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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16 21:04 수정 : 2009.12.16 21:04

복잡한 서울 안에 이런 골목이. <한겨레> 자료사진

[매거진 esc] 유러피언 요한의 코리아 스타일





유럽인들도 한국인처럼 친구들과 함께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곳은 음식점, 바, 커피숍 등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한국과 유럽이 서로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분위기 면에서 한국은 훨씬 다양하고 다채롭습니다. 제가 처음 한국에 와서 친구들과 술집에 갔을 때 왁자지껄하며 신나게 즐기는 흥분된 분위기는 저를 압도시켰죠.

대학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강남역과 종로의 골목 골목을 돌아다녔습니다. 요즘은 한국의 전통 분위기가 나는 인사동 음식점과 술집을 자주 찾습니다. 제가 인사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곳에는 문화가 있고, 전통이 있고, 역사가 있고, 예술이 있고, 여유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골목마다 냄새가 다르고, 소리가 달라 외국인인 저에게는 매우 이국적이고, 새롭고, 신선합니다.

제가 인사동 골목을 처음 안 건 대학교수이신 김필영 선생님과 <한겨레21>에 음식과 술 칼럼을 쓰시는 칼럼니스트 김학민 선생님 덕분입니다. 이분들과는 지금도 자주 인사동에서 만나죠. 특히 김치전, 만두, 두부, 비빕밥, 홍어, 복어 요릿집을 즐겨 찾습니다.

그중 한 곳이 ‘낭만’입니다. 한 1년 전쯤이었나요. 그날도 김필영 선생님과 김학민 선생님을 인사동에서 만나 그분들을 따라 어디론가 발길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는데 전통 한옥 스타일의 오래된 음식점이 나왔어요. 들어서기 전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손님이 아직 많지 않나 보다 싶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바깥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어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곳처럼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떠들고 웃는 소리에 깜짝 놀랐었죠. 아주머니가 주신 맛있는 갯벌 낙지와 시원한 막걸리를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요즘에도 그곳을 자주 가는 편인데 시원하게 갈증을 없애주는 그곳의 막걸리 맛은 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가끔 막걸리가 일찍부터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곳을 나와 바로 근처 지하에 있는, 벽에 잔뜩 낙서가 있는 옛날 학생 술집 스타일의 술집에 가서 맛있는 꼬막과 함께 소주나 매실주 한잔을 마시곤 합니다.

그 외에 제가 좋아하는 다른 골목이 있습니다. 종로 3가와 청계천 사이에 포장마차들과 치킨집만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골목길입니다. 직장 근처라 동료와 자주 갑니다. 회사에서 일 마치고 다른 유럽인 동료와 간단히 들러 한잔하기 딱 좋죠. 누구 하나 외국인이라고 쳐다보지 않고 뭐라 하는 이도 없어 정말 편안합니다. 특히 여름에 밖에 앉아 저 멀리 보이는 종로 대로변의 수많은 인파며 쇼핑몰로 인해 매우 분주하고 시끄러운 분위기를 바라보며 단지 몇 명만 앉아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그 골목의 여유는 특별하죠. 이 골목은 이 복잡한 대도시 서울 안에서 그리 흔치 않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장필립 보드레/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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