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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15 22:18 수정 : 2010.02.17 10:27

[건강 2.0]

2005년 초 어느 날 오후, 일본 와카야마 대학병원. 정신분열증으로 입원중이던 한 남성이 자신의 입원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발견되기 두 시간 전 병원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고 하는데, 사망에 이를 만한 외상이나 약물중독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틀 뒤 실시된 부검에서 가장 특이한 소견은 위장이 엄청나게 커져서 거의 방광에 닿을 정도로 부풀고 처져 있었는데, 위, 십이지장, 소장 안은 약간의 소화된 음식 외엔 물로 가득 차 있었다. 폐는 심하게 부어 있었고, 뇌도 약간 부어 있었으며, 혈액은 묽어진 소견을 보였다. 최근 6개월간 다음(자주 물을 마심), 다뇨(자주 소변을 봄), 요실금(소변을 지림) 증상이 있었다고 하는데, 간호사에 따르면 환자가 자주 물을 과하게 마셨다고 한다. 사인은 치명적인 물 중독이었던 것이다.

가장 잘못 알려져 있는 건강상식 중의 하나가 물은 ‘많이’ 마실수록 좋다는 것이다. 물을 ‘충분히’ 마시도록 권장한 것이 와전된 듯한데, ‘충분히’란 ‘모자라지 않게’라는 뜻으로 ‘많이’라기보다는 ‘적당히’에 가깝다. 의학에서는 ‘적당’ 즉, 알맞은 정도를 매우 중요시하는데,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여 지나친 것이나 모자란 것이나 둘 다 좋지 않다는 중용의 사상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약의 경우, 적당한 용량보다 모자라면 효과가 없고 이보다 과하면 독(毒) 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음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자라면 영양실조가 되지만, 과하면 비만으로 건강을 해치게 되듯 뭐든지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도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폭음하면 혈액이 묽어져 폐와 뇌가 붓거나, 근육이 녹을 수 있으며, 저나트륨혈증이 심해져 의식저하로 사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린 뒤라도 물을 너무 과음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이 경우 염분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드물지만, 평소에 물을 과음해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위장병은 종종 보게 된다. 소화불량이나 위하수, 위 무력증, 위염 중 상당수가 과음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적정 수분섭취량이 2ℓ라고 하면, 이 안에는 식사 때 섭취하는 국, 찌개, 밥, 반찬에 포함된 수분뿐만 아니라 차나 음료수, 약 먹을 때 마시는 물도 포함되는 것이다. 이러한 수분은 계산하지 않고 따로 많은 양의 물을 그것도 한꺼번에 벌컥벌컥 마시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물은 1~2시간에 1잔 정도면 충분하다.

한재복/실로암한의원·토마스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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