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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지원 상상하면 재미 두배.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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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에스비에스 ‘두시탈출 컬투쇼’ 문화방송 ‘지금은 라디오시대’
한국방송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웃기는 사연 베스트
꽉 막힌 도로 위 자동차 안에서 ‘좀더 막혔으면 좋겠다’ 생각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바쁘게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웃음이 터져 혀 깨물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깜깜한 밤 혼자 웃다가 겸연쩍어지신 적 있으십니까? 이게 다 미친 듯이 웃기는 라디오 사연 때문입니다. 각 방송사의 시간대별 대표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재미있는 사연’ 추천을 부탁했습니다. 최근 방송된 사연 중에 ‘큰 웃음, 빅 재미’를 준 사연을 소개합니다. 할머니 연기로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 부럽지 않은 김태균과 맛깔나는 목소리의 최유라, 화장실 에코가 유난히 잘 어울리는 유희열 등 각 프로그램 디제이 목소리로 자체 ‘음성지원’을 하며 읽으면 더 재미있다는 거, 잊지 마세요.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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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비에스 <두시탈출 컬투쇼> ‘사연진품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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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진품명품’ 김장을 하며 우리 가족은 연말에 김장을 할 때 외갓집에서 온 가족이 모여서 합니다. 노동착취를 당하는 가족 수가 외할머니부터 6학년 동생까지 총 49명입니다. 어머니가 7남매거든요. 4년 전 그날도 김장을 담그러 외갓집에 모두 모였죠. 첫날은 온 가족이 동원돼 한가지 일만 합니다. 엄청난 양의 마늘을 까는 거죠. 그것도 49명이 모두 들어가서 마늘을 깔 수 있는 아주 큰 황토방에서요. 그날도 마늘을 까고 있었습니다. 외할머니만 좋아하는, 재미없는 드라마를 보면서, 가족은 마늘까기에만 전념했어요. “까는 속도가 이거시 뭐이냐! 다 안 까믄 방에서 못 나갈 줄 알아!”
외할머니는 언행이 거친 편이십니다. 가족은 화장실도 못 간다는 협박을 듣고서는 손에 모터를 단 듯 미친 듯이 마늘을 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누군지 확인하려 했지만 창문도 없고 할머니는 가는귀가 먹으셔서 잘 듣지도 못하시는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앉아 있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갑지가 ‘팟’ 하면서 정전이 됐습니다. “워메, 시방 뭐 쓰잘데기 없는 전기를 뭐한답시고 겁나게 쓰브러갓고 정전이 되어븐다냐?” “아이구, 어머니, 가끔 이러잖아요. 조금만 기다리셔요.” 모든 가족이 어둠 속에서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토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누가 화장실이 급해서 뛰쳐나갔나 보다 했는데, 누군가가 “켜!”라고 외치더군요. 불은 켜졌습니다. 우리 가족은 정말 놀랐습니다. 토방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복면을 이마 위로 올리고 가방과 칼을 든 도둑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움찔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49명이 모두 칼을 들고 있지 않았겠습니까? 도둑은 경악하더군요. 외할머니가 먼저 나서시더라구요. “뭐여? 한전에서 왔슈?” 우리는 피식피식 웃었고 할머니는 사람을 제대로 보시고서야 도둑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너 도둑이지? 맞지? 왐마, 니가 오늘 도둑질이 처음이로구마! 죽을 텨?” 그 말을 듣더니, 도둑은 울었습니다. 서럽게 울더군요. 우리는 밖에 있는 사람을 포함해 도둑 두 명에게 차비를 꼬박 챙겨서 보내줬습니다. 그 형님들 젊어 보이던데 지금 성실하게 좋은 일 하시면서 사시는지 궁금하네요. ‘하얀플랫’/전남 보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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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지금은 라디오시대>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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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육교 위의 남자 남편과 저는 자그마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때는 지난 연말이었습니다. 큰 식당들은 연말모임이다 송년회다 해서 손님들로 북적이는데, 저희 식당엔 손님들이 찾질 않더군요. 남편이 저에게 먼저 들어가 애들 밥을 챙겨주라고 하더군요. “추운디 옷 따땃이 혀고 택시 타고 들어가!” “아고, 집이 코앞인디… 뭔 놈의 택시라요? 그냥 걸어가도 된께. 걱정 마쇼이.” 남편에게 뒷정리를 맡기고 먼저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높은 육교가 하나 있는데, 육교 중간쯤 걸어갔을까요? 웬 남자가 육교 위에서 신발을 벗어던진 채 육교 난간 위로 올라가려는 게 아니겠습니까? 전 쏜살같이 달려가, 그 아저씨를 잡았습니다. 아저씨에게선 술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아저씨 뭐땜시 이라요? 술을 겁나게 잡숴브렀나가 보네. 아무리 그래도 이라믄 안 되지라.” “아줌마가 뭔디 그란다요? 이거 놔랑께요. 암만 노력해서 살아봐야 알아주지도 않는 더~러운 세상! 살아서 뭣한다요. 그냥 확 죽어버리고 싶응께 말리지 말고 그냥 가던 길이나 가쇼.” 고주망태가 된 그 아저씨는 당장이라도 그 높은 육교에서 떨어질 기세였죠. 두고 볼 수가 없어 그 남자의 허리께를 붙잡았습니다. “아자씨, 이라지 말고 나랑 워디 가서 얘기나 좀 합시다. 죽으믄 모든 게 끝날 것 같지만서도 그란게 아니랑게요. 목숨을 이라고 가볍게 생각혀심 안 돼라. 하나뿐인 목숨은 소중한 것이여요. 다시 한번만 더 생각해 보랑게요.” “무슨 여자가 이라고도 힘이 세다요! 이거 놔랑께요. 나 하나 죽으믄 그만인 것이재. 나 땜시 주위 사람들까지 고생시키는 거 생각하믄 나 하나 죽는 것쯤은 암시랑 안혀요. 그니까, 이거 놔랑게요!” “죽을 용기로 다시금 살 생각을 혀야지라. 아자씨 하나 죽으믄 끝이라고 현다지만 마누라는 워쩔거고 집에 토끼 같은 자식새끼들도 있을 거인디 누구는 죽고 싶은 맴이 없어서 이라고 살고 있는 것인 줄 안다요? 죽을 용기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 생각을 혀시요.” 전 그 아저씨 허리를 붙들고 횡설수설 그 아저씨를 설득하려 했습니다. 그 아저씨도 고집이 보통이 아니더군요. 계속 제 손을 뿌리치고, 난간 위를 오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겁니다. 그때였죠. 아줌마 두 분이 육교 위를 올라오는 게 보이데요. 고함을 쳤습니다. “아줌마들, 여그 좀 도와주시요! 이 아자씨가 시방 여그서 뛰어내릴라고 이라요! 퍼뜩 와서 이 사람 못 뛰어내리게 좀 잡아주시요!” 그 아줌마들, 어디서 한잔 꺾으셨는지 알딸딸하게 취해서는 도와줄 생각은 않고, 혀를 끌끌 차며 이러는 겁니다. “넘 부부싸움 괜히 말렸다가 나중에 딴소리 혀니께. 우린, 이만 가자고! 날씨가 오살나게도 추워브네!” 1분 1초가 긴박한 상황에서 궁시렁대기 바쁜 아줌마들을 보니 환장하고 팔짝 뛰겠더군요. “아니, 그거시 아니랑게요. 아고, 나도 힘 다 빠져서 말도 더 못하겄응께. 이 양반 좀 말려달랑께요. 빨리요.” “아줌씨도 참말로 깝깝허요이. 차라리 119에 신고를 혀서 남편을 데리고 가라든지 헐 일이재. 뭣헌다고 이 추운디 그라고 있다요? 우리는, 넘 부부싸움에 감 나와라 배 나와라 하기 싫응게 못 본 걸로 허고 갈라요이.” “이 사람하고 나하고 부부가 아니랑께요. 못살겄네. 이 아저씨하고 나하고 어딜 봐서 부부 같아요? 그라고 가블믄 워쩐다요!” 저의 애타는 외침에도 아줌마들은 매정하게 떠나버렸고 전 정말이지 울고 싶더군요. ‘나도 저 아줌마들처럼 못 본 척하고 지나가불 것을 이 죽일 놈의 오지랖 때문에 환장해불겄구만.’ 제 맘을 알 리 없는 그 아저씨는 여전히 제 손을 뿌리치려 안간힘을 쓰며 이러더군요. “아줌마! 저 아줌씨들 말마따나 막말로 우리가 부부도 아니고, 아줌마가 뭔디 나한테 이란다요. 아줌마도 참 할 일도 없는갑소이! 아줌마가 나 마누라다요? 뭐다요? 도대체 뭣이간디 나보고 살으라 말라 그라요?”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듭디다. ‘맞어. 나가 뭐 이 남자 마누라여, 뭐여? 이 남자 말마따나 나가 왜 이 고생을 혀고 있는 거재?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 말리는 내가 미친 거지.’ 그래서 그 아저씨의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곤 그랬습니다. “죽든지 말든지 그쪽 맘대로 혀시요! 나도 인자는 더 말릴 힘도 없고 집에 배 쫄쫄 굶고 나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두 새끼들이 있응게. 나도 인쟈 집에 가봐야 쓰겄소. 내는 아무리 더~러운 세상이여도 자식새끼들 땜시 살아야 되겄응께. 아자씨는 죽든지 말든지 맘대로 허시라구요… 알겠지라?” 그렇게 손을 털고 자리를 뜨려 했습니다. 몇 발자국 걸어가려는데, 갑자기 그 아저씨가 막 울면서 저를 애타게 부르는 게 아닙니까? “아줌씨, (엉엉) 그란다고 그냥 그라고 가믄 워쩐다요? 나 혼자 놔두고 가지 마시오.” “좀 전까지는 죽고 잡다고 야단이드만 뭔일이다요.” “나도 죽고 잡아서 이러는 거 아니여라. 나도 살고 잡당께요. 토끼 같은 자식들이 있고 여우 같은 마누라도 살아있는디 나라고 워디 죽고 잡다요! 안 그려도 무서워 죽겄는디 혼자 놔두고 가지 마시요!” “와요? 여서 떨어져불면 내일 아침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오고 좋겄구만. 맴먹은 대로 쌩쌩 달리는 차 위로 그냥 떨어져 블시오.” “워짜고 말을 그라고 무섭게 한다요? 나가 죽는다 혀도 다시 생각해 보고 살으라고 혀야재. 죽겠다는 사람헌티 진짜로 죽으라고 혀믄 무서워서 워디 죽겄어요?” “아자씨, 죽을 용기도 없었구먼! 인자껏 다 쌩쑈한 것이라요?” “그건 아니지만 아줌마가 그리 말하니까 너무 섭섭해서 그려요!” “아자씨한테 두손두발 다 들었소. 식구들 얼굴 봐서 열심히 살란 말이여라. 이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 중 편하게 사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겄소? 제 나름대로 고민도 있고, 슬픔도 있고, 그런 것이재!” 그 아저씨, 제 말에 완전히 체념한 듯 울면서 신발을 주섬주섬 찾아 신데요. 그러더니 절 붙들고 이러는 겁니다. “계단 공포증이 있어서 계단 내려가는 게 젤로 무서워라. 계단 내려갈 때까정만 제 손 좀 꽉 잡아 주셔라.” “육교 위에서 떨어죽겠단 사람이 계단도 못 내려오면 어쩐당가요. 이 아저씨 참말로 못 말리는 아저씨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아저씨를 부축해 육교 계단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그냥 보내기가 맘에 쓰여 식당으로 데려와 남편과 함께 그 사람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이 달려와서는 몇 번이고 고맙다며 인사를 하는데, 그제야 내가 큰일을 해냈구나 싶더라고요. 그 후, 남편은 처음 보는 남자의 허리까지 잡아가며 한 생명을 구한 저를 이렇게 놀립니다. “아무리 그래도 생판 모르는 남자의 허리춤을 잡고 구할 생각을 다 하다니. 우리 마누라 간이 넘다 큰 거 아녀?” “그라게 말이요! 인자 누가 됐건 죽는다고 혀도 신경 안 쓸라요. 오지랖이 넓은 것도 병이랑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제 앞에 다시 한 번 그런 상황이 닥쳐도 똑같이 했을 겁니다. 아무리 사는 게 힘들어도 하나뿐인 목숨은 소중합니다. 그 죽을 용기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삽시다! 김미선/전남 순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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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낭만다방 너 외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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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다방 너 외롭지?’ 소연이의 하소연 저는 압구정동에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입니다. 동네가 동네인지라, 밥값이 만만치 않아요. 평균 7000원 정도? 어느날 회사 근처에 고깃집이 생겼어요. 우연히 지나다 메뉴판을 봤는데 5000원부터 있더라구요. 회사 직원들은 쾌재를 불렀습니다. 50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니. 특히 그 집은 논두렁 우렁이 비빔밥이 맛있어요. 저는 이 집에 가면 이것만 먹어요. 우렁이 넣은 강된장과 야채를 밥 한 공기 넣고 비벼 먹으면 일품이죠. 며칠 전이었어요.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고 사무실에 들어가는데 일주일 전에 소개팅한 남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왔어요. ‘점심 맛있게 먹었어요? 난 아직인데. 뭐 먹었어요? 오후도 힘내서 일해요!’ 저는 기분이 좋아서 얼른 답장을 보냈죠. ‘회사 근처 생긴 식당에서 논두렁 우렁이 비빔밥 먹었죠. 요즘 이 맛에 빠져 살아요^^ 식사해요. 든든히 먹어야 또 열심히 일하죠!’ 그 뒤로 며칠 연락이 없더라구요. 여자의 자존심이랄까, 먼저 연락하기 뭣해서 그 사람이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다 말았죠. 그런데 저는 오늘 깜짝 놀랐답니다. 보낸 메시지함을 보니까 문자 마지막에 오타가 있더라구요. 논두렁 ‘우’렁이를, 논두렁 ‘누’렁이라고 보냈지 뭐예요. 저는 졸지에 누렁이 비빔밥을 먹은 여자가 된 거예요. ‘회사 근처 생긴 식당에서 논두렁 누렁이 비빔밥 먹었죠. 요즘 이 맛에 빠져 살아요^^’ 라고 보낸거죠. 심지어 누렁이 맛에 빠져 산다고 보냈으니. 이제 와서 오해라고, 오타라고 말하기도 애매하고. 전 그렇게 그 사람에게 잊혀지나 봅니다. 한없이 외로워지네요. 지나가는 누렁이만 봐도 ‘니가 내 외로움을 아니?’ 하소연하고 싶어지네요. 전소연/인천시 남동구 ◎ 자취하는 여자들에게 고하는 시(부제: 안 생겨요Ⅱ) 이제 막 자취 시작하셨나요? 어때요? 외롭죠? 텔레비전에 나오는 싱글 여자들처럼 멋지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잘 안되죠? 다 그래요. 그래도 곧 생길 것만 같죠? 지선 언니가 남자들이 자취하는 여자 좋아한다니까, 조금 설렜죠? 그러지 마요. 자취한다고 다 되는 거 아니에요. 살림살이는 다 사셨어요? 안 사셨죠? ‘이제 곧 혼수 장만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괜히 낭비일 것 같아.’ 이런 생각 하시면서 불편해도 그냥 참고 살죠? 그러지 마요. 그거, 다 본전 뽑아요. 가구도 사구요. 그릇도 사구요. 가전제품도 사세요. 그냥 무리 안 하고 천.천.히. 다 갖추면서 사람답게 사세요. 그래도, 본전 뽑을 거예요. 지금 이 이야기 들으면서도 ‘난 결혼할 때까지 안 살래. 내 친구들은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 하던데. 결혼할 때 예쁜 가구, 예쁜 그릇, 예쁜 잠옷 세트 살 거니까 조금만 참아야지’ 이런 다짐, 하고 계시죠? 그러지 마요. 언니가 해봐서 알아요. 그리구요. 꼭 부탁하는데 침대 고를 때 괜히 퀸사이즈 살까 고민하 지 마세요. 다, 부질없어요. ㅅ아무개/서울 강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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