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2.01 20:31 수정 : 2010.02.01 20:31

불타는 통증 대상포진…‘노인병’은 옛말

[건강2.0]
면역력 약한 젊은층 환자 증가
원인 모를 고통…진단 어려워
‘물집’ 보이면 사흘안 병원으로

29살 회사원 김소희(가명)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왼쪽 엉덩이가 콕콕 찌르는 듯 아팠다. 때때로 엉덩이가 불에 타는 듯 고통스러웠다. 김씨는 엉덩이뼈에 이상이 있나 싶어 정형외과에 가 엑스레이를 찍었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 엉덩이 통증 외에도 감기 몸살처럼 몸이 춥고, 열이 나고, 속이 메슥거렸다. 수주째 잠을 못 이루다 그는 결국 한밤중에 응급실로 향했다.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하고 시티(CT) 촬영까지 해봤지만, 몸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김씨는 몸은 아파 죽겠는데 병원에선 이상 없다고 하니 죽을병에 걸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통증 부위에 갑자기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2주 전 찾아간 내과에서 최종적으로 받은 진단명은 대상포진이다. 항바이러스제와 소염제를 처방받아 먹으니 한결 통증이 가셨다. 통증이 가시니 잠도 잘 자기 시작했다. 두세 달 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노심초사했던 시간이 억울하기만 했다.

■ 젊은층 공격하는 대상포진 대상포진은 과거엔 50대 이상 노인들에게서 주로 발생했다. 하지만 요즘엔 면역력이 약해진 젊은 층에서도 대상포진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열연중인 배우 정보석씨, <선덕여왕>의 이요원씨도 이 병을 앓았다. 제때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하고,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체력이 저하된 젊은 층이 대상포진의 주 공격 대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씨의 경우 아침은 빵을 먹거나 아예 건너뛰었다. 점심은 김밥이나 샌드위치로 대신했고, 저녁은 외식을 하거나 간단히 먹었다. 운동은 주기적으로 하지 않았고, 회삿일과 집안일 등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대상포진은 어렸을 때 수두를 앓은 경우 혹은 앓지 않았더라도 몸 안에 수두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는 경우 몸의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돼 신경절을 침범해 생기는 병이다. 신경절이란 신경 세포체를 구성하는 신경 조직 집단을 말하는데, 주로 말초 신경이 지나는 경로에 국부적으로 신경 세포가 혹처럼 뭉쳐 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대상포진 노인 환자 수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면역력 약한 젊은 층까지 가세해, 최근 5년간 대상포진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 초기엔 다른 질환과 혼동 대상포진은 일반적으로 피부에 물집이 발생하기 1~2주 전부터 그 부위에 심한 통증이 생긴다. 그 뒤 작은 물집이 옹기종기 모이고, 전체적으로 띠 모양을 그리며 수포가 발생한다. 대상포진은 신경이 분포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라도 침범한다. 하지만 일단 침범하면 해당 신체부위에 집중적으로 증세가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초기엔 통증만 있어 김씨처럼 다른 질환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평소 경험해보지 않은 심한 통증과 감각 이상이 몸의 어느 한쪽에만 나타난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대상포진이 머리 쪽 신경절에 나타날 경우 편두통이 먼저 와 많은 사람들이 뇌 사진을 찍곤 한다. 목 쪽에 나타날 경우엔 목디스크, 가슴 부위에 생길 경우엔 협심증이나 갈비뼈 골절로, 수두 바이러스가 요추신경절을 침범할 경우엔 허리디스크로 오인하기도 한다. 김찬 아주대병원 신경통증클리닉 교수는 “대다수 환자들은 통증을 먼저 호소한 뒤 수포가 발생해 초기 증상만으론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 물집 생기면 3일내 치료를 대상포진의 피부발진 증세는 붉은 반점과 수포다. 이런 증세가 3일 정도 지나면 고름이 차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딱지가 져 2~3주 뒤엔 떨어져 나간다. 따라서 물집이 생긴 뒤 3일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먹거나 정맥 주사를 맞아야 한다. 열찜질이나 신경주사로 통증을 줄이기도 한다.

대상포진은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 시작이 늦어지면 나중에 치료된 뒤에도 신경통에 시달릴 수 있다. 치료 기간에는 찬바람을 쐬지 말고 목욕할 때는 물집이 터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닦아주는 것이 좋다. 남에게 옮길 가능성은 낮으니 전염에 대해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는 사람 중에서 어린이, 노인, 환자 등과는 직접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음, 과식, 과로를 피하고, 정기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로 강한 면역력을 유지해야 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도움말: 김찬(아주대병원 신경통증클리닉 교수) 강진수(강한피부과 원장) 김혜성(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대한피부과의사회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