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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교수가 직접 기른 호박을 들고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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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2.0] 가족 건강 지키려 직접 농사짓는 이원종 교수
잔병치레 딸 자연치유 ‘깨달음’
“통째 먹는 야채, 도정 안한 곡물
비타민 등 질병 예방물질 많아”
이원종(58) 국립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수업이나 약속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정장을 좀처럼 안 입는다. 간편한 티셔츠와 멜빵바지, 밀짚모자 차림일 때가 더 많다. 그는 ‘농사짓는 교수’다. 부인과 단둘이 강릉에 있는 허름한 농가주택에 산다. 빨간 함석지붕의 단층짜리 집은 보잘것없지만 그 대신 그의 집엔 풍족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푸성귀’다. 300여평의 텃밭에는 감자, 상추, 쑥갓, 오이, 토마토, 가지, 고추, 옥수수, 호박, 당근, 배추, 무 등 갖가지 채소가 자란다. 이것들은 매일 그의 식탁을 가득 채운다. 그는 “지금껏 60㎏대의 체중을 유지하며 잔병치레 없이 살았다”며 “농촌에 살면서 오염되지 않은 먹을거리를 먹은 것이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가 농사짓는 일을 동경한 건 30년 전이다. 미국 유학 시절 공부하던 대학에서 조그만 텃밭을 불하해 학생들에게 간단한 채소를 기를 수 있도록 했는데, 그때부터다. 7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아파트 생활을 할 때도 그는 베란다에서 야채를 키웠다. “그렇다고 해서 농촌의 삶 자체를 동경하지는 않았어요. 이미 익숙해진 도시 생활을 청산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그의 마음을 돌린 건 큰딸이었다. 20여년 전, 당시 15개월이던 첫째딸은 유독 병치레가 잦았다. 감기약을 늘 달고 살았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교환교수로 1년 재직하는 동안 잔디밭에서 뛰어놀게 했더니, 그다음부터 병에 안 걸리더라고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국 ‘자연’이었어요. 귀국한 후 아파트 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들어갔죠.” 농촌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15평에 불과한 낡은 농가주택에 적응하는 것에서부터 농사일에 익숙해지는 것까지 모든 것이 힘에 부쳤다. “첫 고추 농사를 지을 때, 모종에 물을 제대로 주지 않아 모두 죽인 적도 있고, 고추 안에 곰팡이가 슬어 고추 수확을 한 뒤 몽땅 버린 적도 있었죠.” 그럼에도 그는 가족의 건강을 위한 일이기에 농사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라고 많은 사람이 고민한다”며 “이럴 때 나는 ‘거친 음식’을 먹으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오키나와, 파키스탄의 훈자,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등 세계의 유명한 장수마을의 공통점이 뭔 줄 아세요? 바로 한결같이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도정하지 않은 거친 곡물을 주식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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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음식’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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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건강을 해치는 식품은 ‘부드러운 음식’이다. 흰쌀과 흰밀가루, 소금, 설탕, 지방,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음식과 가공·인스턴트식품이 해당된다. 부드러워서 먹기에는 좋지만 정작 우리 몸에 필요한 무기질, 비타민, 섬유소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 소화도 잘 안되고 몸무게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결과다. 당뇨, 고혈압, 지방간, 고지혈증, 뇌졸중, 암 등 각종 생활습관병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교수 역시 “젊은 시절 한때 점심을 햄버거로만 때웠더니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까지 올랐다”며 “‘거친 음식’ 식단 1년 만에 이를 정상으로 되돌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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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교수와 부인 김경애씨가 강릉에 위치한 자신의 농가주택 툇마루에 앉아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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