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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음식이 특급 레스토랑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좌우한다. 건대입구역 근처에 모두 합쳐 100여개의 포장마차가 영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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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W서울워커힐의 김기영 주방장과 함께 건대입구 근처에서 순대·어묵·튀김·버거를 맛보았더니
봄 같지 않은 날씨가 이어진다. 그래도 거리에는 사람들이 조금씩 는다. 지난 21일이 춘분이었다. 이날부터 낮이 조금씩 길어진다. 그러나 이날 광진구 화양동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앞에서 부는 바람은 춘분과 어울리지 않았다. 추위로 볼이 빨개지면서도 얇은 재킷과 미니스커트를 입은 20대의 남녀들만 춘분과 어울렸다. 2번 출구 근처에는 수십개의 포장마차가 줄 서 있다. 젊은이들은 잠시 서서 거리의 음식을 먹는다. 거리의 음식은 한식 세계화 캠페인이나 특급 레스토랑보다 사람들의 일상을 좌우한다.
광진구 아차산성길에 있는 더블유서울워커힐의 김기영 주방장이 이날 저녁 6시 특급호텔 주방에서 잠시 빠져나와 건대입구역까지 내려온 이유가 여기 있다. 그는 한 부서의 조리장인 셰프 드 파티다. 양식을 전공한 김기영 주방장이 건대입구역 근처 포장마차 5곳의 음식을 먹고 품평했다. 음식 수다는 거리음식의 아쉬운 점, 거리음식의 추억으로 이어졌다. 박민희 <한겨레> 베이징 특파원 등은 세계의 거리음식에 대한 소식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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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서울워커힐 김기영 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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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무 기자(이하 고) : 첫번째 포장마차에서는 어묵과 버거를 먹어보죠.
김기영 주방장(이하 김) : 어묵 국물이 다른 곳에 비해 매콤하네요. 어묵은 약한 불에 오래 익혀야 맛있죠. 집에서 어묵탕 만들면 거리에서 먹는 맛이 안 나잖아요? 집에서는 30분 만에 먹을 수 있게 센 불에 잠시 익히니까 그런 거예요. 거리 포장마차에서는 종일 익히잖아요. 어묵도 계속 바꿔주고.
고 : 그런 비밀이 있었군요. 길거리 어묵이 그저 비위생적이라고만 생각하는데 맛의 장점도 있군요. 저는 거리 어묵이 더 맛있는 게 그저 기분 탓이라고만 생각했는데요.
왜 집에선 어묵탕 맛이 안 나는 걸까
첫번째 포장마차에서 어묵 2개(1000원)와 도이치버거 1개(1500원)를 나눠 먹었다. 빵에 양배추를 썰고 그 안에 소시지 1개를 끼워넣었다. 머스터드소스 등 두 가지 소스를 뿌려 손님에게 건넸다. 바로 옆에서 계란빵 2개와 국화빵 2개를 2000원에 샀다. 21일 광진구의 최저 기온은 영하 1도였다. 사람들은 연방 포장마차로 들어와 음식을 사 먹었다.
고 : 해외여행 가서 먹어본 거리음식 가운데 기억나는 게 있으신가요?
김 : 지난해 중국에 갔어요. 신장위구르자치구였죠. 보통 여행 겸 음식 취재 겸 일 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을 가거든요. 거리에서 양 꼬치구이를 사 먹었죠. 숯불에 구워주더군요. 별 양념한 것도 아니고 그냥 꼬치에 소금만 살짝 뿌려 굽는데 그 맛이 정말 최고였죠. 비린내도 없었습니다. 양고기를 꼬치에 끼운 다음 생강, 마늘 다진 액을 바르고, 숯불에 구우면서 소금이랑 향신료 섞은 걸 살살 뿌리면서 구워요. 비린내가 전혀 없고 고유의 양고기 냄새와 향신료 풍미가 절묘하게 어울리죠. 맥주 안주로 최고인 듯해요. 거리음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있어요. 변형을 좀 시켜 저희 호텔에서 낼 때도 있어요. 양꼬치 같은 경우도 응용해봤어요. 저희 양식당 브런치 메뉴에 가볍게 먹을 수 있도록 꼬치를 냈죠. 물론 숯불에 바로 구울 수는 없어서 변형했어요. 자주 오는 단골손님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드리는 거죠.
고 : 저도 잊을 수 없는 거리음식이 있어요. 필리핀에서 먹어본 거리음식인데요, 부화하기 직전의 달걀이죠. 까 보면 병아리가 똬리를 틀고 있는….
김 : 곤달걀이요?
고 : 그게 우리나라에도 있어요?
김 : 곤달걀이에요. 시골 장터에 가면 있죠. 곯은 닭이라는 곤닭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곤달걀은 사전적으로 곯은 달걀인데 부화장에서 부화하다 안 된 달걀을 파는 걸 가리키죠. 곤달걀에도 등급이 있어요. 병아리가 생기기 전 단계 곤달걀에는 노른자가 없어요. 탄력 있는 흰자만 있죠. 조금 더 있으면 병아리가 생기려 하는 곤달걀이 되고, 그 윗단계는 안에 병아리가 들어 있는 곤달걀이 있죠. 곤달걀이 몸에 좋다 그래서 저 어릴 땐 시골장터에서 어른들이 막걸리와 곤달걀을 종종 드셨죠. 저도 병아리 생기기 전 단계의 곤달걀은 먹어요. 하지만 병아리가 생긴 곤달걀은 못 먹습니다. 제 고향이 충남 홍성입니다. 초등학교는 시골에서 다녔어요. 시골동네에는 거리음식이란 게 없잖아요. 그래서 시내 중학교에 다니면서 거리음식이란 걸 처음 먹어봤죠. 학교 근처에 호떡 포장마차가 하나 있었어요. 보통 호떡은 안에 설탕을 넣는 게 기본이잖아요. 그 집은 설탕호떡도 있었지만 당면이랑 야채를 넣어 만든 야채호떡을 팔았죠. 가격은 설탕호떡보다 조금 비싼데 사람들이 줄 서서 먹었죠. 한곳에서만 십수년 장사하셨죠. 얼마 전까지도 고향에 내려가 보면 여전히 장사하고 계시더군요. 그 맛은 변하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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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포장마차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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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만 기름솥… 위생에 좀 더 신경을
건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차례로 눈에 보이는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세번째로 찾은 곳은 떡갈비 한 종류만 팔았다. 2000원을 주고 매운맛 떡갈비를 한 접시 주문했다. 매운 고추장 소스를 뿌려 냈다. 네번째로 방문한 포장마차에서는 떡볶이, 튀김, 어묵을 시켜 먹었다. 모두 합쳐 5500원이다.
고 : 한식 세계화와 관련해서 농림부가 떡볶이연구소에 지원금을 많이 줬더군요. 정부가 한식 세계화에 나서는 건 좋은 일입니다만, 요리사님들 말씀 들어보면 서양 사람은 떡의 쫀득한 식감을 싫어한다더군요.
김 : 맞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스시나 사시미를 서양 사람들이 처음에 안 먹었잖아요? 날음식을 싫어하니까요. 그런데 일본에서 계속 음식의 우수성을 주장해서 결국 지금은 인기 음식이 됐죠. 우리도 떡의 쫀득한 질감을 버리지 말고 그냥 우리 것 그대로 가져가면서 세계화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괜히 치즈 넣고 뭐 넣고 그러지 말고요. 다만 한식세계화 위원에 요리사가 많지 않은 건 아쉽더군요.
마지막 다섯번째 포장마차에서 순대, 튀김, 어묵을 주문해 먹었다. 순대와 튀김은 떡볶이 국물에 버무리지 않고 그냥 먹었다. 이 일대 포장마차의 음식 가격은 비슷했다. 순대, 튀김 각 1인분과 어묵 1개를 먹고 5500원을 냈다. 근처 커피숍에서 총평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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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 건대입구역 주변 길거리 포장마차와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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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 일본의 경우 구청에서 노점을 정식으로 허락해주더군요. 단 조건이 까다롭더라고요. 이동할 수 있는 트럭이 있어야 하고 위생 조건도 있더군요. 우리나라 노점은 고정돼 있잖아요? 사실상 상가나 다름없는데 그게 아니고 무조건 바퀴 달린 트럭이 있어야 허가를 주더군요. 장사 끝나면 철수하라는 거겠죠. 이게 더 합리적인 행정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나라처럼 노점 자리를 권리금 받고 팔 수도 없을 테고요.
김 : 우리나라 포장마차 많이 좋아졌죠. 위생도 좋아졌고요. 하지만 아직도 미흡합니다. 국가에서 포장마차 위생에 좀더 신경 쓰면 어떨까요. 일반 식당에서는 요새 원산지 표기다 반찬 재활용 금지다 위생 기준이 있잖아요? 사실 거리음식 손님이 많잖아요. 외국인들도 많이 와서 먹습니다. 어찌 보면 이런 곳을 더 중점 관리해야 합니다. 음식 만드는 분들 체계적으로 교육도 하고 말이죠. 보셨겠지만, 오늘 들른 곳 중에 깨끗한 데가 없었어요. 기름솥도 죄다 까맣고요.
고 : 음식 수준은 어떤가요? 다섯 곳 포장마차 음식을 총평해 주시죠.
김 : 일단 맛이 비슷한 게 다 같은 메뉴이기 때문이죠. 튀김도 김말이, 오징어 등 똑같아요. 같은 재료상에서 사오니까 그렇겠죠. 제가 어려서 먹은 야채호떡집에는 그 집만의 노하우가 있었죠. 어디서 음식을 사오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나 이런 역세권 포장마차는 단골이 없을 거예요. 그런 게 아쉽죠. 두번째 방문한 떡갈비 포장마차가 가장 낫습니다. 일단 가장 위생적이었고요. 떡갈비라는 아이템도 새롭습니다.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자기만의 아이템 한두개를 개발하는 게 어떨까요? 나머지 음식은 다 평범했습니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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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가 사랑한 노점
세계의 거리음식도 트위터가 좌우한다. <로이터>와 <가디언> 기사로 본, 거리음식과 트위터의 흥미진진 공존 일기
⊙ 트위터 | 뉴욕에서 캐러멜 크림 샌드위치와 설탕 쿠키를 파는 킴 이마는 3000명의 팔로어에게 매일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 특히 성패트릭데이처럼 수천명의 관람객이 붐비는 날에 효과적이다. 뉴욕에는 정식으로 인가를 받은 3000개의 음식 트럭 노점이 있다. 케니 라오는 그의 만두 트럭 위치를 5000명의 팔로어에게 알린다.
⊙ 뉴욕 최고의 거리음식 콘테스트 | 2009년 9월 뉴욕에서 5번째 최고의 거리음식 대회(2009 Vendy award)가 열렸다. 대상은 ‘컨트리 보이스 타코 트럭’을 운영하는 페르난도 마르티네스와 부인 욜란다에게 돌아갔다. 최종 심사에 오른 10명의 트럭 노점상 가운데 5명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위치와 메뉴를 선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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