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1.11 19:14
수정 : 2010.01.11 19:14
[건강2.0]
혀는 끝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독특한 근육이어서 음식물을 삼키거나 말을 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실모양 유두가 혀 점막 전체에 분포하고, 버섯유두는 앞과 옆에 많으며, 유두에 있는 미각세포에서 음식 맛을 느낀다.
한의학에서는 입과 입술은 오장 중 비장(脾臟)에 속하고, 혀는 심장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12경락 중에서는 주로 족소음신경과 수소음심경이 혀를 관장한다.
혓바늘은 버섯유두에 염증이 생기는 것인데 현대의학에서는 빈혈이나 영양부족을 원인으로 보지만 한의학적으로는 노심초사로 인한 심열(心熱)로 설명한다.
혓바닥이 갈라지거나 입맛이 써지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입안이나 혀가 잘 허는 것은 심비(心脾)의 열 때문으로 보는데, 급성열병으로 올 수도 있지만, 소화불량이나 과식, 상기(上氣)로 만성적인 상열하한 상태가 될 때도 이런 증상이 잘 생긴다.
혀의 색이나 모양을 관찰하는 것은 한의학 진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건강한 혀는 밝은 연분홍빛으로 촉촉하게 젖어 있으며, 약간의 흰색 설태가 있다. 몸이 차면 혀 색은 보랏빛을 띠게 되며 열이 나면 점점 붉어진다. 혀가 딸기 모양으로 붉게 보이는 것은 성홍열을 판단하는 증상 중 하나이다. 혀가 퉁퉁 부은 것처럼 커 보이고, 혀 주변에 이빨 자국이 있으면 기운이 부족하거나 몸이 찬 상태로 본다. 선천적으로 갑상샘 기능이 저하된 크레틴병의 아기들은 혀가 매우 커져서 입을 벌린 멍한 표정이 된다.
설태는 각질화한 혀의 유두 표면에 입안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 침, 세균, 음식물 찌꺼기가 붙어 있는 것인데, 치아에 플라크가 끼는 것과 비슷하다. 흰색의 설태가 두껍게 있으면 속이 차고 위장 기능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속 열이 많으면 설태도 누런색이 되고 열이 더 심해지면 흑갈색이 되기도 하는데, 장티푸스 환자의 혀가 그렇다.
반대로 혀의 거친 표면이 거울처럼 매끄러워져서 설태가 전혀 없이 붉게 보이는 것도 좋지 않다.
실모양 유두가 밋밋해지거나 헐어 있는 위축성 염증에서는 혀가 얼룩덜룩하게 벗겨진 듯해서 지도 모양 혀라고 부른다. 현대의학에서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진 않지만, 발육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므로 건강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입안의 혀’라는 말처럼 주인 뜻대로 움직이며 쉼 없이 일하고 있는 혀, 양치질이나 화장할 때 한 번씩 살펴보면 좋겠다.
윤영주(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의사·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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