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3.24 19:49
수정 : 2010.03.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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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 방향) 스텔라 매카트니 컬렉션에서 선보인 꽃무늬 원피스, 그레이스 햇의 꽃장식 페도라, 망고의 꽃무늬 스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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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드레스에서 모자까지 키워드로 정리해본 봄/여름 패션·액세서리 트렌드
3월이다. 달력으로는 길거리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봄을 느껴야 마땅한 ‘봄’인데 흰 눈만 펄펄 내린다. 봄을 가장한 겨울에 잠시 속아 드라이클리닝까지 마치고 옷장 깊숙한 곳에 넣어둔 겨울옷은 눈물을 머금으며 꺼내버렸고, 3월이 오면 입으려고 2월쯤에 사둔 얇은 봄 티셔츠는 서랍 구석에서 하염없이 먼지만 먹고 있다. 날씨가 이렇다고 두꺼운 겨울옷만 끌어안고 넋 놓고 있으면 큰일이다. 이러다가 어느 날 아침 느닷없는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봄이 시작되면 햇살 아래 한없이 어둡고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런웨이를 걷는 패션모델이나 화보에서 막 튀어나온 연예인처럼 화려할 필요는 없다. 봄이 예상치 못한 시점에 찾아와도 당황하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다. 봄 아이템을 한두 개쯤 미리 갖추고 다니는 것도 괜찮겠다. 혹시 누가 아나. 두꺼운 코트 안에 봄기운을 조금 머금고 있으면 봄이 조금 더 일찍 찾아올지. 날씨에 밀려 조금은 늦은 예습 차원에서 올해 봄/여름 패션·액세서리 트렌드를 키워드로 정리했다.
브래지어와 파자마도 수채화 느낌으로
◎ 꽃무늬
다소 유치해도 봄이 치마 한가득 피어난 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다. 특히 낭만적인 스타일이 대세인 이번 시즌에는 꽃무늬가 경쟁력이다. 꽃을 주제로 한 페인팅부터 날염, 실사 프린트, 꽃송이 장식까지 다채로운 꽃무늬 아이템이 유행할 조짐이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밝은 색상에 손으로 그린 장미 무늬를 넣은 드레스를 선보이는 등 꽃무늬 패턴을 적극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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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헤지스 액세서리의 백팩, 디스퀘어드2 컬렉션에서 선보인 스포티즘 룩, 알비에로 마르티니의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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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늬를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과감한 패턴을 두려워하지 말 것. 둘째, 미니드레스나 스커트부터 시작할 것. 화려한 색상이 부담스럽다면 색상의 톤을 낮춰보자. 꽃무늬 의상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면 백이나 가방, 모자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꽃장식이 달린 햇츠온의 그레이스 햇 페도라 모자나 망고의 꽃무늬 손수건 등을 이용하면 하나에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링을 시도할 수 있다. 속옷에도 꽃무늬가 떴다. 브래지어에는 다양한 꽃무늬가 수놓이거나 프린트되고, 실내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파자마 등에는 수채화 느낌의 이국적인 꽃무늬가 그려진다. 비비안 디자인실 우연실 실장은 “속옷에서도 꽃무늬는 많이 사용되는 패턴”이라며 “꽃무늬 자체로도 화사하고 로맨틱하지만, 연분홍색이나 하늘색 등의 색상과 어우러지면 봄 분위기가 배가된다”고 설명했다.
◎ 파스텔 색+자연스러운 베이지색
올봄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파스텔’이다. 색상만 잘 골라도 중간은 간다. 쇼핑을 갈 때 머릿속 색상 팔레트에 짜놓아야 하는 물감은 분홍색과 하늘색, 옅은 보라색과 주황색 등 파스텔 톤의 색상들이다. 지난 시즌 1980년대를 연상시켰던 강렬한 룩은 이제 끝. 랑방이나 버버리 프로섬 등 주요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이 사랑스러우면서 여성스러운 파스텔 색상을 이용해 이번 봄/여름 시즌 컬렉션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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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바나나 리퍼블릭의 하늘색 트렌치코트, 캘빈 클라인의 파스텔 색상 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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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색상은 실크나 샤, 튈, 레이스 같은 가벼운 소재와 만나 무게를 더 줄였다. 파스텔 색상의 트렌치코트나 원피스로는 발랄한 스타일을, 파스텔 색상의 티셔츠나 면바지로는 활동적이면서도 따뜻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액세서리도 파스텔 일색이다. 엠시엠(MCM)은 감성을 자극하는 파스텔 색상의 에바 라인을 출시했다. 부드러운 가죽에 종이를 접어놓은 것 같은 오리가미 장식으로 세련미를 강조했다. 멀버리의 인기 상품인 베이스 워터 가방도 이번 시즌에는 파스텔 색상으로 출시됐다.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분홍색 스웨이드 클러치백처럼 파스텔 색상의 미니백도 사랑스러운 아이템이다.
파스텔 색상의 여성스러움보다 차분함을 강조하고 싶다면, 자연스러운 베이지 색상이 정답이다. 원색과 형광색으로 피곤한 눈을 쉬게 해줄 만한 자연스러운 베이지색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흰색과 옅은 베이지색, 짙은 베이지색 등으로 톤을 다르게 하면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스테파넬 마케팅실 서정현 실장은 “옅은 베이지색으로 대표되는 이번 시즌의 자연스러운 색상은 다른 색상과 매치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베이지색이 심심하다면 선명한 색상과 함께 매치해 생동감을 더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 스포티즘
몸을 조이는 보기 좋은 옷보다 몸이 편한 옷을 만들기 위한 디자이너들의 노력은 이번 시즌에 스포티즘으로 나타나고 있다. 테니스장과 숲 속 야영장에서 펼쳐진 에르메스와 디스퀘어드2의 쇼가 스포티즘의 트렌드를 보여줬다. 데님 소재의 몸매를 드러내는 미니드레스나 원색의 윈드브레이커 재킷, 금속 소재가 더해진 상의, 짧은 반바지나 배기팬츠 등이 스포티즘 스타일을 위한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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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망고의 하늘색 웨지힐 구두, 멀버리가 새로 출시한 분홍색 꽃장식의 베이스 워터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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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즘 스타일의 열쇠는 ‘믹스&매치’라고 일컬어지는 패션 아이템 조합에 있다. 캐주얼한 티셔츠에 풍성한 스커트를 입는다든지, 짧은 청반바지에 킬힐을 매치한다든지 여러 패션 아이템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조합하면 더 멋진 스포티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스포티즘의 경향은 가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옆이나 뒤로 메는 실용적인 가방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뒤로 메는 백팩은 남성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드라마 <파스타> 속 셰프 이선균이 그랬던 것처럼 딱딱해 보이는 코트나 재킷에 편하게 백팩을 매치하면 활동적인 이미지가 연출된다. 백팩이 튀지 않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의 일부가 되려면 색상 선택이 중요하다. 검은색 정장에는 갈색이나 남색, 진회색 가방, 진한 남색 정장에는 진회색이나 베이지색 가방이 잘 어울린다. 봄에는 가죽보다 면이나 나일론 소재의 가방이 좋다.
구두는 높은 굽의 ‘킬힐’이 꾸준히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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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파슬의 멀티 숄더백, 코치의 참 컬렉션 멀티 숄더백, 체사레 파조티의 멀티스트랩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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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
‘다양한’ 혹은 ‘다채로운’이라는 뜻의 ‘멀티’는 주목할 만한 키워드다. 이번 시즌 어깨에 메는 숄더백은 끈이 더 길어졌다. 어깨에 메는 숄더백이자 옆으로 메는 크로스백, 손에 들면 토트백이 되는 일명 ‘멀티 숄더백’이 눈에 띈다. 커다란 크기의 빅백 대신 중간 크기의 가방이 주를 이루면서 다양하게 멜 수 있는 가방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 파슬 코리아 마케팅팀 한희정 과장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힘입어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 디자인의 가방이 관심을 받는다”며 “활용도가 높은 제품인 만큼 튼튼한 소재로 만들어졌는지, 오래 메어도 어깨가 아프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파스텔 색상으로 출시된 코치의 참 컬렉션은 탈부착이 가능한 끈을 함께 구성해 숄더백과 크로스백으로 모두 멜 수 있다.
구두는 ‘킬힐’이라고도 불리는 높은 굽의 하이힐이 꾸준히 유행할 전망이다. 대신 이번 시즌에는 여러 겹의 끈으로 디자인한 멀티스트랩슈즈에 주목해보자. 멀티스트랩슈즈 사이로 보이는 발등과 발목은 여성의 발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소재에서는 스웨이드처럼 부드러운 느낌의 소재와 나무굽 등 자연스러움이 특징이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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