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5.03 20:31
수정 : 2010.05.03 20:31
[건강2.0]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생후 6개월까지 모유만을 주고 그 후에는 보충식을 함께하면서 2년 이상 모유를 먹일 것을 권장하고 있다. 스웨덴의 모유 수유 비율이 97%인 데 비해, 한국은 최근 들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3개월까지 모유를 먹이는 비율이 60%이고, 1년까지는 20% 미만이다. 모유가 분유에 비해 영양이 부족하다는 수십년간의 잘못된 믿음이 아직 남아 있는데다 짧은 출산휴가 후에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 엄마들이 많은 현실 탓이기도 하다.
생후 4~6개월이 되면 모유만으로는 충분한 영양 공급을 할 수 없으므로 이유식을 시작한다. 단계적으로 음식 종류를 늘려서 한 살
쯤에는 5가지 식품군을 모두 포함해 이유를 완료하도록 권한다. 이유식에 대한 이런 현대 의학의 상식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태어나자마자 황련과 감초를 달인 물로 입안을 닦아주고, 천에 적셔 자주 빨게 하는 것은 한의학에서의 신생아 관리법 중 중요한 내용이다. 이것을 초생(初生) 해독법이라 하는데 태변이 잘 배출되도록 도움을 준다. 특히 난산이나 태아 허약으로 인해 양수와 태변을 흡입한 경우에 더 필요한 조처이다. 또 <동의보감>에서는 소아의 장위가 아직 연약하고 좁으므로 일체 열을 나게 하거나 잘 소화되지 않는 음식을 금하도록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출생 후 몇 시간 내에 바로 분유를 주는 것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신생아는 모체에서 받은 영양이 있기 때문에 생후 1~2일까지는 음식 섭취가 없어도 큰 문제가 없다. 신생아의 장벽은 선택적 흡수 기능이 부족하므로 오히려 첫 수유 시에 연약한 위장기능이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유식도 서둘러서는 안 된다. 달걀, 생선, 고기 등의 동물성 단백질을 너무 일찍 주어서도 안 되고, 익히지 않은 선식이나 생과일, 생야채를 먹이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 아토피 질환이 있으면 이유식을 6개월쯤부터 시작하도록 하지만, 이것도 정해진 것은 아니다. 소화력이 발달하는 정도에 따라 아이마다 이유식 시기와 음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다.
분유 수유, 잘못된 이유식 등은 체격에 비해 허약하고 각종 알레르기 질환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이유들 중 하나이다. 좋은 것을 많이 먹인다고 자동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아니다. 잘 소화 흡수시킬 수 있도록 몸이 준비가 되어야 한다. 부모의 욕심이 오히려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은 공부도 영양도 마찬가지이다.
윤영주(부산대 한방병원 교수/의사·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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