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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08 20:07 수정 : 2010.03.08 20:07

대전 동촌한의원 권선영(40) 원장.

[건강2.0] ‘이심치병’ 실천하는 권선영 원장
쓰레기 무단투기 현장 보면 화 못참는 목디스크 환자에
“쓰레기 투기 해보라” 조언…최소 30분 ‘문진’…감정 치료

마음이 병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화병’이 대표적이다. 불안해하고, 분노하고, 걱정하면 병에 잘 걸리고, 잘 낫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수많은 의사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해진 진료시간 동안 수많은 환자를 대해야 하는 현실에서 환자의 ‘마음’까지 읽어서 치료하는 일이 결코 녹록지 않다.

대전 동촌한의원 권선영(40·사진) 원장은 ‘이심치병’(마음으로 병을 고친다)의 원리를 믿고, 이를 실천하는 한의사다. 사람이라는 자체가 몸과 마음으로 이뤄진 탓에, 의사가 몸을 치료하고 환자가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야 ‘병이 낫는다’고 그는 믿는다. “마음먹기에 따라 병의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환자의 참여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의사가 치료해 주는 것(50%)만큼 환자 자신도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치료(50%)해야 한다는 뜻이죠. 일반적으로 긍정적·수용적인 마음은 병을 빨리 낫게 하지만, 부정적이고 의심이 많으면 더디 낫게 합니다. 의사들이 ‘첫인상을 보면 환자의 예후를 알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결국,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치료도 잘 되지 않는다는 뜻이죠.”

권선영 동촌한의원 원장이 허리디스크로 내원한 여성 환자에게 침을 놓고 있다.
권 원장은 그래서 환자를 대할 때 문진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자신과 가족의 병력, 발병 시기와 증상의 발현 정도, 경과 등은 물론 그 사람의 삶까지 꼼꼼히 체크해야 병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근거로 그는 환자에게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준다. 억울한 마음을 달고 사는 크론병 환자에게는 “자신을 받아들이라”, 틱장애 초등생 환자의 부모에게는 “자녀에게 자유를 줘라”, 결혼한 뒤 낭비벽이 심한 딸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류머티즘성 관절염 환자에게는 “한동안 딸과 거리를 두라”고 조언한다. 언뜻 보기에 황당해 보이는 처방도 있다. 무단횡단·쓰레기 무단투기 현장을 보고 화를 참지 못하는 목디스크 환자에게는 “무단횡단과 쓰레기 무단투기를 3번씩 해보라”,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생리통이 심한 환자에게는 “시댁 식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15분씩 가지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그 결과 크론병 환자는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는 면역억제제를 끊고도 건강하게 살고 있고, 3년 동안 틱장애를 앓던 초등생은 3개월 만에 증상이 없어졌다. 류머티즘성 관절염 환자와 목디스크 환자, 생리통 환자 역시 증상이 크게 호전됐으며, 명상 치료를 한 중풍 환자의 경우 마비 증세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제가 볼 때도, 그동안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좋아진 환자들이 많이 있었어요. 물론 모든 병을 다 그렇게 볼 수 없지만, 부정적 관점이나 가치관을 갖고 있는 환자가 있을 때는 이를 직간접으로 풀어주는 편입니다. 대화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지적해주기도 하고, 명상 테크닉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 환자당 문진 시간이 보통 30분이 훌쩍 넘는다. 그래도 시간이 부족할 때는 ‘날을 잡아’ 한가한 시간에 따로 불러 긴 상담을 하기도 하고 명상이나 체조 지도가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명상은 학창 시절부터 관심을 갖고 배웠고, 개원 초기에 운 좋게 몸뿐 아니라 마음도 조화롭게 가꿔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좋은 분들을 두루 만났어요. 그리고 점차 환자를 대하는 과정에서 ‘병을 고치는 데도 마음이 중요하구나’라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된 것이고요. 단순히 환자의 맥을 짚고, 침을 놓는 것 외에 환자들이 저와 대화하고 난 뒤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저 역시 한의사로서 그렇게 보람될 수가 없어요.”

권 원장이 환자에게 강조하는 것은 마음가짐뿐 아니라 잘 먹고, 좋은 습관을 갖는 일, 운동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건강 자체가 삶에 대한 태도와 삶의 습관을 종합적으로 바꿨을 때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약 사용은 가급적 지양한다. 그 대신 환자들에게 명상, 식단, 스트레칭 운동 등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감정을 정화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 10분씩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활짝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눈을 감고 그리면 됩니다. 그것이 곧 명상이고요. 식단은 현미잡곡밥과 채식 위주로 하되 육류와 인스턴트를 피하면 됩니다. 잠을 11시 이전에 자고, 일주일에 3번 이상 15분 스트레칭을 하면 좋아요.”

권 원장의 꿈은 단순히 환자 치료 외에 질병 예방과 관리를 포함한 종합적인 건강교육을 하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삶을 위한 올바른 식생활 습관과 마음씀을 가르치고 알리는 것이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권 원장은 믿는다. 한겨레자연건강학교의 자연 건강 프로그램 개발과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병을 통해 삶을 성찰하고, 가치관이 변하고, 영혼이 맑아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병원을 해보는 게 소원입니다.”

대전/글·사진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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