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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가서 마실 물. 필립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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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필립스와 함께하는 한 컵 토크 공모전
참 무심히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 ‘한 컵 토크’를 몇 번이나 읽고도, 별 자각 없이 물 흐르듯 일상을 보냈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 때문에 우리나라는 곧 물 부족 국가에 들지 모른다. 유별난 성격 때문에 평소 참 많은 물을 쓴다. 20년이 넘도록 애독하는 <한겨레>에서 ‘한 컵 토크’를 읽고 난 뒤부터 물을 쓸 때마다 자꾸 ‘한 컵의 물’이 떠올랐다. 그리고 얼굴이 붉어졌다. 5년이 넘도록 마사지실을 운영하는데 뜨거운 타월이 늘 필요하다. 온장고가 있지만 타월에 남아 있을 세균이나 세제 찌꺼기가 걱정되어서 펄펄 끓는 물을 부어 소독을 했다. 개업 때부터 커다란 두 되들이 스테인리스 주전자를 사용해왔다. 일회용 가스레인지를 켤 때마다 화재 걱정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그러다 지난주에 작은 주전자를 구입했다. 덩치가 엉덩짝만 하던 스테인리스 주전자와, 늘 불안하던 가스레인지를 치우자 공간이 깔끔해졌다. 쓰고 난 부탄가스통은 구멍을 뚫어 버려야 하지만 일일이 못과 망치로 작업을 하기 힘들어 그냥 버려왔다. 잘못인 줄 알면서 저질렀던 이런 찜찜한 죄의식에서 비로소 벗어났다. 그날부터 작은 주전자 하나가 물 쓰기를 즐기던 나의 습관에 태클을 건다. 한 컵의 물로 한 장의 찜타월을 적실 수 있다. 큰 타월은 두 컵의 물이 사용된다. 손님들 수에 맞춰 커피나 차를 타는 물의 양을 조절할 수도 있다. 무려 5년 동안 수도꼭지에 주전자를 들이대고 대중없이 물을 받아 쓰고, 끓였던 물은 화분에도 안 주고 그냥 버렸다. 그렇게 어디에도 쓰이지 못한 맑은 물들이 무심한 나를 돌아보지 않았을까? 어릴 적 할머니께서는 “누구나 살아 있는 동안 쓴 물을 저승에 가면 다 마셔야 한다”며 무서운 인과응보의 절수를 가르쳤다. 그런 옛말 따위는 잊었었다. 이 글을 마치고 한 잔의 물로 한 잔의 커피를 마셔야지. 이미진/경북 경주시 성건동 이번주를 마지막으로 필립스와 함께하는 한 컵 토크 공모전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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