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4.19 20:51
수정 : 2010.04.19 20:51
[건강2.0]
신생아들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지만, 각종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고령 산모의 출산이 많아지고, 의학의 발달로 과거에는 살리기 힘들었던 조산아들이 다수 생존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신체 기형이나 유전자 질환의 비율은 감소하는 반면, 각종 발달장애는 증가하고 있다.
나이에 맞게 키가 크고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이 ‘성장’이라면 운동기능, 언어능력, 지능 등이 순조롭게 발전하는 것을 ‘발달’이라 한다. 언어와 사회성 발달이 현저히 떨어지고, 특이한 감각증상이나 행동을 보이는 자폐증은 대표적인 발달장애이다. 다양한 발달지연 중에서도 언어지연은 성인이 되고 난 뒤의 지능과 관련되는 중요한 지표이다.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또래에 비해 언어가 6개월 이내로 늦을 경우에는 양육자가 언어자극을 늘리면서 지켜볼 수 있다. 그러나 6개월 이상 뒤처질 경우에는 정식 언어검사와 전문 의료인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2년 이상 지연되면 발달장애로 진단되고, 언어치료, 작업치료, 놀이치료 등의 특수치료를 필요로 한다.
한의학에서는 소아의 발달이 늦은 것을 오지(五遲)라 하여 한약과 침으로 치료하였다. 오지는 걸음이 늦은 것, 머리카락이 잘 나고 자라지 않는 것, 이가 늦게 나는 것, 똑바로 서지 못하는 것, 언어가 늦은 것을 가리킨다. 또 머리와 목에 힘이 없어 목을 잘 가누지 못하는 것, 손으로 물건을 쥐지 못하는 것, 씹기가 어려운 것 등을 포함하여 다섯 가지 늘어지는 증상은 오연(五軟)인데, 각종 뇌신경질환에서 오지와 함께 흔히 나타난다. 반대로 머리와 목, 팔다리 등이 굳어서 움직이기 힘든 것을 오경(五硬)이라 했는데, 강직성 뇌성마비 증상을 표현한 것이다.
출산 시 손상이나 뇌신경질환 등을 제외하면 원인을 모르는 발달지연, 발달장애, 지적장애가 대부분이다. 장애가 있더라도 성인과는 달리 아직 ‘성장’과 ‘발달’의 시기가 남아 있으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치료 가능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약물이나 수술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져 재활치료를 힘겨워하는 아이들이 많아 부모님들은 이래저래 속이 타신다. 각종 특수치료에 전신의 막힌 기운을 소통하는 침뜸치료, 추나치료, 체력을 보강하고 발달을 촉진하는 한약치료를 결합했을 때 훨씬 경과가 좋은 경우를 많이 본다. 장기간의 치료 비용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더 늘어나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된다.
윤영주/부산대 한방병원 교수(의사·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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