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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17 21:22 수정 : 2010.03.17 21:22

해명하고파, 에스프레소.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탐앤탐스와 함께하는 커피 사연 공모전

아침에 간신히 일어나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 있는 회사에 출근하고 나면 잠시 멍한 상태를 커피로 깨우곤 한다. 뜻 맞는 단짝 동료와 상사 몰래 내려와서는 커피 전문점의 문을 열고 종이컵 가득 커피를 담아 나오면 왠지 내가 뉴욕의 멋쟁이 커리어우먼이라도 된 듯 발걸음까지 꼿꼿해져서 따각따각 구두 소리를 내며 사무실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날은 휴일. 늦잠도 실컷 자고 집에 있자니 좀이 쑤셔 새로 생긴 동네 커피 집으로 책 한 권 들고 나섰다. 서울과는 달리 커피 집이 귀한 동네라 커피 전문점이 생기자 혼자 좋아하며 주말에는 내 아지트로 만들리라 다짐을 했던 곳이다. 보통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그날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조그만 잔에 까맣게 담긴 에스프레소를 시켜서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쓴 에스프레소를 분위기 한껏 내며 홀짝이기도 하고,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보기도 하고, 책장을 넘기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창밖으로 연락이 되지 않던 고등학교 동창 셋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커피숍 안에서 소리를 지르며 문을 열고 뛰어나가 그 아이들을 불러 세웠다.

우리는 길이 떠나가라 큰 목소리로 반가움을 표시했고, 졸업 후 몇 년 만에 만난 동창들과 그리움 섞인 투정을 부리며 서로 안부를 물었다.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약속이 있었던 그 녀석들과 다음에 만나자고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만지며 이름을 저장하다가 잠시 액정화면으로 비친 내 모습을 보고는 세상에나 뒤로 넘어질 뻔했다.잇몸 가득 시꺼멓게 물들어 있는 에스프레소의 흔적…! 아 … 난 진정 몰랐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말이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에스프레소는 그 작은 잔에 크레마가 가득 있을 때 꼴깍 마셔주는 것이 좋고, 마신 뒤에는 물이나 우유로 입을 헹구거나 티슈로 이를 닦아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어쩐지 친구들 표정이 좀 묘했다. 전화로 해명하기에는 너무 민망한 사안이라 전화도 하지 못하고 그냥 어찌어찌 만날 기회를 찾고 있는데 좀처럼 못 만나고 있다. 돌이켜 봐도 이건 분명히 해명을 해 줘야 하는 상황인데, 갈색이다 못해 까맣게 물들었던 내 이를 보고 뭐라 생각했을까?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도 깨지는데, 걸어가면서 내 이야기를 얼마나 했을까 생각하니 그냥 에스프레소 잔을 냅다 던져버리고 싶어질 뿐이다.

슬픈 조언을 하나 하자면, 에스프레소 마실 때는 꼭 물 두 잔과 티슈를 챙기시라. 한 잔은 마시기 전 입을 깔끔하게 해 주시고, 한 잔은 마신 뒤 꼭 입을 헹궈주시라는 것. 이것만 잘 알면 분위기 있게 에스프레소 한잔쯤은 마셔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친구들아~ 나 그날 커피 때문에 그랬던 거야 … 이제 우리 좀 만나자, 응?

김효연/서울 마포구 망원1동

탐앤탐스와 함께 하는 커피 사연 공모전을 진행합니다. 매주 1분을 뽑아 50만원 상당의 선물을 드립니다. 자세한 응모 요령은 <한겨레>(www.hani.co.kr) 누리집에 접속해 esc 게시판을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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