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2.0]
“어느 치과가 좋아요?”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호불호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고,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명확한 답이 있을 수 없다. 탤런트, 가수 등 연예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가 다양하다. 연기를 잘해서, 노래를 잘해서, 잘생겨서, 인간성이 좋아서 등 사람마다 취향과 평가의 기준이 다르다. 치과 선택에서도 마찬가지다. 치과가 깨끗해서, 의사나 간호사가 친절해서, 안 아프게 치료해서, 가격이 저렴해서, 그냥 가까워서 등 사람마다 자주 가는 치과를 선택하는 제각각의 기준이 있다. 한 가지 기준을 가지고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지만 무의식 중에 본능적으로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어느 치과가 좋으냐’라고 치과의사들에게 묻곤 한다. 그렇다면 ‘좋은 치과’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다음과 같은 기준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았으면 한다. 첫째, 자주 쉽게 갈 수 있는 치과가 좋다. 치과 치료의 특성상 단기간 또는 단 1회 만에 모든 치료가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치료가 마무리되었다 하더라도 구강 관리를 소홀히 하다 보면 언젠가 또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이전에 치료했던 치아에 충치가 재발하기도 하고, 충치 치료 뒤 치아에 씌운 보철물이 닳아 없어지거나 이탈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집이나 직장 근처 등 본인이 자주 다니는 동선에 있는 치과, 언제든 갈 수 있는 가까운 치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둘째, 오랫동안 다녔던 단골 치과가 좋다. 모든 병이 다 마찬가지이지만 의사가 환자의 상태나 병의 진행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치아우식(충치), 치주질환(풍치) 등 대부분의 치과 질환은 만성으로 진행된다. 오랫동안 다녔던 치과에 가면 진료기록이 남아 있어 질환의 진행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불필요한 검사를 줄일 수 있으며, 의사 입장에서도 병의 진단과 치료방법, 치료시기와 기간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소 구강위생 관리가 잘되고 있는지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 셋째, 환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주는 치과가 좋다. 대부분의 환자는 문제가 된 치아에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1~2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기본이고, 10년을 훌쩍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환자는 문제가 된 치아의 10년 세월 속에 아쉬운 과거를 담고, 의사는 그 속에서 치아에 대한 소중한 정보를 얻어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오랫동안 다녔던 단골 치과라서 진료기록이 남아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 속에서 그동안 어떤 치료를 어떻게 했는지, 결과는 어떠했는지 유추해야 한다. 환자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치과는 환자를 위해서도 의사를 위해서도 좋은 치과다.치과를 자주 쉽게 방문해 단골로 다니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분도 쌓이게 된다. 친분을 바탕으로 신뢰가 쌓이고 이를 토대로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이보다 더 좋은 진료는 없으리라 본다. 이선장/연성치과 원장·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집행위원장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