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3.10 20:20
수정 : 2010.03.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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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여우 한마리 몰고 가실라우?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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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답답하고 느려터진 익스플로러에 한탄한다면 파이어폭스·크롬도 한번 만나보시라
구관이 반드시 명관은 아니다. 자고 나면 숫제 강산이 변하는 아이티(IT)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윈도에 딸려 나오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프로그램이 아니면 웹 서핑을 할 수 없는 줄로만 알았던 웹브라우저 시장도 최근 1년 사이 크게 요동쳤다. 시장조사업체 ‘넷애플리케이션스’에 따르면 한때 전세계적으로 90%를 웃돌았던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은 지난해 70%대를 거쳐, 2010년 3월 현재 61.5%까지 떨어졌다. 익스플로러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파이어폭스(24.23%), 크롬(5.61%), 사파리(4.45%), 오페라(2.35%)와 같은 대안적인 브라우저 프로그램들. 심지어 올해 하반기에는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이 50%까지 하락할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으니 바야흐로 웹브라우저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이 98%에 이른다. 징하다. 물론 여기에는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국내 인터넷 페이지들의 문제 탓도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타사의 웹브라우저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불가능’이었던 작업들을 상당 부분 ‘가능’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 그저 손에 익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느린 속도도 감수하며 인터넷 익스플로러만을 써 왔던 이라면, 지극히 평균 수준의 컴퓨터 사용자인 맹 대리와 함께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생각보다 쉽고, 생각 이상으로 쾌적하다.
벌써 몇 분째인지. 사이트 하나를 여는 데 하 세월이다. 정신줄을 놓고 있는 사이 ‘(응답 없음)’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업무시간 중에 짜증이 솟구친 맹 대리. 익스플로러를 껐다가 다시 실행시키고 주소도 새로 입력했다. 그리고 또 몇 분. 간신히 사이트가 열렸지만 그림파일 하나하나 뜨는 속도가 그야말로 ‘안습’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자주 가는 인터넷 동호회에 ‘인터넷 검색이 느려서 짜증나요’라고 글을 올렸더니, ‘파이어폭스나 구글 크롬을 깔아 보세요’라는 답이 떴다. 파이어폭스? 구글 크롬? 그게 뭐지? 익스플로러처럼 인터넷 페이지를 열 수 있는 웹브라우저 프로그램인데, 속도가 훨씬 빠르단다. 오호. 설치 시간도 별로 안 걸린다니. 맹 대리,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오, 로딩 속도가 다섯배는 빨라졌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파이어폭스’라고 치니 파이어폭스 한글판 최신버전(3.6)을 내려받을 수 있는 주소가 뜬다. 물론 무료다. 내려받아서 설치하는 데 1분쯤 걸렸나. 실행하려 하자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설정 및 사용자 데이터를 가지고 오겠습니까?’라고 묻는다. 그러겠다고 하니, 이전에 쓰던 즐겨찾기 페이지를 고스란히 불러온다.
무엇보다 맹 대리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확연히 달라진 로딩 속도. 익스플로러보다 적어도 다섯 배는 빠른 것 같다(인터넷 익스플로러7 기준). 한마디로 빛의 속도다.
연휴 마지막날 37번 국도처럼 느릿느릿하던 환경에서 갑자기 아우토반으로 진입한 듯 시원시원해진 것에 신이 난 맹 대리. 하지만 곧 난관이 찾아왔다. 인터넷에서 쇼핑을 하려 해도 키보드가 먹지 않고, 심지어 은행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정상적인 거래를 위해 인터넷 익스플로러 6.0 이상으로 업그레이드’해 달라는 메시지까지 뜬다. 이건 치명적인데. 물건을 살 때나 통장 확인할 때만 익스플로러를 실행시켜야 하나? 그것 참 번거로운 일이다 싶어 다시 인터넷 동호회에 질문을 올렸더니, 특정 페이지에서 익스플로러의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부가 기능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파이어폭스의 제작사인 모질라 재단 누리집에 가서 ‘부가 기능’이라는 항목을 열고, ‘Coral IE Tab’이라는 것을 검색한 다음 ‘파이어폭스에 추가’ 버튼을 눌러주면 끝. 이제 인터넷 쇼핑몰이나 은행, 파일 다운로드 페이지에 들어가서는 창 좌측 하단의 불여우 로고를 살포시 클릭해주면 익스플로러에서만 가능했던 작업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또 하나 배운 맹 대리. 바로 파이어폭스의 ‘부가 기능’이다. 그러니까, 그저 속도가 빠르냐 느리냐의 문제가 아니었던 거다. 파이어폭스라는 웹브라우저는 익스플로러처럼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입맛에 따라 꾸밀 수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말하자면, 개인이 만드는 자신만의 ‘툴바’인 셈. 그리고 무료로 제공되는 부가 기능의 수가 무려 5000개 이상에 달한다.
포털사이트에서 ‘파이어폭스 부가 기능’이라고 검색하니 다종다양한 추천 부가 기능들이 뜬다. 그중에서 맹 대리는 우선 매번 사이트를 찾아가 로그인하지 않고도 자신이 가입한 모든 웹메일의 수신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는 ‘웹메일 알림이’ 부가 기능과, 화면 캡처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Screengrab’을 파이어폭스에 설치했다.
익스플로러의 세상에 갇혀 살다가 파이어폭스의 놀라운 속도와 확장성에 충격을 받은 맹 대리.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이제는 요즘 뜨고 있다는 ‘크롬’이라는 웹브라우저에도 궁금증이 생겼다. 내친김에 구글 누리집에 가서 크롬 최신버전(4.0)을 받아 설치해 보기로 했다. 이전 웹브라우저에서 사용하던 즐겨찾기 설정을 고스란히 불러오는 것은 크롬도 마찬가지. 익스플로러나 파이어폭스와는 조금 다르면서 단순한 디자인이 먼저 눈에 띈다. 최근 아이티 포털사이트 아이디지(IDG)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존하는 웹브라우저들 중 구글 크롬이 가장 빠른 로딩속도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맹 대리는 파이어폭스와의 속도 차이를 크게 실감할 수 없었다. 어쨌든 빛의 속도다.
크롬 역시 ‘확장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부가 기능들을 입맛대로 설치할 수 있게 해 준다. 익스플로러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IE Tab’은 기본. 비록 그 수가 아직 파이어폭스의 부가 기능들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웹브라우저의 기능을 막강하게 해 주는 확장 프로그램들이 이곳에도 즐비하다.
‘30초 만에 자신의 누리집 만들기’
크롬을 설치하면서 맹 대리가 주목하게 된 것은 확장 프로그램보다, ‘30초 만에 자신의 누리집 만들기’가 가능하다는 ‘아이구글’(iGoogle) 서비스였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기능만을 모아 시작페이지를 꾸밀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구글 계정(gmail 계정)이 필요하다. 분야와 노출 기사의 수 등을 지정하면 실시간으로 원하는 뉴스를 알려주는 뉴스 가젯, 관심 종목의 시세를 알려주는 주식 가젯,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날씨 가젯, 일정을 관리할 수 있게 해 주는 캘린더 가젯을 선택해서 맹 대리의 시작페이지를 완성했다. 디자인도 내 마음대로, 여러 가젯의 위치를 지정하는 것도 마우스 드래그만으로 손쉽게 끝냈다.
지금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60분 남짓. 그러나 맹 대리는 그 시간 동안 전대미문의 변화를 경험했다. 빨라진 검색 속도와, 필요에 따라 설치한 부가 기능들은 인터넷을 통해 일을 처리하는 데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도움을 줄 것이다. 자료 찾으러 포털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낚여 허송세월한 것도 어느덧 과거지사. 물론 세간에서 지적하듯 이 새로운 웹브라우저들이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하다거나, 메모리를 많이 잡아먹는다거나, 익스플로러에 최적화된 페이지에서는 깨지기도 하는 등의 문제에 부닥쳐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선택권이 사용자에게 넘어왔다는 데 있다. 잔뜩 아는 체하고 싶어진 맹 대리, 메신저로 동료에게 말을 걸었다. “불여우 한 마리 몰고 가실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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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의 뜨거운 감자들
⊙ 액티브 엑스(Active X) | 은행 사이트에서 돈을 이체할 때,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 결제할 때, 성인 사이트에서 ‘므흣한’ 동영상을 내려받을 때 강제적으로 사용자의 피시에 깔도록 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부가 기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마다 각기 다른 액티브 엑스를 설치하게 해 웹브라우저를 느리게 만드는데다, 악성코드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플래시 | 움직이는 그림과 소리로 인터넷 페이지들을 휘황찬란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 포털 사이트 광고면에서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예고편들이 이 플래시로 제작된다. ‘어도비 플래시’라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므로 저사양 컴퓨터에서 웹서핑을 느려지게 하는 또다른 주범으로 지목된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제공하는 애플사의 모바일 웹브라우저 사파리(safari)는 이 플래시 파일을 지원하지 않는다.
⊙ HTML5 | 인터넷 페이지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 HTML의 차세대 표준. 플래시를 이용하지 않고도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을 웹페이지에서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어도비 플래시는 지저분한 프로그램이라 지원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이후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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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준 객원기자
zilch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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