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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07 20:33 수정 : 2010.04.07 20:36

오해 1. 고양이들은 우아하고 도도하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성격부터 지능까지 고양이에 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사람의 손을 덜 탄다는 것. 남자들이 반려동물로서 고양이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그것만 믿고 덜컥 입양을 결정했다가는 며칠도 못 가 온 팔뚝에 고양이 손톱자국 문신을 새긴 채로 울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손을 덜 탄다는 관념 또한 고양이에 대한 숱한 편견 중 하나일 수 있는 까닭. 앞뒤 안 가리고 고양이부터 들이기 전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에 관하여, 세간의 편견들을 바탕으로 풀어보았다.

오해 1. 고양이들은 우아하고 도도하다.

진실 : 그렇지만은 않다. 고양이와 지내면서 그들을 찬찬히 관찰해보면 그들이 단지 우아한 ‘척’하는 데만 능하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방 안을 뛰어다니다 가구 같은 것에 부딪혔을 때, 사람이 못 봤으리라 생각하고 급히 세수에 몰두한다. 마치 부끄러운 일 따윈 없었다는 듯이.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동거인에게는 한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감정표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도도한 고양이라도 배가 고프면 사람의 장딴지에 머리를 비비며 친근한 표시를 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고양이 중에는 김도훈씨가 데리고 있는 솔로처럼 쉼 없이 놀아달라거나 수시로 안겨오는 애들도 적지 않다. 그런 고양이를 만난 집사(고양이 주인을 일컫는 애묘인들의 용어)는 제대로 복받은 경우로, 우리는 그들을 ‘개냥이’라 부른다.

오해 2. 고양이들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

오해 2. 고양이들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

진실 : 그렇지 않다. 자신의 애묘를 자랑하는 블로그나 커뮤니티의 글들을 살펴보라. “우리 고양이는 말을 알아들어요”라는 레퍼토리가 사방에 널렸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이름을 부르면 돌아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이 습관적으로 쓰는 어휘에 반응하는 것일 뿐 고양이가 자신의 이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례로 노정태씨는 두 번째 고양이의 이름을 애초 ‘겨울’이라고 지으려 했으나, “겨울아”라고 부르면 첫째인 가을이가 돌아보는 통에 이름을 ‘입동’으로 구분해서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양이가 말을 알아듣는다고 해도 거기까지다. 개에게 하는 것처럼 “앉아!”, “손!”이라고 입이 부르트도록 외쳐봤자 당신의 고양이는 눈만 멀뚱멀뚱 뜨고 새침하게 앉아 있을 것이다. 알다시피 고양이에게 훈련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해 3. 길고양이 출신들은 크고 나면 집을 나간다는데.

오해 3. 길고양이 출신들은 크고 나면 집을 나간다는데?

진실 : 그럴 수도 있다. 여기에는 변수가 있다. 먼저,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지 않은 경우. 날씨가 따뜻해지고 발정기가 찾아오면 고양이들은 레이더망을 가동하여 동네 가까이에 있는 이성들을 검색한다. 이 레이더는 상상 이상의 고성능이라, 일설에 따르면 아파트 1층에 사는 수컷 고양이가 같은 동 10층에 사는 암컷 고양이의 발정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한번 발정이 오면 고양이도 매우 고통스러워하기 때문에 2세를 볼 계획이 아니라면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고양이를 위해서도, 고양이와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을 위해서도 미리미리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는 편이 좋다. 수술을 하고 나면, 집사의 부주의로 문을 열어두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바깥에 나가려는 고양이의 노력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고양이의 가출과 관련하여 노정태씨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날 아침 가을이가 심하게 울어대기에 성질을 내며 고양이에게 물을 뿌린 적이 있었다고 했다. 평소에는 그랬던 적이 없었던 까닭에 고양이도 충격을 받은 듯, 학교에 다녀와 보니 창문이 살짝 열려 있고 가을이는 집에 없었다. 자책감에 괴로워하며 가을이를 찾아다녔지만 허사. 다음날 밤 창문 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열어보니 동네 고양이들과 싸움질을 하느라 만신창이가 된 가을이가 돌아와 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인간과는 같이 살기 힘들겠군”이라고 판단한다면 고양이가 집을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 가출의 경우에는 대개 가을이처럼 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문제는 집을 나갔다가 다른 길고양이들의 영역 텃세를 피해 도망다니는 과정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잊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해 4. 고양이들은 많이 운다.

오해 4. 고양이들은 많이 운다? 박미향 기자

진실 : 고양이마다 다르다. 여기에도 전제가 있다. 알다시피 발정기의 고양이는 말도 못할 정도로 울어댄다. 역시 첫 발정이 오기 전에 중성화 수술을 시켜준다면 이후 다 자란 뒤에도 울음소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고양이의 품종이나 체형에 따라 수다쟁이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가장 말이 많은 고양이는 ‘샴’고양이이고, 체형이 작은 고양이일수록 많이 운다는 것. 하지만 이 또한 일반론에 불과하다.

이 부분에서만큼은 훈련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고양이가 울어대는 것은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행위로, 고양이가 운다고 해서 무조건 밥을 주지 말고 고양이가 문 앞에서 울어댄다고 바로 문을 열어주지만 않아도 버릇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양이를 기르고 싶으나 집주인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세입자라면 유념해 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오해 5. 고양이는 씻기지 않아도 된다?

오해 5. 고양이는 씻기지 않아도 된다.

진실 : 그렇지 않다. 물론 고양이는 매우 청결한 동물이라, 틈만 나면 마치 이탈리아산 목욕수건처럼 꺼끌꺼끌한 자신의 혀로 몸 구석구석을 핥아 이물질을 제거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구 뒤편의 먼지구덩이에서 뒹굴었던 야옹이가 불과 1시간 만에 방금 목욕하고 나온 듯 윤기 나는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신비로운 광경도 목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깔끔을 떤다고 해도 고양이의 혀에 은나노 항균 성분까지 함유되어 있지는 않다. 고양이의 털에 붙어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고양이는 물론 사람에게까지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두세달에 한번 정도는 고양이 전용 샴푸로 씻겨 주기를 권장한다. 페르시안이나 친칠라처럼 털이 긴 종류는 스스로 몸을 핥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자주 씻길 필요가 있다. 매일같이 씻기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고양이들이 원체 물을 싫어하여, 목욕의 스트레스가 그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해 6. 고양이가 낮은 소리를 내는 것은 적개심의 표현이다.

오해 6. 고양이가 낮은 소리를 내는 것은 적개심의 표현이다?

진실 : 다 그렇지는 않다. 고양이는 울음소리 외에도 다채로운 음향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터라, 그를 통해 고양이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먼저 누가 들어도 ‘으르릉’에 가까운 소리는 적대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맞다. 대개 낯선 고양이를 만났을 때 이런 소리를 낸다. 그리고 상대와 더욱 가까워지면 온몸의 털을 삐죽 세우거나 꼬리를 빵빵하게 부풀리며 입을 벌려 짧게 ‘하악’ 하고 위협한다.

고양이가 이완된 상태에서 밥 끓는 소리를 낼 때는 기분이 무척 좋은 상태로, 사람이 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거나 목 언저리를 긁어주면 소리가 더욱 증폭된다. 이 골골거리는 소리는 사람의 골밀도를 높이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만약 고양이가 마치 춥기라도 한 듯 이빨을 다다닥 부딪히는 듯한 소리를 낸다면 벽 높은 곳이나 천장에 불빛 같은 게 어른거리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보자. 이는 뭔가 움직이는 물체를 간절히 사냥하고 싶을 때 내는 소리니까.

오해 7. 고양이는 늘 얌전하다.

진실 : 그렇지 않다. 물론 고양이는 무척 부럽게도 하루의 대부분을 꿈나라에서 보낸다. 20시간여를 잠만 잘 수도 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방구석에서 꼼짝도 않고 몇 주를 보낼 수 있는 사람과 달리, 고양이는 적어도 하루에 한번쯤은 몸을 풀어줘야 한다. 그래 봬도, 그들의 조상은 야생동물인 까닭이다.

그들의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란 대개 질주하는 것이다. 시간은 늦은 밤, 만물이 잠들고 나면 야행성인 그들의 본능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이유도 없이 신이 난 고양이들은 방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거나 가구 위로 올라갔다 하며 사람 잠을 다 깨워놓는다. 특히 생후 1년 이전의 고양이들은 짧게 자고 일어났다 뛰어다니기를 온종일 반복한다. 이러한 운동시간은 성묘가 되고 나면 점차 줄어든다. 게다가 사람의 라이프사이클에 적응한 고양이들은 밤에 일어났다가도 사람이 잠들어 있으면 자신도 덩달아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경우도 있다.

오해 7. 고양이는 늘 얌전하다?

참고도서 <고양이가 궁금해>(마티 베커&지나 스패더포리 지음, 박윤정 옮김, 도서출판 펜타그램)

글·사진 조민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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