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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28 20:25 수정 : 2009.12.28 20:25

[건강2.0]

치과의사가 된 이후에 셀 수 없이 들어온 질문은 “치열 교정을 언제 시작해야 할까요?” “어릴 때 교정 치료를 시작하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고른 치열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등이다. 이런 질문에는 사실 명확하게 대답을 하기 힘들다.

전문 치의학 학술지에도 조기 교정 치료와 관련한 논쟁들이 논문으로 발표되는 것을 보면 전공자들 사이에서도 답을 얻기 힘든 부분이니 임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몇 년에 걸쳐 교정 치료를 한 아이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아래턱이 과하게 성장해 수술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 사례, 반대로 좀더 어렸을 때 아주 간단한 장치, 심지어 고무링 하나만 치아에 걸어줬어도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 추측되는 사례들을 접할 때는 나 스스로 부족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로또 번호를 찍는 심정으로 교정 치료 시기를 결정해야 할까? 물론 그런 것은 아니다. 의사는 조급해하지 말고 좀더 신중하게 치료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환자나 보호자는 주변에서 들리는 ‘빨리 해야 한다’ ‘빨리 하면 안 좋다’ 등의 조언에 휘둘리지 말고 전문가에게 먼저 상의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교정 치료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시기가 몇 차례 있다. 먼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들어가는 시기다. 치아 전체를 찍을 수 있는 파노라마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잇몸 속 영구치의 개수와 형태에 문제가 없는지, 위아래 어금니가 정상적으로 나고 있는지, 앞니 위아래 관계가 거꾸로 되어 있지는 않은지, 치아 기형이나 과잉된 치아가 없는지 확인한다. 필요하다면 간단한 장치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고, 운이 좋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아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기다.

다음은, 앞니들이 나 있는 상태에서 양옆의 작은 어금니들이 올라오는 시기다. 위턱 뼈의 성장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이므로 위턱을 확장한다거나 어금니를 뒤로 잡아당겨 심하지 않은 뻐드렁니를 이를 뽑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물론 이 시기에 치료 방법을 잘못 선택하거나 예측 이상으로 턱이 자란다든가 한다면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아이들이 사춘기로 접어드는 시기라 의사소통의 어려움도 있고 충치 관리도 힘들어서 부모나 의사 모두 힘든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많다.

마지막으로 영구치가 모두 난 이후다. 이때는 20대든 60대든 간에 교정이 늦거나 불가능한 시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치열이 많이 고르지 않거나 입이 많이 돌출된 경우 영구치를 빼야 하는 경우도 있고, 교정만이 아니라 수술까지 동반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만한 비용과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교정 치료 기간을 보통 2년 이상 잡아야 하기 때문에 유학, 취업, 군대, 결혼 등의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면 반드시 사전에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시간만 넉넉히 주어진다면 교정 치료가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성인들의 경우 교정 치료보다 중요한 일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 의사들을 고민에 빠뜨리곤 한다.

문세기/하얀치과 원장·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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