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1.13 21:52
수정 : 2010.01.1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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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오래된 잡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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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1984년 창간 <스크린> 편집장이 말하는 장수 잡지의 비결
10년을 버티면 회갑연이라도 열어줘야 할 것 같다. 그만큼 한국의 잡지들은 평균수명이 짧다. 소수의 팬들에게 소구하는 전문지 시장은 그 사정이 더욱 나쁘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단 한 번의 휴간도 없이 스스로의 제호를 지켜온 영화월간지가 있다. 지금의 20대부터 40대까지, 과거 스타에 대한 동경으로 열병을 앓아본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슴에 품어봤을 잡지 <스크린>이다. 1984년 3월, 당시 최고의 핀업 스타 브룩 실즈를 표지 모델로 앞세워 세상에 등장했던 <스크린>은 이후 장궈룽(장국영), 류더화(유덕화) 등 홍콩 스타들이 휩쓴 80년대 말을 지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천하를 통일했던 90년대 중후반까지 서점가를 풍미했다. <스크린>의 김도훈 편집장으로부터 장수의 비결을 들어보았다.
-90년대 말의 아이엠에프, 2000년대 초의 인터넷 열풍, 그리고 재작년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도 살아남았다.
“<스크린>은 창간 초기부터 영화 팬들만을 타깃으로 삼지 않았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 스타들의 최근 사진이나 정보를 소개하면서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그때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지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 한국영화 붐이 일기 시작한 90년대 말에는 표지에서부터 한국영화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고 그 또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렇게 시대와 세태에 따라 유연한 전략을 가져가고, 마니악한 영화팬들에게만 소구하는 잡지를 만들지 않았던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활자매체 위기론이 대두되면서부터는 <스크린>이라는 잡지의 전통과 상징성도 큰 구실을 하지 않았나 싶은데.
“어느 정도는 그렇다. 사실 영화 광고를 비롯하여 잡지 광고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위축되었고 그 영향에서 <스크린>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충성도 높은 독자들과 브랜드 네임이, 잡지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언제까지 활자매체로서 <스크린>이 살아남을까?
“이미 기로에 서 있다. 잡지의 바코드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으면 동영상이나 부가 콘텐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미국판 <에스콰이어>처럼, 종이 잡지와 연계한 디지털 서비스에 관하여 다양한 활로를 모색중이다.
-편집자로서도 고민이 큰 시점이겠다.
“기자들에게 주문하는 내용이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종이 잡지를 못 본 독자들에게 책을 읽힌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라고. 온라인 매체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에게 활자매체는 불편하다.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당장의 관건이 아닐까 싶다.
글 조민준 객원기자·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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