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3.08 19:54
수정 : 2010.03.08 19:55
[건강2.0]
군대에 갔다 온 대한민국 남자라면 걸레에 치약을 짜서 복도 바닥을 북북 밀어대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단지 비효율과 비상식으로 표현되는 군대 문화의 일부로 치부해 버리기엔 치약의 효과는 대단했다. 그 어떤 세정제를 썼을 때보다 치약으로 청소한 복도가 더 번쩍번쩍 광이 났으니 말이다.
치약이 이처럼 청소 용도로 쓰일 수 있는 것은 치약에 포함된 연마제 성분 때문이다. 치약에는 연마제 외에 기포제, 습윤제, 결합제 등이 들어 있다. 연마제는 보드라운 모래 같은 미세한 가루로 칫솔질을 할 때 세정 효과를 높여준다. 또 치아에 낀 치태를 제거하고 광택을 내 약간의 미백 효과를 내기도 한다.
요즘 다양한 성분과 효과를 선전하는 수많은 치약이 나오고 있다. 미백, 충치 예방, 구취 및 잇몸 염증 제거, 은나노 치약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기능성 치약에도 충치와 잇몸병 예방에 필수적인 치아 세정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성분은 거의 동일하게 포함돼 있다. 충치 예방, 잇몸 질환 예방, 미백 치약 등이라는 이름을 단 치약들의 경우도 단지 자일리톨, 착향제, 감미제, 불소 등 미량의 첨가제와 약제의 조성과 구성을 변화시켰을 뿐이다. 즉 일반 치약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판매 회사들이 선전하고 있는 효과들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부분의 치약에 포함돼 있는 불소는 충치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대표적인 성분이다. 그러나 판매 회사들의 과도한 선전에 현혹돼 비싸고 좋은 치약을 사용해야만 자신의 충치나 잇몸 질병을 예방하고, 기타 구강 관련 질환이 치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버리는 게 현명하다. 구강병을 막는 핵심은 병의 원인인 음식물 찌꺼기를 기계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양치질 방법을 배워 실천하는 것이 값비싼 치약을 사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따라서 나에게 맞는 기능성 치약을 고르기 위해 과도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동네슈퍼나 마트에서 일반적으로 파는 치약 가운데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치약의 양은 칫솔모의 2분의 1이나 3분의 1만 짜서 사용해도 충분하다. 텔레비전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칫솔 가득 치약을 짜서 괜히 낭비할 필요는 없다. 다만 길거리나 지하철 등에서 과도하게 선전되는 허가되지 않은 상품을 구입해선 안 된다. 또한 시린이 치약이나 미백 치약 등의 기능성 제품을 선택하고 싶다면 치과의사에게 한번쯤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겠다.
유아의 경우는 불소 함유량이 적은 어린이 전용치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불소는 충치 예방을 위해 필수적인 성분이지만 고농도의 불소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치약을 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상 불소 함유량을 확인하고 구입해야 한다.
전양호/인치과 원장·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정책국장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