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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14 20:12 수정 : 2009.12.14 20:12

건보공단이 지난 11월 시작한 허약 노인 기능회복 프로그램 ‘시니어 건강마당’.

[건강2.0] 건보공단 시니어 건강마당 호응
평균 나이 70대…요가·기체조 수련
청력 좋아지고 혈압 떨어지는 효과도

9988234. 99살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 앓다 죽자. 모든 이들의 꿈을 담은 말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이와 병은 함께 찾아온다. 많은 노인이 병·의원과 한의원 방문을 주요한 일과로 여기며, 이런저런 약을 달고 산다.

늙어서도 건강할 수는 없을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답을 찾아 나섰다. 건보공단이 지난 11월 시작한 허약 노인 기능회복 프로그램 ‘시니어 건강마당’. ‘팔팔’한 노년을 위한 ‘노익장 프로젝트’다.

건보공단이 지난 11월 시작한 허약 노인 기능회복 프로그램 ‘시니어 건강마당’.
8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 15 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 3층 강당. 연한 회색빛 우리 옷을 입은 어르신 30여명이 강사를 보며 요가 동작을 따라 하고 있다. 몸놀림이 부드럽다. 평균 나이 70이 넘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오후에 세 차례 열리는 기체조 시간 참석자들도 비슷했다. 올해 96살인 최병국 할아버지는 누운 채 두 다리를 머리 위로 넘겨 바닥에 댄다. 40~50대도 하기 어려운 동작이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장기요양보험 영등포운영센터 신동일 과장은 “한 달 전에 비해 어르신들의 유연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시니어 건강마당’은 요가 두 강좌와 기체조 세 강좌로 이뤄진다. 수업 내용은 요가 동작과 우리나라 전통 선도의 기혈순환체조를 바탕으로 근골을 강화하고 신체 균형을 바로잡는 20~30여가지의 동작과 호흡, 명상 등으로 이뤄져 있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남짓. 공단 쪽은 상담을 통해 듣게 되는 ‘기능 회복’ 사례에 크게 고무되어 있다. 참가자 상당수가 통증 완화, 식욕 증진, 불면증 개선, 기력 증진 등을 증언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선 벌써 놀라운 효과를 보는 사례도 있다. 기체조반의 이아무개(73)씨는 최근 청력이 좋아져 휴대전화를 샀다. 이씨는 “15년 전부터 소리를 잘 듣지 못했는데 여기 다니면서 오른쪽 귀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난치병인 소뇌수축증을 앓고 있는 김아무개(68)씨는 “평생 운동을 했지만 효과가 적었는데 기체조를 하면서 몸의 감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강서구 가양동에서 이곳까지 매일 오간다. 요가반의 황아무개(73)씨는 고관절을 비롯한 허리와 어깨 통증으로 걷기조차 힘들었지만 최근 통증이 크게 줄었고, 혼자 힘으로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게 됐다. 침 맞는 일도 그만뒀다. 또 고혈압과 함께 거동이 불편했던 손아무개(70)씨는 혈압이 크게 떨어졌고,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 걸을 수 있게 됐다.

무료 프로그램이지만 참가자들의 열기는 뜨겁다. 1기 등록자 가운데 80여명이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지만 남은 182명의 출석률은 90%가 넘는다. ‘그곳에 가면 건강해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니어 건강마당’이 열리는 공단 강당에는 참가 신청을 하려는 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기 신청자만 200명 가까이 돼 적정 인원인 150명을 훌쩍 넘었다. 1기 참가자 가운데 3개월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계속 참여하게 해달라는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공단 쪽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에 한해 6개월까지 참여 기간을 늘려줄 계획이지만 희망자가 많아 고민에 빠졌다.


‘시니어 건강마당’은 건보공단이 노인들을 위해 중국의 타이치(태극권) 못지않은 건강법의 개발·보급을 위해 야심 차게 추진중인 프로그램이다. 노인들의 건강이 좋아지면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장기요양 수급자가 줄어들어 보험 재정 절감이 가능하다는 게 공단 쪽의 기대다. 이는 복지적인 성격도 담고 있다. 보험료 납부 금액 기준 하위 50%에 해당하는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장기요양 대상자나 수급권자가 아닌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개발 참여 단체는 ㈔대한요가협회와 ㈔세계국선도연맹. 여러 단체 가운데 △관련 프로그램 수행 경험 △공신력 △대중 인지도 등을 기준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한 곳이다. 요양급여실 정일만 부장은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되면 2010년에는 6개 지역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의료비 절감과 행복한 노후생활에 도움이 되는 노인 복지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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