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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16 20:50 수정 : 2009.12.16 20:50

하늘과 땅이 소실점을 이루는 곳까지 펼쳐진 위니펙의 들판. 캐나다 최고의 곡창지대이자 천혜의 방목장이다. 노중훈 제공

[매거진 esc] 노중훈의 여행지 소문과 진실

캐나다 하면 곧 웅장한 자연을 연상하게 되고, 캐나다의 웅장한 자연을 떠올리면 로키산맥이 맨 앞줄에 선다. 로키의 산세는 웅장하고 기이하다. 산줄기는 간단없이 굽이치고, 굽이치는 산맥을 따라 나무의 바다가 펼쳐진다. 봉우리 너머에는 또다른 봉우리다. 잔설 때문에 하얀 이마를 반짝거리는 봉우리, 수목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암벽 봉우리, 구름으로 제 몸을 두른 봉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로키산맥은 맥맥이 출렁거린다.

유명 관광지가 수두룩한 캐나다 서부에 위로 불쑥 솟은 풍경이 자리한다면, 상대적으로 낯선 매니토바와 서스캐처원 주로 구성된 중부에는 호호막막한 평원이 펼쳐진다. 막힌 데가 없이 탁 트인 평원은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살펴도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무궁한 공간을 자랑한다. 얼마나 면적이 크고 지형에 기복이 없으면 “집 나간 개가 사흘 후에도 여전히 평지를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넓디넓은 평원은 재래시장의 곳간을 언제나 풍성하게 채워주는 농산물의 화수분이자 캐나다 최고의 곡창지대로 일컬어진다.

매니토바 주의 위니펙에는 재래시장 포크스 마켓이 있다. 비옥한 들과 밭에서 거둬들인 농작물과 다채로운 과일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육류·어류를 판매하는 가게들도 함께 자리한다. 매니토바 주의 대평원은 곡류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가축을 위한 천혜의 방목장이기도 하다. 또 주 전체에 산재하는 10만여개의 호수에서는 싱둥싱둥한 민물고기들이 무더기로 나온다. 시장의 상점들은 판매하는 물건들이 제 고장 수확물임을 유난히 강조한다. 아예 ‘로컬 프로듀스’(Local Produce)라는 문구를 달아 놓은 점포도 있다. 그만큼 자기 지역 농수축산물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포크스 마켓의 스타는 단연 톨그래스라고 하는 베이커리다. 주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유명 빵집이다. 이곳에서 구워 내놓는 모든 빵들이 큰 사랑을 받지만 계핏가루 향이 진하게 감도는 시나몬 번은 최고의 맛으로 통한다. 실제로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시나몬 특유의 향기가 입안에 퍼지면서 빵의 질감이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다가왔다. 톨그래스의 비결은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좋은 재료를 씨줄로, 지극한 정성을 날줄로 삼아 탄탄한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는 것이다. 톨그래스는 매니토바 유기농생산자협회로부터 인증을 받은 지역 농장의 유기농 곡물만을 고집한다. 영양소 파괴를 막고 풍미를 유지하기 위해 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밀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직접 빻아 사용한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빵보다 맛있는 것은 없다”는 이곳 대표의 말은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진리가 아닐 수 없다. 가게 앞 칠판에 쓰여 있는 ‘들판은 신의 테이블’이라는 글귀는 이들이 먹을거리를 대하는 신실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

노중훈 여행칼럼니스트 superwin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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