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1.04 20:15
수정 : 2010.01.04 20:15
[건강2.0]
지난 8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은 여름의 한복판이라는 걸 입증이라도 하듯, 에어컨을 틀어도 좀처럼 더위가 진정되지 않는 무더운 날씨였다. 더위와 씨름을 하며 힘겹게 진료실을 지키고 있는데, 두꺼운 외투에 심지어는 내복까지 입은 30대 여자 환자가 몸을 으슬으슬 떨며 들어왔다. 그러면서 에어컨까지 꺼달라고 했다. 한 달 전 출산을 하고 난 뒤 더운 느낌에 에어컨을 켜놓고 잠들어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그 이후로 그 환자는 뼛속까지 시린 느낌이 들며, 온몸에 얼음을 끼얹은 듯 추위가 들어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더운 날에도 겨울코트에 내복까지 껴입고 있어 땀이 나고, 이 땀이 식으면서 추위를 더욱 심하게 만들고 있었다.
임신 후 산모는 쉽게 기혈이 부족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몇시간, 길게는 10여시간을 넘는 분만 과정을 겪으면서 기혈은 소진되고, 근골은 늘어지고 약해지게 된다. 출산 후 6~8주 정도 되는 기간을 ‘산욕기’라고 하는데, 임신과 출산으로 생리적 변화를 임신 전 상태로 회복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말한다. 이 시기의 조리가 산모의 평생건강을 좌우한다 할 정도로 건강관리에 중요하다.
‘산후풍’을 출산 후에 나타나는 관절통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지만, 산후풍이란 산욕기에 조리를 잘하지 못해 생긴 제반 증상들을 통틀어 얘기하는 매우 광범위한 용어다. 산후풍은 병명에서도 잘 드러나 있듯이 산후에 바람을 맞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원인이 굳이 찬바람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찬물로 손이나 몸을 씻는 것이나 심지어 찬 성질의 음식을 먹는 것도 포함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산후풍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을 여러 가지 열거한다. 그중 중요한 것은 산후 복통, 어지럼증, 산후 자궁출혈, 풍치, 두통, 관절통, 구역, 변비 등이다. 이런 증상들은 초기에 바로잡지 않으면 반복하여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산후풍을 예방하려면,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찬바람을 쐬거나, 찬 음식이나 날음식을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해산 후에는 당연히 힘든 일을 피해야 한다. 임산과 출산 중에 흐트러진 근골을 바로잡는 데는 최소 3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니 이 기간에는 가급적 충분한 안정과 절대적인 휴식이 필요하다. 당연히 이 기간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공급이 필요하다. 산후에 다이어트를 위하여 이 기간에 식사를 거르거나 소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절대 금물이다. 쌀밥, 미역국, 생선류, 콩류, 소고기 등을 섭취하여 쇠진해진 기운과 늘어진 근골격계를 회복시켜야 한다. 산모들이 쉽게 하는 실수는 산후 몸을 보하려는 의도로 무분별하게 보약을 섭취하는 것이다. 산후에는 자궁 내에 부속물 및 어혈이 많이 남게 되고, 이를 제거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자궁의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한 후에 보약을 쓰는 것이 좋다.
분만 당일과 산후 1일에는 침상에서 안정을 취하고, 화장실 가는 것 외에는 몸을 움직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산후 2~3일 때는 젖 먹일 때와 식사 때만 잠깐 앉도록 하며, 산후 4~6일께 비로소 실내를 가볍게 산책하도록 한다. 2주 정도 되었을 때야 비로소 외출이 가능하다. 목욕은 3주 후에 따뜻한 물로 가볍게 하도록 하고, 성생활은 6주 후에 가능하다. <동의보감>에서는 100일이 지난 후에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김이종 청년한의사회 학술국장·하늘벗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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