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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니코틴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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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끊기. 새해 가장 흔히 하는 결심 중 하나다. 그러나 그 결심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보통 3~4회 정도 실패를 경험한 후 성공하고, 영화배우 박중훈도 아홉 번이나 금연에 실패한 뒤 열 번째에 성공했다니 그만큼 담배 끊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흡연자가 ‘맛있는 구름 과자’를 그토록 못 끊는 것은 개인의 의지가 너무 박약한 탓일까? <굿바이 니코틴홀릭>에서는 담배와 흡연을 둘러싼 갖가지 사회·문화적 의미를 추적하면서 우리 사회가 ‘담배 권하는 사회’라는 것을 알려준다. 단순히 흡연과 금연이 개인의 자발적 의지 문제가 아니고,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도록, 또 끊지 못하도록 부추기는 각종 사회·문화적 환경에 주목하니 흥미진진하다. 이 책의 지은이는 국군병원에서 2년 넘게 금연상담을 해온 현역 군의관 김관욱씨다. 그는 군대라는 한국 담배 마케팅의 최전선에서 서서히 담배의 노예가 되어가는 많은 병사들을 지켜봤다. 그렇다면 어떻게 병사들이 담배의 노예가 되어갈까? 한국의 경우 1949년 ‘화랑’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약 60년 동안 군대에 담배가 보급됐다. 1994년 12월 한국담배인삼공사 지점장이 해병부대를 방문해 새 제품 ‘디스’를 선물로 주면서 장병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장병들에게 ‘디스’의 홍보를 부탁했다니 그만큼 담배회사에 군대는 담배 보급 및 마케팅의 주요 통로였다. 세계적으로도 미국 남북전쟁을 시작으로 1·2차 세계대전 등 전쟁 때마다 담배는 중요한 군수물자로 대량 공급됐다. 이렇게 담배가 군인들에게 보급된 것은 담배 속에 든 니코틴이 마약과 같은 성질을 지녔기 때문이다. 니코틴은 7초 안에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바로 이 물질이 일시적으로 긴장을 이완시키고 불안감을 줄여주는 작용을 한다. 담배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니코틴 의존도가 생겨 담배를 끊을 경우 긴장감, 불안감, 안절부절, 짜증 등 각종 금단증세를 보인다. 이뿐인가. 담배회사들은 ‘강한 자여 도전하라’ ‘상상 예찬’ ‘자유롭고 거리낌 없는 자’ 등 각종 유혹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흡연을 하나의 문화 코드로 정착시킨다. 또 국산품 애용이라는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은근슬쩍 국산 담배 판촉을 부채질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담배를 끊는 것은 대단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은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연을 성공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성공할 때까지 실패하고, 남들의 시선을 백분 활용해 금연 결심을 주변에 알리란다. 배고픔, 화, 외로움을 조심하고, 담배를 대신할 무언가를 찾으라 조언한다. 또 대입수능처럼 금연도 최소 100일 작전이 필요하다고 한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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