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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28 19:25 수정 : 2010.05.02 13:31

이강훈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 김말남씨〉 젖은 한지를 한 장 한 장 분류해야 한다.

[매거진 esc] 하니포토 워크숍
사전교육 효과
노출 - 포커스 - 기록성
3박자 두루 갖춰

◎ 심사위원장 | 최봉림(한국사진문화연구소 소장, 평론가·작가)

◎ 심사위원 | 이홍은(한미미술관 실장), 임준형(상명대 사진학과 교수), 이갑철(작가), 신미식(작가), 이재갑(작가), 임종진(작가), 곽윤섭(한겨레신문 기자)

하니포토 워크숍 2기 ‘안동의 어제와 오늘’

안동에서 열린 제2기 하니포토워크숍 참가자들은 뉴칼레도니아의 제1기생보다 안정되고 고른 사진 역량을 보여줬다. 개성적인 구도, 빛에 대한 감각, 메시지의 호소력 등에서는 여전히 적지 않은 개인 차이를 보였지만, 거의 모든 출품작은 적절한 노출, 정확한 포커스를 놓치지 않았고, 다큐멘터리 사진의 요체인 기록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낯선 이국취미에 빠지기 쉬운 해외촬영의 맹점이 사라졌고,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사전교육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이강훈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 김말남씨〉 잠시 일손을 놓고 환하게 웃어주시는 아주머니.
이강훈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 김말남씨〉 건조대에서 한지를 말리고 있다.


8명의 심사위원은 총 38명의 참가자 중에서 9명을 선정한 뒤, 100점 만점의 배점표에 따라 개별 채점을 했다. 배점 항목과 배당 점수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테마 수행도(20), 다큐멘터리 사진 이해도(10), 독창성(10), 10장 사진의 연결성(10), 표현력(10), 구도(10), 라이팅(10), 전시의 적합성(20). 만약 최우수작과 우수작의 점수 차가 10점 안팎이면 최종 재심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박빙의 경합은 없었다. 최우수작은 류정호씨의 <안동포, 따뜻한 마음의 씨실과 날실로 엮어지다>로, 우수작은 박언형씨의 <동상이몽>과 이강훈씨의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 김말남씨>로 결정되었다.

박언형 〈동상이몽〉 1. 바닥에 내버려진 합판이 빗물에 젖고 짓밟혀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박언형 〈동상이몽〉 처마 틈으로 바라본 안동포 마을은 훤한 대낮인데도 어둡다.
박언형 〈동상이몽〉 철거된 시멘트 건축물이 한쪽 벽만 남아 있다. 벽 문틈으로 보이는 기와집.

류정호씨는 예리한 빛의 감각과 파격적인 앵글, 그리고 소품과 공간을 통해 주인공의 삶을 요약하는 치밀함을 동원하면서 삼베를 짜는 할머니의 일상을 극적으로 승화시켰다. 박언형씨는 전통과 현대의 충돌, 상업화에 종속되는 유교의 본향을 사물들의 뜻밖의 병치, 예기치 못한 카메라의 시선으로 포착하는 탁월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두어 장의 사진이 이러한 시각적 강렬함을 약화시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강훈씨는 한지를 만드는 여인의 하루를 겸허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의 미덕을 보여줬지만, 전율하는 사진적 언어가 결여되어 있었다. 한정아씨의 <스마일 어게인>과 이종훈씨의 <안동의 선(線), 선(禪)>은 수상의 점수에 근접했지만, 새로운 메시지의 부재와 일관성의 결여로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기초반의 이형주씨와 나형균씨는 스토리반의 수작들과 경합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봉림/사진비평가·작가

다큐멘터리 사진은 무엇보다도 주제와 소재의 집중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예술사진의 걸작주의를 추구하지 않는다. 일관성과 집중력을 통해 나온 여러 사진을 통해 공감의 문맥, 전율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큐멘터리에도 낱장의 걸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여러 장이 모여서, 더 나아가 사진집이 되어서 비로소 독자와 관람객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의식을 일깨운다. 훌륭한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새로운 시선의 일관성을 거의 평생 동안 유지한다. 소재의 집중성도 강박관념적이다. 이를 통해 그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 세계를 인지하는 새로운 태도를 자극하고 태동케 한다. 좀더 일관되고 집중력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풍성할 제3기 하니포토워크숍을 기대해본다.

최봉림/사진비평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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