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2.22 20:26
수정 : 2010.02.22 21:11
[건강2.0]
과학수사 드라마에서 성문분석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것은 지문처럼 목소리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목소리는 허파에서 공기를 성대로 내보내 성대를 진동시켜 발생하며, 인두, 입, 코, 입술 사이의 공간에서 공명이 일어나 들을 수 있는 큰 소리로 된다. 혀, 입술, 볼, 이, 입천장 등은 소리를 단어나 말로 만드는 발음기 구실을 한다. 성대의 길이에 따라 진동수가 달라지는데, 남녀의 기본 목소리 차이는 주로 이것 때문에 생긴다. 공명기의 구조도 사람마다 모두 달라서 특색 있는 목소리가 만들어진다. 한의학에서는 궁상각치우의 다섯 가지 음을 각각 오행에 배속시켜 목소리에 따라 오행 중 어떤 성질이 많은 체질인지 구별하기도 한다.
평상시의 호흡에서는 들이마시는 시간과 내쉬는 시간이 비슷하지만 말을 할 때는 내쉬는 시간이 6~7배 길어지며, 노래할 때는 50배까지 된다. 그러므로 허파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는 좋은 목소리가 나올 수 없다. 특히 내쉬는 공기의 양이 줄어들면 음성이 약해진다. 목소리가 작고 힘이 없거나, 말을 할 때 숨차하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단기(短氣), 소기(少氣)라 하여 기허(氣虛)의 주된 증상 중 하나로 본다.
목소리에는 폐 이외의 다른 장부도 관련되는데, 심장은 목소리를 주관하고, 폐장은 목소리의 문이며, 신장은 목소리의 근원이라고 한다. 한의학에서의 심(心)은 뇌의 기능, 정신작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말의 내용을 형성하고, 혀를 원활히 움직여 분명하게 발음하는 것을 심의 작용으로 본 것이다. 신기(腎氣)가 인체의 근본 원기이므로 중병을 앓은 뒤에 갑자기 말을 못하는 것은 신허(腎虛)로 보았다.
목이 쉬거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는 가장 흔한 원인은 감기 혹은 노래나 고함 등으로 목을 많이 써서 급성후두염이 생기는 것이다. 성대는 가느다란 근육 위에 부드러운 점막이 덮여 있는 구조라서 여기에 염증이나 굳은살 혹은 물혹이 생기게 되면 목소리가 변하게 된다. 가수나 교사처럼 목을 많이 쓰는 직업에서는 성대결절도 잘 발생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굳은살이므로 목을 쉬면 좋아진다.
이런 특별한 원인 없이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후두암의 증상일 수도 있다. 특히 50~60대 남자 흡연자에게 잘 발생하므로 진찰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너무 많이 쓰는 일이나 습관적인 헛기침을 피해야 한다. 전신이 건강해야만 힘 있고 윤기 있는 목소리가 나는 것은 물론이다.
윤영주/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의사·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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