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동서기행] ‘거꾸로 선 태아’ 뜸요법 시도할만 |
얼마 전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아기가 다리부터 나오자 미국인 선교의사가 제왕절개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드라마의 내용이 실제 역사와 다른 것은 논외로 하고, 의학적인 부분은 꽤 사실적이었다. 대부분은, 출산 전의 자궁 속 태아는 머리가 산도를 향하고 있는 ‘두정위’인데, 간혹 머리가 위쪽을 향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아기가 거꾸로 서 있다고 표현하는데, 의학적으로는 엉덩이가 산도를 향하고 있다고 하여 ‘둔위’라고 하고, 한의학에서는 출산 때 다리가 먼저 나오는 경우를 ‘역산’이라고 한다. 역산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대개 제왕절개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미리 역산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요즘은 산전 진찰을 통해 태아의 상태를 자주 관찰하게 되는데, 대개 임신 8개월쯤 되었을 때 둔위나 혹은 머리가 옆으로 향하고 있는 ‘횡위’일 경우, 만삭 때까지 두정위로 돌아오지 않으면 제왕절개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게 된다. 많은 경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두정위로 돌아가게 되지만, 불안한 마음에 좀더 확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되는데, 이때 엄마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세요법이다. 전문 용어로는 무릎-가슴 자세라고 하는 것으로 흔히 고양이 자세라고도 하는데, 무릎을 꿇고 절하는 자세로 머리나 가슴을 매트리스 바닥이나 베개에 대고 15분 정도 있는 것이다. 하루에 세 번 정도 규칙적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면 된다.
자세요법과 함께 시행할 수 있는 또다른 안전하고 유용한 방법은 뜸 요법이다. 자세요법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뜸 요법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중국, 미국, 유럽에서 보고되는 논문을 보면 꽤 효과가 좋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정작 한의학의 종주국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행해지지 않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다. 이것은 특정한 혈 자리에 좌우 한쪽에 15분 정도씩 양쪽을 합해서 30분 정도 시행하며 하루에 두 차례까지 하게 되는데, 화상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해도 되므로 겁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 가까운 한의원에서 시술을 받거나 한의사의 지도를 받아 집에서 직접 해도 된다. 1주일 정도 시행한 후에 정상으로 돌아와 있지 않다면 1주일간 더 시행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임신 35주까지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경우에는 37주께에 의사가 밖에서 태아를 돌리는 ‘외회전술’을 시도할 수도 있는데, 이 방법도 실패하면 수술을 해야 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응급 수술이 가능한 산부인과에서 시행되어야만 한다.
한재복/실로암한의원·토마스의원 원장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