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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17 19:32 수정 : 2010.02.20 17:04

안성 금광면 복거마을 조성래씨 집 벽에 그려진 담배 피우는 호랑이 벽화. 탐방객들이 셔터를 자주 누르는 대표적인 장소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백호 사파리·호랑이 그림 마을·호랑이 무덤 찾아가는 백호해 추천 여행지 3곳

경인년 호랑이해. 호랑이를 만나려면 호랑이 마을로 들어가야 한다. 호랑이와 호랑이 이야기를 좀더 가까이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곳, 호랑이 마을 여행을 떠나보자. 차를 타고 이동하며 호랑이와 직접 대면할 수 있는 ‘호랑이 사파리’가 있고, 호랑이 사연을 간직한 마을엔 볼거리, 이야깃거리가 수두룩하다.

영월 주천면 신일리 금산 자락 의호총의 효자 금 처사와 호랑이상.

⊙ 코앞에서 만나는 황호·백호 - 에버랜드 호랑이 사파리 | 경인년 새해는 호랑이해 중에서도 백호랑이해. 국내엔 모두 14마리(에버랜드 13마리, 서울대공원 1마리)의 백호가 있다. 백호는 예부터 우리나라뿐 아니라 각국에서 영물로 신성시돼 온 동물.

에버랜드가 호랑이해를 맞아 ‘백호 해맞이 백호 사파리’를 시작했다. 45인승 버스를 타고 호랑이가 사는 곳으로 들어가, 900m 거리를 이동하며 호랑이의 활동 모습과 습성 등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10마리의 백호와 황색 줄무늬의 벵골 호랑이 10마리, 한국호랑이 2마리 등 모두 22마리의 호랑이가 관람객을 기다린다. 먼저 황호랑이 구역을 둘러보고 백호랑이 구역으로 이동하며 가까운 거리에서 호랑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된다. 운 좋으면 입을 한껏 벌리고 우렁차게 포효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투명 강화유리로 무장한 9대의 버스 중 3대는 백호를 테마로 흰색으로 디자인한 ‘백호 스페셜 버스’. 직원들도 흰 모자·장갑을 착용하고 백호랑이 사파리를 돕는다. 버스엔 안내자가 탑승해 백호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파리를 이끄는 선두 지프차에선 사육사가, 호랑이가 좋아하는 닭고기 등을 던져줘 호랑이들의 식사 장면도 관찰할 수 있다.

백호라 해서 완전한 흰색은 아니고, 흰색 바탕에 초콜릿색 줄무늬를 지녔다. 체격은 황색 호랑이보다 크다. 평균 15㎏ 정도 몸무게가 더 나가고, 신장도 10㎝가량 크다. 코는 분홍색, 눈은 푸른색이어서 신비감을 더한다.

에버랜드 정상조 사육사는 “백호는 보기와 달리 황호에 비해 온순하고 덜 공격적인 호랑이”라며 “웬만하면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 방어 위주의 활동을 하는 평화적인 행동 양태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2005년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백호에게 ‘평화’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도 이런 특성을 반영했다. 사파리 버스 운행 오전 10시30분~오후 6시. 1회 운행에 20여분 소요.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어른 3만5000원·어린이 2만6000원)으로 둘러볼 수 있다. (031)320-5000.


에버랜드 호랑이들. 왼쪽이 백호다. 에버랜드 제공

⊙ 골목마다 호랑이 ‘득실’ - 안성 복거마을 | 안성군 금광면 신양복리 복거마을은 120가구 300여명의 주민이 사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지난해까지는 더더욱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었다. 지난해 1월 ‘아름다운 미술마을 만들기 사업’이 벌어지며 마을엔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담벽과 지붕, 골목들이 온통 호랑이 그림, 호랑이 조형물로 장식되면서 ‘호랑이 마을’로 유명세를 타게 됐기 때문이다.

“옛날에 호랑이가 많이 살아서 호랑이 마을이냐고요? 그렇진 않아요. 옛 어르신 말씀을 들어봐도 다른 곳에 비해 특별히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던 건 아니에요.”(장갑수 복거마을 이장)

마을이 호랑이 그림으로 장식된 건 마을 이름에서 비롯했다. 복거마을은 본디 복호마을(복호동)이다. 뒷산(산복골) 모습이 호랑이가 엎드려, 앞에 있는 작은 산(개숲재)를 향해 앞발을 내뻗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경로회관에선 어르신들의 고스톱 판이 한창이다. 이구동성 마을 자랑도 한참 이어진다. “뭐 그림 그리구 호랑이 마을 되니까, 구경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옵디다. 동네가 발전하는 거지. 보기도 좋고.” 옆에 앉아 도라지를 다듬던 호랑이띠 어르신 정순애(84)씨가 말했다. “난 호래이 못 봤구, 얘기만 들었어. 저 경찰서 뒤 먹뱅이에 산제사 지내는 데가 있는데, 정월 초사흗날 제사를 지내구, 죄 인저 내려오구 나면, 엄청 큰 호랭이가 불을 껌벅껌벅하면서 내려왔대요. 산제사 음식 잡숫느라구.” 진천장에서 소를 사 몰고 넘어오던 옥정리 고개에서도 자주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

호랑이는 이제 마을로 내려와 슬레이트 지붕이나 경로회관 옥상에서 골목을 내려다보거나, 흙벽담에 들어앉아 토끼가 곰방대에 붙여주는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쇠붙이 호랑이가 되어 길가에 앉아 사람살이를 지켜본다.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호랑이는 조성래(74)씨의 허름한 한옥 벽에 민화를 본떠 그린 ‘담배 피우는 호랑이’다.

마을 안 400년 된 거대한 느티나무 아래 서면 바람 스치는 가지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움터 나오는 듯하다. 복거마을 장갑수 이장 011-749-3879. 안성 두리마을 운영위원회 (031)671-3022.

에버랜드 ‘호랑이 사파리’에 나선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호랑이. 〈한겨레〉 자료사진

⊙ 착한 호랑이는 무덤을 남긴다 - 영월 신일리 의호총 | 호랑이가 얼마나 우리 민족과 친숙한 존재인가는 곳곳에 남아 있는 호랑이 무덤을 봐도 알 수 있다. 어느 한 부위 버릴 것 없이 약으로 쓰인다는 동물이 호랑이다. 그 주검을 묻고 봉분을 만들고 비석까지 세워준 것은 호랑이 숭배사상과 교훈적 민담이 결합한 결과다.

대표적인 호랑이 무덤이 한우마을 ‘다하누촌’으로 유명한, 영월군 주천면 신일리 금산 자락에 남아 있다. 커다란 봉분 앞에 1743년 세워진 비석에 내력이 적혀 있다. 전국에 걸쳐 나타나는 효자와 호랑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천 금산 밑에 금 처사(본명 금사하)라는 효성이 지극한 선비가 호랑이의 도움으로 불어난 강물을 무사히 건너, 약을 구해다 어머니의 병을 낫게 했다고 한다. 그 뒤 1720년 숙종 임금이 승하하자, 그는 베옷을 입고 망산에 올라 3년상을 지냈는데, 이때도 그 호랑이가 나타나 함께 밤을 지새웠다. 3년상을 마치고 사흘 뒤 호랑이가 금 처사 집 마당에 와서 죽었는데, 처사는 호랑이를 끌어안고 통곡하며 금산 자락에 묻어 주었다. 그리고 23년 뒤 강원도 관찰사를 보필하는 순영중군(정3품)이 주천에 왔다가, 이 이야기를 듣고는 비석을 세워 기록하게 했다. 나라에서 이 소식을 듣고 금 처사에게 사방 10리의 땅을 내리고, 매년 호랑이 무덤에 제사 지내게 했다는 이야기다.

안성 복거마을 담장 벽화에서 호랑이가 걸어나오고 있다.

높이 약 1m의 비석 앞면엔 의호총(義虎塚) 글씨가 또렷하고, 뒷면엔 비석을 세우게 된 내력이 적혀 있다. 호랑이 무덤 앞에 세운 옛 비석이 남아 있는 것은 드물다고 한다. 의호총 옆엔 최근 호랑이상과 금 처사상을 세우고, 초막도 지어놓았다.

호랑이 무덤만 보러 가기엔 다소 심심한 여행길. 주천면 주변엔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 5대 적멸보궁 중 한곳인 법흥사, 요선정과 요선암 등 짭짤한 볼거리들이 많다. 주천면 주민들은 최근 의호총과 고려시대 삼층석탑, 술샘(주천), 옛 선정비 무리, 망산의 철종임금 태실 터, 망산 정상의 누각 빙허루, 옛날 단종임금 묘소 참배길에 건너다닌 섶다리를 재현한 쌍섶다리, 19세기 한옥인 김종길 가옥 등 볼거리들을 잇는 트레킹 코스를 만들어 탐방객들을 맞고 있다. 다하누촌 고깃집에서 한우고기를 즐긴 뒤 탐방길에 나서볼 만하다. 탐방 안내 주천리 박상준씨(011-9409-2677).

한편 경기 고양시 동쪽 북한산 자락 제청말에도 효자(박태성)와 인왕산 호랑이 이야기가 전하는 무덤이 있다. 무덤 옆에 높이 2m의 호랑이상을 세웠다.

안성·영월=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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