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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대 vs 병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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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안인용의 연예가 공인중계소
의도하지 않게 자신을 서울대생이라고 속이고 과외를 하게 된 서운대생 정음이는 들키지 않으려고 계단에서 몸을 던지고 밤새 버스 광고판 자신의 얼굴에 낙서를 한다. 1등만 돈 버는 더러운 세상이 싫은 반항아 백현(유승호)은 살아보겠다고 그 잘난 자존심도 버리고 천하대 특별반에 들어간다. 이게 다 대학 때문이다. 대학이 뭐기에. 문화방송 <지붕뚫고 하이킥>의 서운대와 한국방송 <공부의 신>의 병문고를 중계소에 초대했다.
<지붕킥>은 시니컬한 현실주의자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답게 경기도 소재 이류 대학 얘기를 디테일하게 끌어내면서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나게’ 학벌주의를 비판한다. 지금까지 드라마는 항상 일류 대학 얘기만 해왔다. 드라마에 늘 재벌2세가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알고 보면 서울대생 1%를 제외한 대부분의 우리는 서운대생이고 재벌2세 0.001%를 제외한 우리 모두는 보통 사람인데 말이다. <공부의 신>은 <지붕킥>과 정반대에 서 있다. 입시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정면으로 얘기하지만, 그 방식은 판타지나 다름없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학생들이 세계 4위(한국에 세계 4위의 대학이 있다는 설정부터가 무협지 수준이지만) 대학이라는 천하대에 정말 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가든 못 가든 이 드라마는 판타지다. 만약 내가 강석호 변호사라면 천하대 특별반을 만드는 대신 그 멤버 그대로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 데뷔시키겠다. 이들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룹 이름도 ‘천하대 특별반’ 정도면 적당히 자극적이고 좋다. 이들을 데뷔시켜 1위를 거머쥔 다음 병문고등학교를 병문방송연예고등학교로 바꿔 전국의 모든 연예인 지망생들을 모으겠다. 서운대생이 서울대생을 만나 결혼하는 것과 삼류 고등학교 문제아가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는 것과 아이돌 그룹으로 성공하는 것, 이 셋 중에 뭐가 제일 쉬울까. 아니, 뭐가 가장 현실적일까.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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