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유 노 윈도구팔?
|
[매거진 esc] 하이스코트 킹덤과 함께하는 영업맨 사연 공모전
1997년 컴퓨터 관련 회사에 영업파트 신입사원으로 근무해 회사생활에 적응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공대생 취업 때 토익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남들만큼은 해야겠기에 지지리 못하는 영어를 어찌어찌 중간 이상의 점수까지 올려놨다.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을 때였다. 미국 엔지니어들이 회사로 출장을 왔다. 갑자기 회의실에서 고참 대리가 나를 불렀다. 회사에 영어 잘하는 사원이나 해외 유학파 사원이 모두 자리에 없다며 나보고 회의실에 들어오라는 것이 아닌가. 회의실에는 영업담당 이사님과 관리자급 상사가 몇 분 계셨고 그 앞에 금발의 젊은 미국인 친구 한 명, 더부룩한 수염을 가득 얼굴에 붙이신 나이 든 외국인 한 명이 있었다. 우리 회사가 일을 따내려 협상하는 자리였기에 더욱 긴장됐다. 대략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통역하고 궁금한 것을 대신 물어봐 달라고 이사님은 부탁하셨다. 두 미국인의 얘기는 눈치와 ‘통밥’으로 대충 맞혔다. 회사 높으신 분들의 흐뭇한 표정이 보였다. 문제는 부장님이었다. 갑자기 “미국 소프트웨어가 윈도 98에서 호환이 되는지 물어보라”는 것이 아닌가. 헉! 듣는 건 통밥과 눈치로 했지만 영어로 물어보라고?? 하늘이 노래졌다. 하지만 일단 입을 열었다. “여어~디스 소프트웨어 이즈…어…유즈드 앤드 오퍼레이팅…인 윈도구팔?”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미국 사람들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왓?” “왓 윈도구팔?” 엇? 윈도구팔을 몰라? “두 유 노~~윈도엔티(WindowNT)?” 미국인이 답했다. “예~아이 노 위도엔티(WindowNT) 벗~~아이 돈 노 윈도구팔(Window98).” 회사 높으신 분들의 수십 개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우리 부서 과장님이 입을 연다. “아, 이 소프트웨어는 엔티용인가 보네요… 미국에서는 윈도구팔을 많이 사용하지 않나 봅니다.” 허걱… 그런 것 같았다. 엔티는 알면서 98은 왜 모르는 거야?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식은땀으로 범벅 된 나에게 고참들이 와서 한마디씩 한다. “뭐 그럭저럭 영어 하네?” “하하, 좀 당황해서요, 제가 원래 더 잘하는데… 하하~” 그때 외국 유학파인 선배가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선배를 붙잡고 혹시 미국 사람들이 윈도98을 안 쓰냐고 물었다. 곰곰이 생각한 유학파 선배 왈, “야! 윈도구팔이 영어냐? 윈도 나인티에이트라고 해야지!” 헉… 순간 주위에 있던 고참들의 눈초리는 비난을 넘어 애처롭고 불쌍하다는 눈빛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왔던 “윈도구팔”이란 표현은 영어가 아닌 ‘영어+한국어’였다. 10년 전에 있었던 잊지 못할 추억이다. 동정은위스키 킹덤과 〈esc〉가 영업사원들의 애환과 성공담을 나눕니다. ‘영업사원의 눈물겨운 생존전략’ ‘까칠한 고객과의 일화’ ‘목표 달성을 위한 좌충우돌 사연’ 등을 보내주세요. 매주 1분을 뽑아 50만원 상당의 킹덤 및 하이스코트 와인 세트와 골프 용품 세트를 선물로 드립니다. 자세한 응모 요령은 <한겨레>(www.hani.co.kr) 누리집에 접속해 esc 게시판을 확인하세요.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