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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려서 더 사랑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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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하이스코트 킹덤과 함께하는 영업맨 사연 공모전
학습지 방문 교사를 한 지도 벌써 10년 전 일입니다. 학습지 방문 교사도 집집마다 방문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 부모님에게 설명도 드리고 또 다른 집의 아이들을 소개받기도 하는 것이 어찌 보면 영업 일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일 또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저는 대구에서 학습지 방문 교사를 했습니다. 할머니한테서 자란 아이들도 많고, 또 대구란 동네가 워낙 사투리를 쓰다 보니 벌어진 일이 많습니다. 국어 교재에 흉내말 쓰기 문제가 있었습니다. “고양이가 ○○○○ 지나갑니다”라는 문제였습니다. 모범답안은 ‘살금살금’이었습니다. 한 아이는 이렇게 썼습니다. “고양이가 사브자기 지나갑니다.” 맞느냐구요? 당연히 틀린 답입니다. ‘사브자기’는 살그머니의 사투리인데, 살그머니는 흉내말이 아니니까요. 아이는 낙심한 얼굴을 합니다. 그래도 귀엽기 짝이 없습니다.^^ 주관식 문제는 거의 환상적입니다. 한 문제의 모범답안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끝에 가서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이 모범답안 대신 온갖 사투리를 적어냅니다. ‘맨 끄티 가가 기다리라’도 있었습니다. “아니라고 했습니다”라고 써야 할 것을, ‘아이라고 캤습니다’라고 적은 아이도 있었죠. “밥을 달라고 한다”를 ‘밥 돌라고 한다’라고 적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외국어가 아닙니다;;;) 심지어 책 읽기도 사투리로 합니다. 동화 <개미와 비둘기>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비둘기가 개미에게 나뭇잎을 떨어뜨렸습니다”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떨어뜨렸습니다’라는 표준어가 어려웠는지 한 아이가 머리를 긁적입니다. 그러곤 이렇게 읽습니다. “비둘기가 개미에게 나뭇잎을 널짰습니다.” 이 아이들의 말이 모범답안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겐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들입니다. 박현민/경기 안양시 동안구 갈산동ㆍ일러스트 박혜원하이스코트 킹덤과 함께하는 영업맨 사연 공모전은 이번주를 마지막으로 끝냅니다. 다음주 부터 탐앤탐스와 함께 하는 커피 사연 공모전을 진행합니다. 매주 1분을 뽑아 50만원 상당의 커피와 커피 용품 선물을 드립니다. 자세한 응모 요령은 <한겨레>(www.hani.co.kr) 누리집에 접속해 esc 게시판을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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