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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23 19:35 수정 : 2009.12.26 11:35

한식 세계화에는 이미 외국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와 요리사의 경험이 큰 힘이 될 것이다. 사진은 ‘비빔밥’의 제육볶음비빔밥.

[매거진 esc] 프랑스 대표 레스토랑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 추천받은 ‘비빔밥’ 권영철 대표 인터뷰

올해 음식업계의 가장 큰 화제는 한식 세계화였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가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을 맡아 동분서주했고, 세금 100억원이 예산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추진위원 가운데 요리사나 식당 경영자 등 ‘현장’의 목소리가 적다는 비판이 들린다. 프랑스의 레스토랑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 2009년 파리판에는 모두 네 곳의 한식당이 소개돼 있다. 그 가운데 미식의 첨단 파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비빔밥’(Bibimbap)의 권영철(사진) 대표를 통신원이 만났다. (미쉐린코리아의 요청에 따라 ‘미쉐린 가이드’로 적습니다.)

1960년대 파리에 있던 한국 유학생들은 5개 남짓한 중국 식당에서 정체 모를 야채 절임으로 김치를 대신해야 했고, 1980년대는 5개 남짓한 한국 식당에 옹기종기 모여 향수를 달랬다고 한다. 2009년 현재, 파리에는 100곳 이상의 한국 식당이 있다. 그러나 최근 경제불황 때문에 대부분 사정이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매년 20~30%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는 한식당이 있다. 권영철 대표는 인터뷰 내내 ‘단순철학’을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비빔밥’의 데커레이션, 메뉴, 경영방법 모든 것이 단순했다. 그는 재불요식협회 회장직도 함께 맡고 있다.

고추장은 선택 가능, 반찬은 개인용으로

‘비빔밥’ 권영철 대표. 최현정 제공
언제 어떤 계기로 개업했나?

“23년 전에 전 대우그룹 파리지점의 생산관리직으로 파리에 왔다. 당시 회사 식당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한식을 지급했는데, 비빔밥이 나올 때마다 프랑스인들이 줄 서서 먹는 걸 보고 그때부터 농담처럼 “회사 그만두면 비빔밥 장사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나는 한국 음식에 대한 신뢰가 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음식의 질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한국인으로서가 아니라 기업가로서 생각했을 때 ‘제품’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지 않나. 회사를 그만두고 2007년 8월 개업했다.”

<미쉐린 가이드>에 처음 등재된 것은 언제인가?


“올해 2월이다. 최근 2010년판 재등재를 위해 <미쉐린 가이드>에서 위생상태 등을 검사했고, 내년 3월 초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들었다.”

개업 당시 메뉴 및 조리법과 가이드에 등재된 뒤 차이가 있나?

“달라진 점은 없다. 오히려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순간, ‘메뉴와 가격을 1년간 바꾸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가이드에 나온 가격·메뉴가 다를 경우 고객들도 혼돈을 느낄 것이고, 출판사의 입장도 곤란해지지 않나. 물론 <미쉐린 가이드>에서 이런 의무를 내게 지우는 건 아니지만, 신뢰를 준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고정시킨다.”

파리에서의 성공 비결이 무엇이라 판단하는가?

“단순해지는 것이다. 주방교육 기간을 단축하고 재고·구매·영업관리를 쉽게 하면 그 외 서비스, 가령 주방 위생관리 등에 훨씬 더 많이 신경 쓸 수 있다. 또 비빔밥 같은 단순한 메뉴는 스피드를 중요시하는 직장인들의 점심에 안성맞춤이 아닌가. 그렇다고 스피드만 강조하는 패스트푸드점 음식처럼 질이 낮지도 않다. ‘질 좋은 음식을 빠른 시간에 먹을 수 있다’는 건 음식에 까다로운 프랑스인의 습성에도 잘 맞는다.”

외국 고객이 선호하는 대표 메뉴와 조리법은 무엇인가?

“외국인들에게 한국 식당의 메뉴는 로또 당첨을 노리고 모험을 하는 것과 같다. 나는 최대한 많은 고객이 좋은 로또에 당첨되기를 원한다.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선택의 폭이 좁다. 하지만 외국인 입맛에 맞는 소수의 음식이 있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은 적다. 예를 들면, 나는 우리 식당에서 홍어를 파는 모험은 하지 않을 것이다. 불고기비빔밥, 제육볶음비빔밥이 제일 잘 나가는 메뉴이다. 제육볶음의 경우 처음엔 맵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매상을 분석해 보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표 메뉴인 제육볶음비빔밥을 먹어봤다. 메뉴에서는 ‘한국적인 매운맛’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주 고객이 한인이 아니라 프랑스 직장인이기 때문인지 크게 자극적이지 않았다. 대신 다섯 가지 채소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고추장은 손님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따로 제공되었다.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을 꺼리는 프랑스 사람의 습성을 고려해 각자 자기 반찬을 먹게끔 개인 접시에 네 가지 반찬이 각각 따로 제공됐다.

‘비빔밥’의 내부 모습.

주요 고객은 누구인가?

“프랑스인 고객이 90%가 넘는다. 주요 고객은 근처 직장인이다. 점심 메뉴가 15유로(최근 환율로 약 2만5300원) 정도이니, 학생들이 매일 점심에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식당은 아니다. 근처에 있는 규모가 큰 은행과 병원 직원들이 고정 고객이고, 근처 기차역을 지나는 손님도 많다.”

한식 세계화의 관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마케팅 전략을 잘 짜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제품’ 곧 한식에는 결함이 없다. 더 이상 한국 음식을 발전시키거나 변형하는 연구는 필요 없다는 말이다. 해야 할 일은 이것을 ‘문화상품’으로 잘 알리는 일이다. 또 동포들이 외국에서 한국 식당을 경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도 존재한다. 이들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품 연구보다 마케팅 개발이 시급”

식재료는 어떻게 충당하는지?

“식재료는 한국과 똑같은 것을 쓸 수 없다. 한국에서 경력이 있는 주방장도 프랑스 식재료로 한국 음식을 요리하는 데 적응 기간이 6개월 정도 걸린다. 무, 배추, 양파 같은 기본 식재료마저 한국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식재료에 대한 적응 기간이 중요하다. ‘비빔밥’에서는 이곳 식재료로 최대한 한국에서의 맛과 비슷하게 내려고 연구했고 나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 한식 시장은 어떤 가능성이 있나?

“프랑스인들은 식생활을 중요시하고, 외국 음식에 대해 많이 열려 있는 편이다. 또 생각보다 시장이 작기 때문에 얼마든지 여러 가지 실험을 큰 위험부담 없이 해 볼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프랑스인들이 그들의 문화상품 마케팅 전략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못생긴 철탑(에펠탑)을 세워두고, 이만큼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나라가 세상에 또 있다면 얘기해 주기 바란다.(웃음)”

파리=글 최현정 <씨네21> 파리통신원·사진제공 ‘비빔밥’

‘고요한 아침의 달콤한 나라’

‘미쉐린 가이드’ 파리판의 한식당 소개글

<미쉐린 가이드> 2009년 파리판에는 모두 네 곳의 한식당이 소개돼 있다. 이 안내서는 소개한 레스토랑 가운데 특별히 괜찮은 곳에 별 1개~3개를 부여한다. 한식당 네 곳은 별은 받지 못했다. <미쉐린 가이드> 파리판에서 이들 식당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간략히 발췌해 소개한다. 같은 한식당이지만 조금씩 차별화 전략이 다른 점도 드러난다.

◎ 권스다이닝(Gwon’s Dining) | ‘처음 이 한식당을 열었을 때 경영자는 오직 원조 한국 음식만 제공함으로써 조국의 미식을 돋보이게 하려 했다. 그는 목표를 성취했고 충성도 높은 한국인, 일본인, 파리인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33(국가번호)-1-47 34 53 17.

◎ 비빔밥(Bibimbap) | ‘비빔밥은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 요리 가운데 하나로, 이 식당의 이름은 여기서 따왔다 … 건강식이면서 저렴한 요리가 매우 괜찮다.’ 33-1-43 31 27 42.

◎ 사미인(Sa Mi In) | ‘아시아적인 고요함(Asian serenity)을 풍기는 이 식당은 종업원들이 사려 깊고 친절하다. 식당은 과도하게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지 않는 선에서 ‘선’(zen)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 전통적이고 풍미가 강한 진짜 한국 음식을 낸다. 불고기, 교자, 비빔밥과 채식주의자를 위한 채소 음식 등 서양인의 입맛에 생소한 것들이다. 당신은 틀림없이 고요한 아침의 달콤한 나라(sweet land of morning calm)를 꿈꾸고 믿게 될 것이다.’ 33-1-47 34 58 96.

◎ 신정(Shin Jung) | ‘이웃 아시아 나라 요리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맛있는 진짜 한국 요리를 먹으러 단골들은 친근하고 가족적인 이 식당을 찾는다. 중식도 아니고 일식도 아닌 전형적인 한국 음식을 제공하는데 메뉴에 회와 바비큐가 포함돼 있다. 선적인 공간(zen-like space)은 마치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책의 빈 페이지처럼 순수하며, 벽에는 절제된 장식을 좋아하는 경영자의 개인적 취향을 보여주는 몇 개의 서예 글씨만 있다.’ 33-1-45 22 21 06.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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