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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21 18:07 수정 : 2010.04.21 18:19

샤토 몬텔레나. 토양의 질을 높이기 위해 겨자풀(머스터드)을 포도밭에 심었다. 머스터드꽃 뒤에 있는 포도나무는 이제 새순이 난다.

[매거진 esc]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여행에서 맛본 신대륙 와인들

서양 역사에서 와인은 떼어놓을 수가 없다. 로마제국의 번영은 와인의 역사였다.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에 와인이 풍족하지 않았다면 ‘최후의 만찬’을 완성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우리도 한때 와인 열풍이 거셌다. 지금 막걸리에 밀려 주춤하지만 애호가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와인 애호가라면 한번쯤 자신이 좋아하는 와이너리(와인 양조장) 여행을 꿈꿔본다. 산지를 둘러보고 직접 와인을 시음해보는 경험은 남다른 추억을 만든다. 캘리포니아 와인여행은 그런 점에서 색다른 체험이다. 구대륙 와인과는 다른 신대륙 와인만의 특유한 맛을 즐기고 좀더 현대화된 생산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샤토 몬텔레나의 오크통 숙성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와인 생산의 91%를 차지하는 곳이다. 세계 4위의 와인 생산국인 미국 와인이 대부분 이곳에서 생산된다고 보면 된다.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는 내파밸리(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60㎞ 떨어진 곳)다. 운산그룹 이희상 대표(와인 수입업체 나라식품 운영)가 내파밸리에 자신의 와이너리 ‘다나에스테이트’를 운영해서 더 유명해진 곳이다.

내파밸리에는 그 유명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있다. 로버트 몬다비(2008년 사망)는 1966년 자신의 와이너리를 세워 스테인리스 탱크 발효와 프랑스산 오크통 도입 등 미국 와인의 혁신을 불러왔다. 와인 시음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그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 <몬도비노>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미국 와인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그의 와이너리는 미국 주류 복합기업인 콘스털레이션이 운영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도착하자마자 스페인 수도사를 기념한 건물이 반갑게 맞이한다. 캘리포니아에 처음 와인을 전파한 사람이 스페인 수도사들이다. 들머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로버트 몬다비 와인과 마리아주(음식과 와인의 조화)가 잘 맞는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다. ‘2006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카베르네 소비뇽 레제르브’가 식탁에 등장한다. 와인잔을 흔들어 향을 맡고 혀끝에 붉은빛을 담는다. 가벼운 과일향이 코끝에 닿아 싱그럽다. 비교 시음을 해보라고 한 병의 와인이 라벨을 숨긴 채 등장한다. 묵직하면서 가벼운 맛이다. 프랑스 명품 와인 샤토 마르고(2000년산)였다. 명성이 자자한 와인이다. 자신들의 와인이 명품 와인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다고 자랑하기 위한 이벤트다. 시간마다 변하는 와인 맛을 두고 비교하기란 쉽지 않다. 붉은 와인에 살짝 흥분한 속내를 감추고 안내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나선다.

포도나무는 너른 대지에 꼬불꼬불 몸을 비틀면서 성장을 하고 있었다. 새순이 이제 겨우 고개를 내민 수준이다. 따가운 태양을 뒤로하고 오크통 숙성실로 내려가자 조선시대 석빙고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저장고에는 작은 프랑스산 오크통이 진군을 준비하는 병사들처럼 수천개가 늘어서 있다. 고개를 숙여 살펴보니 오크통의 가운데는 붉은 천이 감겨 있다. 흰 천을 와인에 담가 물들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퍼스 원’이 있다. 와인 ‘오퍼스 원’은 1970년 프랑스의 필리프 드 로칠드 남작과 로버트 몬다비가 처음 만나 78년에 자신들의 농장을 만들고, 79년에 첫 빈티지를 생산한 와인이다. 로칠드 남작은 보르도식 와인을 내파밸리에 재현하고 싶었고 몬다비는 좀더 고급 와인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의 꿈을 담아 ‘오퍼스 원’의 라벨도 두 남자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와인 오퍼스 원(왼쪽). ‘오퍼스 원’ 와이너리는 다른 곳에 비해 포도나무를 촘촘히 심는다. 당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수천개의 오크통 속에 매혹적인 ‘신의 물방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올리브나무를 지나면 석회암으로 만든 건물이 등장한다. 1991년에 지었다. 이 건축물은 두 사람을 기려 프랑스의 고대 건축과 캘리포니아의 모던한 분위기를 살렸다. 포도나무가 다른 내파밸리 와이너리보다 조밀하게 심어져 있다. 포도 알은 작지만 당도를 더 많이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알려준다. 에이커당 생산량은 줄지만 질은 우수하다고 안내자가 말한다. 지하 저장고에는 수천개의 오크통이 기가 질릴 정도로 늘어서 있다. 기다리던 시음회. 2006년산 ‘오퍼스 원’이 다소곳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 77%, 메를로 12%, 카베르네 프랑 5%, 프티 메를로 3%, 말베크 3%로 구성되어 있다. 쌉싸래한 피니시(잔향)가 사람들의 혀를 매혹한다. 마실수록 취기가 달아나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다. 동행한 인기블로거 ‘팻투바하’(김범수씨)는 ‘오퍼스 원’을 두고 한마디로 “신


조지프 펠프스 와이너리는 한 잔의 와인과 풍광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신흥귀족 같은 우아한 맛이다. 도전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현지에서 200달러 하는 와인이 국내에서는 세 배가 된다는 그의 말에 또 한번 기가 질린다.

와인에 관한 역사책을 뒤지다 보면 ‘파리의 심판’이라는 사건을 접하게 된다. 샤토 몬텔레나가 그 주인공이다. 1976년 파리에 거주하던 영국인 와인중개상 스티븐 스퍼리어가 보르도와 부르고뉴산 최고급 와인과 캘리포니아 와인을 한자리에 놓고 블라인드 시음회를 열었다.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집고 캘리포니아의 샤토 몬텔레나 와인 샤르도네(1973년산)가 우승을 했다. 당시 프랑스 주재 <타임> 기자인 조지 태버가 기사화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캘리포니아 와인의 황금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 이야기는 영화 <미라클>(원제 )로 2008년 개봉하기도 했다.

샤토 몬텔레나 여행의 시작은 중세풍 건축물에서 시작한다. 건축물 안에는 곳곳에 ‘파리의 심판’의 흔적들이 있다. 짐 배릿(소유주)이 우승 소식을 전해들은 전화기, 영화 촬영 장소 등. 포도밭에는 유채꽃을 닮은 머스터드꽃이 피어 있다. 생소하다. 건강한 포도밭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심는다고 한다. 친환경 농법의 일환이다. 멀리서는 태양전지판도 보인다. 포도밭의 서리를 막기 위해 설치한 선풍기는 태양열로 돌린다. 해충은 살충제 대신에 올빼미나 박쥐를 키워 잡는다. 샤토 몬텔레나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많은 와이너리들이 이미 친환경 농법에 익숙하다고 한다. 한참을 이야기에 빠져 정신을 놓고 있는데 와이너리 주인인 짐 배릿이 지나간다. 그는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포도밭으로 나가 일을 한다. 농부의 마음은 바다 건너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캘리포니아 와인여행에서 조지프 펠프스 와이너리를 빼놓을 수가 없다. 와인 맛보다 높은 산등성이에서 내려다보는 와이너리 풍광이 더 감동적이다. 현재는 창업자 아들 빌 펠프스가 경영을 맡고 있다. 그는 “2주 전에 한국을 다녀왔다.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말하면서 반갑게 인사한다. 국내 와인수입회사 나라식품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곳의 대표적인 와인은 인시그니아다. 2002년산 인시그니아는 2005년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세계 100대 와인 중 1위로 등극하기도 했다. 빌 펠프스는 “가장 자랑스러운 와인”이라고 말한다. 묵직한 바디감과 향긋한 잔향이 오묘한 조화 속에서 빛난다. 과거에는 독일 오크통을 사용했다. 당시 와인메이커(와인 품종 및 농장 관리자) 발터 슈크가 독일인이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좋아하는 와인…불고기와 어울리는 와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좋아하는 와인으로 유명한 켄들 잭슨(사진)도 둘러볼 만하다. 한국에서 일을 했던 요리사도 있다. 불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 와인도 준비되어 있다. 와이너리 건물 앞에는 관광객을 위한 각종 식재료 밭이 있다. 둘러보고 씹어보고 향을 맡아보는 재미가 있다. 프랑스 합작회사인 도멘 샹동은 더운 여름날 스파클링 와인을 좋아하는 이라면 찾아가볼 만하다. 즉석에서 이루어지는 시음회는 다양한 샴페인을 맛볼 수 있다. 어른들을 위한 놀이공간으로 만든 스털링 와이너리는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서 궁궐 같은 건물 옥상에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붉은 와인과 짙은 녹색의 포도밭이 주는 시원한 기분이 여행을 더 멋지게 만든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오크통 저장고.
와이너리에 지친 이들은 잠시 와인 농장을 벗어나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해도 좋다. 미국 히피문화의 중심지이자 각종 영화의 배경지가 된 낭만적인 곳이다. 영화 <더 록>의 배경지인 앨커트래즈 섬을 배로 둘러보고 ‘디 영 박물관’나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를 구경하며 뚜벅뚜벅 걷다 보면 하루해가 진다.

내파밸리·소노마=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투어

와인 시음부터 산지 관광까지

신대륙 와인의 대표적인 고향인 캘리포니아 내파밸리와 소노마 지역의 와이너리를 방문해서 와인을 시음하고 산지를 둘러보는 여행. 로버트 몬다비, 오퍼스 원, 샤토 몬텔레나, 도멘 샹동, 스털링, 조지프 펠프스, 켄들 잭슨 등이 포함돼 있다. 내파밸리 시내 관광과 중심지인 욘트빌에서 미슐랭 별점 레스토랑 시식도 가능하다. 내파밸리에서 시작해서 캘리스토가까지 운행하는 와인기차도 탄다.

5월에는 2일, 16일 격주로 일요일 출발 예정이다. ‘UC 데이비스’(와인학교) 견학을 원할 경우 진행이 가능하다. 값은 1인당 565만원부터다.

문의 한진관광 / 칼팍팀 (02)726-5701, http://www.kal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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