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2.08 19:55
수정 : 2010.02.08 19:55
[건강2.0]
목은 머리와 몸을 잇는 요충으로 앞을 경(頸), 뒤를 항(項)이라 한다. 목의 중요한 기능은 머리를 지탱하는 것인데 머리의 운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기의 운동 발달은 머리부터 다리 쪽으로 일어나서, 대략 3-4개월에 목을 가누는 것이 정상이다. 목을 가누는 시기가 이보다 많이 늦어지면 발달 지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분만시 손상으로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신생아 사경(斜頸)은 점차 보기 힘들지만, 잘못된 자세로 인해 목이 약간 기울어진 성인은 더 많아진 듯하다.
‘길목’, ‘목이 좋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목은 또한 인체의 중요한 통로이다. 척추신경이 지날 뿐 아니라 호흡과 음식섭취의 통로인 인두, 후두가 있는 곳이며, 머리에서 발끝으로 흐르는 여섯 개의 양경락이 모두 목을 지나간다. 머리와 몸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이기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때 병이 잘 생긴다. 목 부위에 있는 갑상샘이 커지는 것이 그중 하나이다. 갑상샘 기능항진증, 기능저하증 모두에서 갑상샘이 부어오르며, 양성 갑상샘 결절이나 갑상샘암에서는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질 수도 있다.
매핵기(梅核氣)란 병도 있다. <동의보감>에는 목구멍에 매화씨나 솜뭉치 같은 것이 걸린 듯한데, 뱉어도 나오지 않으며 삼키려 해도 넘어가지 않는 증상으로 묘사되어 있다. 현대의학에서는 인두 종괴감, 혹은 인두신경증이라 하는데, 이비인후과 초진 환자의 3~10%를 차지할 정도로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신경성 질환으로 보아 정신과 치료를 주로 했지만, 최근 진단 방법이 발달해 위액의 역류로 인한 인후두의 염증과 부종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알려졌다.
한의학에서는 칠정(七情)으로 기가 울결되어 담연(痰涎)이 생긴 것을 원인으로 보며, 부인에게 많은 병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성이라는 현대의학 설명과 서로 통한다. 체액 대사가 순조롭지 못해 생긴 병리적 체액이 담연이므로 역류성 위식도질환과 연결시켜 볼 수도 있다. 2500년 전 히포크라테스가 자궁의 이상 때문에 여자에게만 생긴다고 해서 히스테리성 인두라 부른 것도 비슷한 점이 있다. 최근 급증한 갑상샘암도 여자에게서 5~6배 더 잘 생긴다. 가슴에 열이 몰리고 기가 뭉친 것이 목이라는 좁은 통로에서 이런 병증들을 일으킨 것이다. 화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묵었던 화병까지 시원하게 뚫리는 설 연휴 보내시고 희망찬 경인년 맞으시길 빈다.
윤영주(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의사·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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