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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12 21:01 수정 : 2010.04.12 21:01

투병소설 ‘수수꽃…’ 낸 백종현씨.

[건강2.0] 투병소설 ‘수수꽃…’ 펴낸 백종현씨
병과의 싸움·결혼의 경험 글로
“완치돼도 사회적 차별 여전해
치명적이지만 자연의 한 과정”

“이제는 머나먼 가난한 나라의 질병처럼 느껴지지만 결핵은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을 괴롭히는 주된 감염 질환이더라고요. 약에 내성을 보이는 결핵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긴 저의 경험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소설까지 쓰게 됐습니다.”

백종현(45)씨는 결핵을 앓고 치료하는 과정과 그 힘든 과정에서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책 <수수꽃다리 사랑>을 펴냈다. 결핵은 우리나라의 1960~70년대 가난한 시절이나 이제는 후진국에서나 관심 가져야 할 질환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백씨가 말한 것처럼 결핵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주요 사망원인에 속하는 감염 질환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집계 결과를 보면 2008년 한 해 3만4000명 정도가 결핵에 새로 걸린 것으로 확인됐으며, 최근 5년 동안 한 해 평균 2500명가량이 숨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됐던 신종 인플루엔자로 국내에서 거의 1년 동안 250명이 숨진 것에 견주면 결핵이 여전히 무서운 질환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백씨처럼 여러 결핵약에 내성을 보이는 균주도 많다.

백씨가 결핵을 앓은 것은 그의 나이 27살 때였다. 군대에 다녀온 뒤 사회생활에 복귀해 일자리를 찾고 있을 때 그에게 닥쳐온 결핵은 그의 인생 전체를 바꾸게 했다. 보통의 결핵이었다면 6달 정도의 표준치료를 받거나 거기에 3달 정도의 치료를 더하나, 백씨는 표준 치료제들이 듣지 않는 내성 결핵이었다. “내성이 생겼을 당시에만 해도 치료받던 병원에서 이제 약이 없다고 하는데, 절망을 느꼈습니다. 결국 지방의 한 결핵 병원에 입원까지 해야 했고, 폐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와 운동을 마치고 자세를 취했다.

수술 뒤에도 백씨는 약을 2년 정도 더 먹어야 해서 모두 3년 정도의 치료를 받았다. 한창 젊은 나이에 결핵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는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젊은이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우리나라의 결핵 환자 발생 현황을 보면 다른 나라에 견줘 20~40대 등 한창 나이의 결핵환자가 많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환자 몇몇은 죽어가기도 했고 그 절망감과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서로를 위로하고 북돋는 시간도 갖게 됐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입원한 해 연말에 열린 문학의 밤 행사였고, 그는 이 행사에서 결핵 환자의 마음을 담은 자작시를 발표했다.

“소설에도 썼지만 그때 자작시에서 진실함을 느낀 지금의 아내와 연애도 시작하게 됐습니다. 결혼하는 과정에서는 주변의 반대도 많았지만 서로의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를 이겨나갔습니다.”

결핵을 이겨낸 뒤에도 그가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질환을 겪었다는 그 이유 때문에 벌어지는 차별이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까지 나왔지만 직장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작한 일이 학원 강사였고, 얼마 전까지 학원을 운영했다. 지금은 춘천 근교로 이사해, 다시 일을 시작하려 준비 중이다.

요즘 그의 건강 관리법은 의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로 채워지지만 그냥 좋아서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배드민턴, 축구, 테니스 같은 운동을 좋아해 틈나면 하지만 억지로 하지는 않는다. 건강 증진을 위해 특별히 챙겨 먹는 음식도 없다. 백씨는 “충분하게 영양 섭취하라고 해서 야채, 육류 등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고 있다”며 “아내가 만들어주는 김치찌개가 건강에 제일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해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운동도 아내와 같이 하며, 주로 배드민턴이나 달리기, 산책 등 마음 편하고 즐거운 것들을 즐긴다. 다만 결핵 걸리기 전만 해도 가까웠던 담배는 아예 멀리 하고, 술이나 커피 등도 절제 대상이다.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농촌과 시골의 삶이 좋고 대도시를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져서 이사했다는 그는 결핵과 같은 질병과 자연의 한 과정으로 이해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비록 치명적인 질환일 수 있지만 완치되면 보통 사람과 하나 다를 것 없이 살아간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사진 백종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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