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1.20 20:40
수정 : 2010.01.2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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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무 리조트 폴라 빌리지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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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마을 전체가 스노 레저타운 홋카이도 토마무 리조트
일본 최대 파도풀에서 몸 녹이는 맛도 그만
좋은 스키장이 갖춰야 하는 것은 딱 세가지다. 좋은 눈, 좋은 슬로프, 좋은 자연환경. 스키와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안다. 최신식 리프트나 고급 호텔, 잘 꾸며진 클럽하우스, 신나는 음악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진짜 스키와 스노보드를 아는 이들에게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고요한 산 정상에서 커다란 숲 한가운데 있는 한적한 슬로프를 내려다보며 머릿속으로 동선을 그리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크게 숨을 들이쉰 다음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바삭거리는 눈 위를 자기만의 속도로 가르며 달려갈 때의 그 짜릿함, 그 순간의 희열이 스키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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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스키 슬로프인 ‘키즈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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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행객 배려한 다양한 프로그램
알파 리조트 토마무는 그런 의미에서 좋은 스키장이다. 홋카이도만의 파우더 스노와 시원한 슬로프, 동물 발자국을 따라 나무 사이로 스키를 탈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갖췄다. 스노보드 마니아를 위한 하프 파이프 등의 시설도 있고, 최상급 스키어에게만 문을 여는 최상급자 한정 슬로프도 있다. 스키장이 어른들만의 것은 아니다. 어린이 전용 스키 슬로프인 ‘키즈 파크’에서는 작은 팔로 스키를 들고 뒤뚱거리며 슬로프를 올라가는 어린이 스키어와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예비 스키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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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빌리지에서 스노트레킹이나 화이트피크닉을 할 때 신는 스노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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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무 리조트는 스키 자체의 짜릿함뿐 아니라 ‘리조트’로서의 유쾌함도 선사한다. 도마무 지역에 위치한 토마무 리조트는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마을이나 다름없다. 제이아르(JR) 도마무 역과 17개 슬로프의 스키장, 3개의 호텔, 골프장, 수영장, 노천탕, 식당가, 교회 등이 15분마다 운행되는 셔틀버스로 연결돼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의 70% 정도가 가족일 만큼 토마무 리조트를 얘기할 때 가족형 리조트로서의 장점을 빼놓을 수 없다. 8개월부터 6살까지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탁아시설과 썰매 탐험대, 버터감자구이 만들기, 숲 속의 학교 등 ‘가오(GAO) 탁아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이외에도 곳곳에 ‘애프터 스키’ 프로그램과 시설이 있어 스키에 애착이 없어도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눈소풍 가서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잔 - 폴라 빌리지
‘토마무’는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의 언어로 ‘넓은 들판’이라는 뜻이다. 높게 솟은 산 아래 펼쳐져 있는 푸른 들판은 여름 골프 시즌에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겨울이라고 들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스노모빌이나 눈썰매 등 스키를 제외한 겨울 스포츠를 모두 즐길 수 있는 폴라 빌리지에 가면 눈 쌓인 넓은 들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폴라 빌리지 필수 액티비티는 손에 한껏 힘을 주고 속도를 내며 눈 위를 달리는 스노모빌. 눈밭에서의 레이싱을 체험할 수 있다. 바다가 있는 동남아시아 리조트에서 하는 바나나보트나 래프팅 역시 눈 위에서 즐길 수 있다. 직접 빙어 낚시를 한 다음 그 자리에서 빙어를 튀겨 맥주와 함께 먹는 와카사키 빙어 낚시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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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빌리지에 있는 아이스 글라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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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빌리지 액티비티 프로그램의 꽃은 화이트 피크닉. 2시간 정도 걸리는 화이트 피크닉은 눈이 쌓인 숲 속으로 떠나는 소풍이다. 준비물은 스키복과 스노슈. 무릎까지 오는 커다란 장화를 신고 그 위에 덧신는 스노슈는 무릎까지 쌓인 눈 속을 걸을 수 있게 도와준다. 스노슈를 신었다면 이제 숲 속을 걸을 차례. 가이드를 따라 온통 눈으로 뒤덮인 숲 속을 걷다 보면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일쑤. 넘어져 눈 속에 파묻혀도 이상하게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십여분을 올라가자 작은 통나무집이 나온다. 밖에서 눈 쌓인 숲을 이리저리 구경하는 동안 가이드가 직접 나무를 해 불을 땐 난로에서 물을 끓여 커피를 내려준다. “밖에서 작은 나뭇가지를 꺾어 오세요”라는 가이드의 말에 따라 나뭇가지를 꺾고 그 끝에 마시멜로를 꽂아 살짝 녹인 다음 크래커 사이에 넣어 커피와 함께 먹으면, 차가운 손끝이 따뜻해진다. 화이트 피크닉의 마지막은 눈썰매. 썰매를 타고 올라온 산을 미끄러져 내려간다. 눈으로 머리카락이 다 젖어도 어린이가 된 것처럼 계속 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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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글라스 공방에서 직접 송곳 등으로 얼음잔을 만드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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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 채플에서는 진짜 결혼식도 - 아이스 빌리지
오후 5시가 넘어 해가 지면 아이스 빌리지에 불이 켜진다. 아이스 빌리지는 말 그대로 얼음으로 꾸며놓은 작은 마을이다. 아이스 빌리지에는 아이스 호텔부터 아이스 바, 아이스 채플, 아이스 몰까지 얼음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이 존재한다. 아이스 빌리지에서 가장 먼저 발걸음이 닿는 곳은 아이스 글라스 공방. 이곳에서는 네모난 얼음을 송곳으로 깨면서 자신만의 얼음잔을 만들 수 있다. 걸리는 시간은 30분 정도. 얼음잔을 완성하고 나면 다음 코스는 아이스 바. 푸르른 조명이 마치 홍대 앞의 세련된 바를 연상시키는 아이스 바에서는 방석이 깔려 있는 얼음의자에 앉아 칵테일이나 주스를 마실 수 있다. 아이스 글라스 공방에서 직접 만든 얼음잔을 들고 아이스 바에 가면 음료를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고, 빈손으로 가도 얼음잔에 음료를 담아준다. 얼음으로 만든 식탁에서 음식을 먹는 아이스 레스토랑과 얼음으로 지은 호텔에서 침낭을 깔고 잠을 자는 아이스 호텔도 한번쯤 구경할 만하다.
아이스 빌리지의 또 하나 구경거리는 아이스 채플이다. 이글루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얼음교회 안에 들어가면 교회처럼 의자와 예배단이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다. 눈의 여왕이 결혼식을 올렸을 것만 같은 이 아이스 채플에서는 실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아이스 빌리지의 얼음건물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커다란 풍선을 불어놓고 그 위에 물을 뿌리면서 얼음을 얼려 짓는데, 문제는 며칠 동안 밤마다 직원들이 직접 물을 뿌려야 한다는 것. 만드는 데 필요한 열정 때문인지 아이스 빌리지의 얼음건물에 들어가면 어느 정도의 한기는 느껴지지만 춥지는 않다. 아이스 빌리지에는 작은 스케이트장도 있고, 바람이 없는 날에는 하늘로 떠오르는 야간 열기구도 탈 수 있다.
⊙ 스키 피로 한 큐에 푼다 - 비즈 스파 하우스·기린노유·도카치가와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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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무 리조트 내 일식당 ‘미카쿠’의 참치덮밥과 따뜻한 메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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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얼음에서 뛰어놀았다면 그다음은 따뜻한 물에서 몸을 녹일 차례다. 토마무 리조트 내 비즈 스파 하우스의 수영장은 일본 최대 규모의 초대형 파도 풀장이다.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에 잠시 몸을 맡긴 다음 스키 때문에 피로가 쌓인 근육을 풀 수 있는 제트 스파 자쿠지로 가보자. 자쿠지 노즐이 뿜어내는 물로 전신을 마사지하면 천천히 몸이 풀리는 걸 느낄 수 있다. 비즈 스파 하우스 옆에 딸린 노천탕 기린노유도 가볼 만하다. 코앞에 눈밭을 두고, 머리는 차갑게 몸은 따뜻하게 목욕하는 재미가 제법이다.
노천탕 기린노유도 괜찮지만, 홋카이도까지 왔는데 온천에 몸을 담가보지 않고 가는 건 아무래도 섭섭하다. 토마무 리조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도카치가와 온천은 전세계에 두 곳뿐이라는 식물성 온천이다. 이곳의 온천수는 어두운 갈색을 띠고 미끌거리는 게 특징. 도카치가와 온천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나와 유제품으로 유명한 홋카이도의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단, 빨리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 아이스크림은 먹지 않는 편이 좋겠다. 홋카이도 스키 여행처럼 달짝지근하면서도 고소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한번 맛보면 홋카이도를 떠나기 싫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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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여행쪽지
안도 다다오의 매혹적인 웨딩 채플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공항에서 각각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과 아사히카와 공항까지 비행기편을 운행한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기차를 이용하면 도마무역까지 1시간 걸린다. 도마무역에서 토마무 리조트까지는 셔틀버스로 연결된다. 신치토세 공항과 아사히카와 공항에서 토마무 리조트까지 버스를 이용하면 각각 2시간30분과 1시간40분이 걸린다.
◎ 토마무 리조트는 한국인 관광객들만을 대상으로 골드 카드 패키지를 제공한다. 골드 카드 패키지에는 항공에서부터 객실, 레스토랑, 리프트권, 스키·스노보드 대여, 폴라 빌리지 액티비티, 아이스 빌리지 액티비티, 도카치가와 온천 등이 포함돼 있다. 패키지 요금은 호텔 등급에 따라 다르다. 문의 유니홀리데이 (02)756-6262.
◎ 토마무 리조트에는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은 ‘물의 교회’가 있다. 안도 다다오가 1988년 세운 이 교회는 물과 자연의 조화를 주제로 설계한 걸작. 여름에는 호수 한가운데 세워진 십자가가 모습을 드러내지만, 겨울에는 호수 대신 눈 한가운데 서 있는 십자가를 볼 수 있다. 실제 교회가 아닌 결혼식을 위한 교회로, 실제 매년 200쌍이 넘는 커플이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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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무(홋카이도)=글·사진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제공 알파 리조트 토마무 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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