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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30 08:42 수정 : 2010.04.30 08:42

[매거진 esc] 한살림과 함께하는 밥상사연 공모전

대학을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이라는 새로운 생활에 흠뻑 취해 있던 그때 어머니가 암선고를 받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때의 집안 공기를 잊지 못합니다. 아버지께서 저희를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엄마가 간암이란다. 길어야 2년 사신다.”

저희는 살아 계시는 동안만은 행복한 모습만 보여드리자고 약속했습니다. 집안일도 아버지가 도맡아 하시고 저희 형제는 투병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마음이 찢어지고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황달이 오고 복수가 차서 배가 점점 불러오는 어머니를 볼수록 가여웠습니다. 만만치 않은 병원비와 약값으로 인하여 집은 점점 기울어졌습니다. 복수가 차서 병원에 입원한 어느 날이었습니다. 형은 군대를 가서 어머니의 입원 상태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복수만 빼고 가겠다고 생각하신 어머니는 형이 휴가를 나와 어머니 병문안을 왔는데 못 알아보셨습니다. 복수가 뇌 손상을 일으켜서 알아보시지 못했습니다. 하루만 더 빨리 왔더라면 형의 모습을 기억하고 가셨을 텐데 아쉽습니다. 내가 하루만 빨리 부대에 연락을 해서 하루만 빨리 휴가를 나왔더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그게 마지막이 될지 몰랐습니다.

어머니는 떠나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뒤 외할머니가 집으로 오셨습니다. 외할머니는 장례식에 참석하셨을 때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부산 이모와 함께 사시다가 손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 먹이고 싶다고 해서 내려오신 것이었습니다.

외할머니는 된장찌개와 갖가지 나물무침을 만들어 저희 두 형제에게 푸짐하게 차려주셨습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외할머니는 울고 계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에도 보이지 않으셨던 참고 참았던 눈물을 그제야 보이셨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요? 자기 자식이 먼저 떠나는 모습을 보았으니. 된장찌개의 맛은 어머니가 항상 끓여 주시던 된장찌개와 같았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외할머니 앞에서는 울지 말자고 그렇게 했었는데 된장찌개 맛을 보는 순간 밥 위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습니다.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다 할머니를 보고 배운 걸까요? 왜 그 맛은 같을까요?

한번씩 힘들고 입맛이 없을 때는 부산을 내려가서 바다도 보고 외할머니의 구수한 된장찌개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고는 합니다.


현재 저희 집 세 남자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도 가슴이 찌릿찌릿하지만 어머니와의 좋은 추억은 가슴 한구석에 아직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머니도 물론 하늘 위에서 아버지와 두 아들을 보면서 뿌듯해하고 계실 겁니다.

박근민/광주 남구 주월2동


‘esc’가 바른 먹을거리 운동을 펼치는 한살림과 독자 사연 공모전을 진행합니다. ‘내 인생의 잊지 못할 밥상’이라는 주제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매주 한분을 뽑아 유기농쌀·홍삼액 등 20만원 상당의 한살림 상품 등을 드립니다. 자세한 응모 요령은 <한겨레> 누리집(www.hani.co.kr)에 접속해 esc 게시판을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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