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3.01 20:49
수정 : 2010.03.0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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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국수나물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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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김씨 보백당 종가
이것이 무슨 맛일까? 맛이라는 것이 있긴 한 건가? 쓴맛? 단맛? 신맛? 어느 한 가지 맛이 툭 튀어나오지 않는다. 냉면 사발만한 그릇 한가득 있는 밥알과 나물들, 국수 가락이 수저와 함께 한참을 놀더니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한 맛은 먹는 내내 물음표를 배가시켰는데 먹은 후에는 뿌듯하다. 든든하다.
2009년 12월 안동 김씨 보백당 종가의 불천위(4대가 지나도 사당에서 신주를 옮기지 않고 자손 대대로 제사를 지내는 신위) 제사에서 맛본 ‘메국수나물비빔밥’이다. ‘메국수나물비빔밥’, 생소한 이름이다.
“종부님, 이 음식 이름이 뭐죠?” “제사 지내고 난 다음 먹는 음식이지. 굳이 붙이자면 ‘메국수나물비빔밥’이 맞으려나!” ‘메’는 제사 때 신위 앞에 놓는 밥을 말한다.
‘메국수나물비빔밥’은 제사상에 올렸던 5가지 나물을 밥 위에 얹고 그 위에 고명처럼 메국수를 올려서 함께 비벼 먹는 음식이다. 마늘과 고춧가루 같은 강한 양념이 들어가지 않아 담백하다. 면은 밀가루와 콩가루를 7:3으로 섞고 참기름이나 식용유 1숟가락을 넣어 반죽해 만든다. 콩가루의 영양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쫄깃한 국수 가락과 나물이 얽혀 성실한 맛을 만든다. 간간이 등장하는 밥알이 맛을 더 풍요롭게 한다.
보백당은 조선 초기 학자 김계행(1431~1517)의 호다. 이 댁엔 장수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보백당도 86살까지 살았다. 종손 김주현(81)씨와 종부 김정희(79)씨도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종손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주로 채소로 음식을 많이 해주셨지요, 다시마나 해산물을 좋아하셔서 그런 요리를 잘 해주셨어요”라고 말한다. 이 보백당가 사람들의 건강법이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자세한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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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국수나물비빔밥 만들기
시금치는 삶아서 적은 양의 간장, 참기름, 깨소금으로 간을 하고 무친다. 고사리는 물에 담가 두었다 손질하고 볶아서 간을 한다. 도라지도 마찬가지로 한다. 무는 얇게 채 썰어서 참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소금을 조금 친다. 콩나물은 잘 씻어서 물을 붓고 삶아서 건진 후 무친다. (제철 산나물을 쓰기도 한다.) 국수는 밀가루와 콩가루를 7:3으로 섞고 참기름이나 식용유 1숟가락과 물을 넣어 반죽한다. 밀가루를 뿌려가면서 큰 홍두깨로 밀어서 면을 만든다. 면은 참기름과 소금, 통깨로 비빈다. 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각종 나물을 골고루 얹고 맨 위에 비빈 국수를 고명처럼 얹는다. 비벼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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