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12.14 21:07
수정 : 2009.12.1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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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 ‘거친 밥상’ 찬가…‘즐거운 다이어트’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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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2.0] 서점가 ‘거친 밥상’ 찬가…‘즐거운 다이어트’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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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서적으로 돌아본 2009
문제: 다음은 올해의 건강 관련 흐름을 설명한 것들이다. 맞는 것을 고르시오.
① 올해 가장 인기를 끈 다이어트는 황제 다이어트다.
② 신종 플루가 유행하면서 면역력 관련 책이 불티나게 팔렸다.
③ 건강 관련 서적은 의사나 한의사 등 전문가가 써야 잘 팔린다.
④ 발마사지, 뜸, 108배 등 혼자 할 수 있는 건강관리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정답은 몇 번일까? 교보문고와 알라딘이 판매실적을 토대로 집계한 ‘건강 베스트셀러 50선’ 가운데 올해 출간된 것들을 중심으로 올해의 건강 트렌드를 돌아본다. 단 화장법 등 미용과 관련한 서적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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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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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건강 화두 ‘내 몸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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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다이어트, 바나나 다이어트, 덴마크 다이어트, 요가 다이어트, 포도 다이어트…. 언뜻 머리에 떠올려지는 다이어트 방법만 해도 열 손가락을 헤아린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예나 지금이나 출판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주제가 바로 다이어트다. 하지만 옥석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마치 패션 상품처럼 다이어트 방식도 시기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
올해엔 ‘까망콩 다이어트’가 인기를 끌었다. <3개월에 12kg 빼주는 살잡이 까망콩>(정주영 지음)이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 20대 초반 정주영씨는 검은콩을 이용해 3개월 만에 105kg의 체중을 54kg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정씨가 하루 세 끼 까망콩만을 먹은 것은 아니다. 아침식사 때만 찐 검은콩과 두부를 먹는다. 점심은 가급적 콩이 들어간 밥과 한식으로 하되, 혈당치를 빨리 올리는 식품은 피했다. 저녁 식사는 오후 8시 전에 먹되 최대한 가볍게 먹는다. 하루 30분~2시간 쇼핑몰을 걸었고, 7시간 이상 잠을 잤다. 정씨의 사연은 인터넷을 통해 소개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독한 것들의 진짜 다이어트>(오은석 지음)는 정씨 같은 누리꾼들이 체험한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의 결정판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씨는 7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온라인동호회‘다이어트 피트니스 카페’의 운영자다. 10년간 카페를 통해 접한 각종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는 다이어트에도 정석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즐겁지 않은 다이어트는 하지 말라”며 “많은 사례를 통해 과격한 운동이나 무리한 절식을 하면 오히려 요요현상이 심해짐을 확인했다”고 강조한다.
‘꿀벅지’ ‘꿀복근’이 뜨고 ‘에스라인’ ‘비키니 라인’이 강조되면서 연예인들도 자신들의 몸매와 체험담을 내세워 다이어트 노하우 알리기에 나섰다. <이훈의 뱃살빼기 대작전> <김준희의 비키니야, 미안해!> 등이 그런 것들이다.
생활 단식도 화제였다. 아침편지 메일로 잘 알려진 고도원씨는 <사과&청국장 다이어트>에서 3박4일의 단식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기존의 단식이 물과 소금만 먹는다면, 이 단식은 사과와 청국장 가루를 섭취한다는 점이 다르다. 한의사 신현대씨는 <평생 살 안 찌는 몸 만들기>에서 5일간의 단식과 23일간의 절식을 통해 체질을 바꿔야 살이 찌지 않는다고 소개한다.
■ 자연식 밥상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넘어 자연 그대로의 먹거리,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착한 밥상, 평화가 깃든 밥상, 자연식 밥상 등 밥상의 이름은 다양하지만 그 지향점은 동일하다. 건강 베스트셀러 저자들은 ‘감칠맛 나는 조미료와 각종 첨가물을 부엌에서 치우자’고 말한다. 제철 음식 본래의 맛과 질감을 느끼며 먹는 것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육식과 패스트푸드를 자제하고 채식 위주로 밥상을 차리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은 윤리적 소비, 생명존중 사상, 생태주의 등과 어우러져, 자연밥상을 지구를 살리는 행위로 이어준다.
자연요리 전문가 문성희씨는 <평화가 깃든 밥상>에서 좋은 밥상 조건으로 △가공식품이나 수입식품 먹지 않기 △유기농 재배 농가나 매장 등에서 신선한 재료 구입 △껍질과 씨앗, 뿌리까지 먹기 △조리 가공 간소화 등을 꼽았다. 그는 “내 밥상과 먹성을 바꾸니 나는 더 건강해졌고 삶을 평화롭게 바라보면서 즐기게 됐다”고 말한다.
<나를 살린 자연식 밥상>은 직장암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자연식 밥상을 통해 17년째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체육교사 송학운씨의 얘기다. 송씨는
의 ‘목숨 걸고 편식하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주인공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암을 고치려거든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친다. 제작팀이 프로그램 내용을 책으로 옮긴 <목숨 걸고 편식하다>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에서는 고기, 생선, 계란, 우유를 먹지 않고도 훨씬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궁중요리 전문가인 윤혜신씨는 <착한 밥상 이야기>에서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가 차려주시던 그대로의 밥상이 가장 좋다”고 얘기한다. 시커먼 보리밥에 배춧잎 넣은 된장국, 신김치를 숭숭 썰어 넣은 비지찌개, 남은 반찬을 활용한 비빔밥, 그런 음식들이 가장 안전하고 자연스럽고 영양이 듬뿍 담겨 있다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소박하고 거친 밥상을 칭송하는 노래가 올해 내내 계속 퍼졌다.
■ 셀프 케어
많은 사람이 좀 더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피트니스 센터를 찾아 지도를 받거나, 유명 전문가를 찾아다닌다. 그러나 이런 발품을 팔기가 쉽지는 않다.그래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건강 관리법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요즘 ‘셀프 케어’ 관련 책들도 쏟아지고 있다.
삼성출판사 편집부가 전문가들의 감수를 받아 펴낸 건강실용서 시리즈도 그런 종류다. <기적의 발마사지>는 인체의 축소판이라는 발을 증상별로 마사지하는 방법을, <페이스 경락>에서는 동안 얼굴을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경락법을 알려준다. <스무살 요가>는 요가 동작들을 자세하게 다뤘다.
<108번의 내려놓음>(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 지음)은 108번 절을 하며 건강관리를 하는 법을 알려준다. 언제 어디서나 절할 수 있는 절은 심신을 단련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절은 목과 골반, 허리에 이르기까지 전신의 근육을 사용해 운동 효과가 크다. 제작진의 실험 결과, 절은 혈당 수치를 낮추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절은 빨리 하는 것보다 천천히 복식호흡을 하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은이들은 강조한다.
민족의학연구원에서 펴낸 <약 안 쓰고 병 고치기> <손 주물러 병 고치기>에서는 누르기, 찜질, 땀 내기, 손 마사지 등을 통해 우리 몸을 스스로 다스리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박현선 삼성출판사 편집부 차장은 “최근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비용을 들이고 건강 관리를 하기보다 스스로 관리를 하겠다는 분위기가 더 짙어졌다”며 “앞으로도 ‘셀프 케어’에 대한 관심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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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풀이 및 오답노트: 정답은 ④
①올해 관심 끈 다이어트는 ‘검은콩 다이어트’다.
②면역력 관련 책은 의외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없었다.
③ 전문가들이 쓴 건강서보다는 전문가가 감수를 하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전문가가 쓴 책이 인기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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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 체험기 각광
<엄마를 부탁해> <도가니> <1Q84> 등 올해 출판계에선 문학이 강세를 보였다. 주승연 국일미디어 편집 주간은 “불황일 땐 문학서가, 호황일 땐 건강·자기계발서·여행 관련 서적이 많이 팔린다”며 “올해는 건강서가 호황 때처럼 잘 팔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불황 땐 어두운 현실을 어떻게든 이겨내기 위해 문학으로 마음의 위로를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는 심리학 서적이 많이 팔렸다.
건강서에도 유행이 있고 흐름이 있다. 지난해에는 한방, 침, 뜸, 자기 몸에 대한 이해가 화두였다. 올해는 다이어트, 자연식 밥상, 셀프 케어 쪽이 관심을 받았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식도 전문가가 기계적으로 설명해주거나 해석해주는 것은 기피한다. 대신 비전문가라도 개인의 확실한 경험을 바탕으로 감동을 주면서 건강법에 대해 잘 정리를 해준다면 좋아한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80년대에는 신바람 건강법 등 총체적인 건강법 등이 주류였다면, 요즘은 ‘40대 남자의 뱃살 빼기’ 하는 식으로 더 세분화된 방식을 선호한다”며 “사람들에게 검색의 습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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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많이 팔린 건강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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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많이 팔린 건강 책은?
교보문고 건강 베스트셀러 ①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많이 바를수록 노화를 부르는) 구희연 ② 독한 것들의 진짜 다이어트(DVD 1장,다이어리 1개) 셀러오 ③ 살잡이 까망콩(3개월에 12kg 빼주는) 정주영 ④ 스무살 요가(S-book 4-4) 진소원 ⑤ 비키니야 미안해(김준희의 스타일 바디 만들기) 김준희 ⑥ 송학운 김옥경 부부의 나를 살린 자연식 밥상 김옥경 ⑦ 108번의 내려놓음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 ⑧ 항암 식탁 프로젝트 대한암협회 ⑨ 이훈의 뱃살빼기 대작전 이훈 ⑩ 페이스 경락(S-book 4-1) 김하정
알라딘 건강 베스트셀러 ① 3개월에 12kg 빼주는 살잡이 까망콩 정주영 지음, 채기원 감수 ② 굿바이 안경 마쓰자키 이사오 지음, 오경화 옮김 ③ 108번의 내려놓음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엮음 ④ 평화가 깃든 밥상 문성희 지음 ⑤ 항암 식탁 프로젝트 대한암협회 엮음 ⑥ 맘 놓고 병 좀 고치게 해주세요 장병두 지음, 박광수 엮음 ⑦ 내 몸 젊게 만들기 마이클 로이젠, 메멧 오즈 지음, 유태우 옮김 ⑧ 내 몸 대청소 프레데릭 살드만 지음 김희경 옮김, 김서정 감수 ⑨ 유태우의 질병완치 유태우 지음 ⑩ 코골이, 축농증 수술 절대로 하지 마라 이우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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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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