장식 경쟁도 치열

서울 크기의 도시에 500만명이 살고 있는 싱가포르의 중심에는 오처드 거리가 있다. 19세기 중반까지 과수원이었지만 이후 급속도로 진행된 싱가포르 개발정책에 따라 지금 싱가포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가 된 오처드에는 양쪽에 스무개가 넘는 쇼핑몰이 들어서 있다. ‘열대의 크리스마스’(Christmas in the Tropics) 행사가 진행되는 지난달 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매일 저녁 7시가 되면 이 거리는 나무마다 빼곡하게 장식한 조명이 켜지면서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로 변신한다. ‘열대의 크리스마스’ 행사는 2002년부터 시작됐지만 조명을 달아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조명(Light-up) 행사는 1984년부터 매년 이어졌다.

올해 오처드 거리의 조명 장식 주제는 ‘치장한 크리스마스’(Christmas All Decked Out). 6㎞가 채 되지 않는 오처드는 블루존, 레드존, 오렌지존 등 3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블루존은 창백해서 더 아름다운 푸른색 조명과 눈사람으로 꾸몄다. 레드존은 크리스마스의 상징색인 빨간색 조명과 루돌프로 치장했고, 오렌지존은 생기 있는 오렌지색 조명과 루돌프 사슴이 늘어서 있다. 색색깔 거리 조명 장식을 더욱 밝혀주는 건 쇼핑몰을 뒤덮은 조명 장식이다. ‘열대의 크리스마스’ 행사가 열리는 동안 오처드 거리 최고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쇼핑몰을 뽑는 대회가 열린다. 대회의 규칙은 간단하다. 시민들이 대회에 참여한 11개의 쇼핑몰 중 가장 예쁘게 장식한 쇼핑몰 한 곳을 뽑아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쇼핑몰에 20만싱가포르달러(1억6000만원)의 상금을 준다. 초대형 쇼핑센터 다카시마야는 빨간색 리본 장식을 기둥에 묶어 꾸몄고, 패러곤 쇼핑몰은 나비가 날아다니는 크리스마스트리에 승부를 걸었다. 건물 앞에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운 이온(ION) 오처드 쇼핑몰은 올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오처드 거리의 센터포인트 쇼핑센터.
조명 장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탄 것처럼 시원하게 하늘을 가르며 지붕이 없는 2층 투어버스를 타고 달리는 것. 관광객들에게만 무료로 제공되는 이 투어버스 표는 오처드 거리 한가운데 있는 ‘덕&히포’ 관광안내소에서 받을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여권 등 신분증만 지참하면 된다. 이 투어버스 2층에 오르면 힘찬 목소리의 여성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30분 정도 오처드 거리를 한 바퀴 돌며 조명 장식을 구경할 수 있다. 버스에서 내려다본 토요일 밤 오처드 거리는 즉석 음악에 맞춰 살사나 차차차를 추는 사람들, 인도에 설치된 루돌프 인형 옆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들, 루돌프 복장을 하고 쇼핑몰을 홍보하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설레는 기분을 조금 더 들뜨게 하려면 약간의 심호흡이 필요하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버스에서 큰 소리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면 메아리처럼 길을 걷는 사람들한테서 인사가 돌아온다. “메리 크리스마스!”

투어버스로 조명이 켜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겼다면 이제는 걸으면서 커다란 선물 자루에 넣을 것들을 ‘득템’할 차례. 12월 크리스마스 쇼핑의 키워드는 ‘나이트 쇼핑’이다. 쇼핑 중심의 효율적인 밤시간 활용을 위한 대략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 낮에 멀라이언 공원이나 싱가포르 강 주변 등 도시 곳곳 관광을 끝내고 오후에 낮잠을 1시간 정도 자둔다. 저녁 7시쯤 오처드 거리로 나와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을 구경하고 8시께 늦은 저녁과 함께 쇼핑을 즐기면 된다. 싱가포르의 쇼핑몰은 보통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토요일에는 밤 10시에서 11시까지 문을 연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쇼핑몰마다 다르지만 토요일에 새벽까지 영업을 하는 쇼핑몰이 많다. ‘부엉이 쇼핑’이라고도 부르는 한밤의 쇼핑몰 산책은 제법 재미가 쏠쏠하다.

쇼핑몰과 호텔 등이 몰려있는 싱가포르의 중심가 오처드 거리는 ‘치장한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이 펼쳐졌다.
특히 올해에는 오처드 거리에 여러 쇼핑몰이 새로 문을 열면서 쇼핑 지형도가 변하고 있다. 지난 7월 문을 연 이온 오처드 쇼핑몰은 싱가포르의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는 가장 세련된 쇼핑몰이다. 1층부터 4층까지는 탁 트인 원형 구조로 명품 브랜드와 생활 브랜드가 들어서 있고, 아케이드 구조의 지하 매장에는 다양한 캐주얼 브랜드가 입점해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하다. 또 고급스럽게 꾸민 지하 4층 푸드코트에서 국수를 한 그릇 먹고 1층 영국식 차 전문점 티더블유지(TWG)에서 마카롱을 하나 입에 넣으면 식사에서 디저트까지 해결된다. 역시 지난 7월에 개장한 오처드 센트럴 쇼핑몰은 10~20대가 좋아할 만한 작은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오처드 센트럴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은 옥상정원.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1층에 올라가면 일본 미술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등이 설치돼 있어 마치 갤러리 앞마당처럼 꾸며놓은 옥상정원이 펼쳐진다. 카메라를 들고 나온 싱가포르인들로 가득한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사진으로 담아둘 만하다. 지난주 문을 연 313@서머싯 쇼핑몰에서는 대형 유니클로 매장 등 또다른 분위기의 쇼핑을 경험할 수 있다.


오처드 거리를 충분히 즐겼다면 발걸음을 머리나 베이로 옮겨보자. ‘열대의 크리스마스’ 행사는 오처드 거리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해변가 머리나 베이에서도 펼쳐진다. 호텔과 쇼핑몰이 많은 머리나 베이 조명 장식의 주제는 ‘해변가의 화려한 크리스마스’(A Glitzy Christmas by the Bay).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나무마다 걸어놓은 조명 장식과 거리를 가로질러 설치한 장식은 모두 금색으로 치장돼 화려함을 더한다. 이곳 머리나 스퀘어 쇼핑몰은 선텍 시티 쇼핑몰, 밀레니엄 워크 쇼핑센터, 팬 퍼시픽 호텔 등이 모두 연결돼 있어 열기를 피해 움직일 수 있다.

360도로 회전해 싱가포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관람차 싱가포르 플라이어.

탁 트인 2층 버스 타니 루돌프 썰매 부럽지 않아

바와 식당이 모여 있는 싱가포르 강가 역시 밤이 되면 조명 장식이 켜진다. 관광 보트를 타면서 구경하는 낮과는 또다른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클라크키와 보트키 등에 나란히 자리잡은 바에서 맥주 한 잔 마시고 불빛 아래 강가를 산책해보자. 얼핏 저 멀리 반짝이는 조명 사이로 털코트 대신 빨간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열대과일 주스를 마시면서 썰매를 타고 달려가는 산타 할아버지를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싱가포르 여행쪽지

영수증 추첨 놓치면 아깝지

◎ 오처드 거리에서 하루에 300싱가포르달러 이상 쇼핑을 하면 ‘그래브 앤 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싱가포르 여행자 안내센터 옆에 위치한 곳에 영수증을 들고 가면 추첨을 통해 2000싱가포르달러(160만원) 상당의 쇼핑 상품권 등을 준다. 영수증은 최대 3개까지 합산 가능하다.

뎀시 힐 제공
◎ 고급스러운 식당이나 바에 가고 싶다면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이나 파주의 헤이리를 연상케 하는 ‘뎀시 힐’은 어떨까. 옛 영국군 막사로 사용됐던 건물에 타이 식당 ‘타완당’(사진) 등 각종 식당과 갤러리, 고미술품점 등이 들어서면서 싱가포르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 머리나 베이에 위치한 팬 퍼시픽 호텔이 일식당 ‘게야키’를 리뉴얼했다. 일본, 타이,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명 식당에서 주방장을 맡았던 히로시 가가타 주방장이 새로워진 게야키의 음식을 책임진다. 음식 예술이라고 불리는 가이세키 요리 코스는 160싱가포르달러 정도. (65)6336-81111.

◎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83m 높이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고 싶다면 싱가포르 플라이어를 찾아가자. 싱가포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 관람차 싱가포르 플라이어는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후 싱가포르 주요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요금은 약 30싱가포르달러.

싱가포르=글·사진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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