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5.03 20:37 수정 : 2010.05.03 20:40

서울대 정신종양클리닉 이끄는 함봉진 교수

[건강2.0] 서울대 정신종양클리닉 이끄는 함봉진 교수
유방암 환자 ‘만남’ 프로그램 운영
“암 진단 충격이 불안·우울증으로
떨어진 면역력 되찾고 활력 충전”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죽음과 고통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마음부터 무너진다. 치료 과정에서 받는 신체적 충격은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한다. 그 결과 불면, 불안감, 우울 등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그런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분야가 정신신체의학의 한 갈래인 정신종양학이다. 대학병원 최초로 암센터 안에 정신종양클리닉을 만들어 운영하는 서울대 신경정신과 함봉진 교수는 마음을 다스려 암 치료의 효과를 높여주는 의사다. 함 교수는 지난해 1월부터 유방암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 ‘암을 이겨내기 위한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3시30분 ‘만남’이 이뤄지는 서울 연건동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3층 교육실을 찾았다. 유방암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중인 환자 7명이 장선주(35)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손, 발, 허리, 어깨, 목 등 주요 관절을 푸는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스트레칭이 끝나자 이들은 매트에 누워 호흡과 함께 명상에 들어갔다. 장씨는 “스트레칭과 호흡명상을 통해 참가자들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투병 과정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에는 함 교수도 참여했다. 그는 주 1회 8주 동안 진행되는 ‘만남’에 2차례 참여한다.

“몸이 아프면 마음에도 상응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정신적 충격으로 불안, 우울 등의 증상이 생기고 건강에 대한 집착이 생기지요. 입맛이 없어져 식욕이 줄고, 잠을 못 이루기도 합니다. 그런 증상은 면역력을 떨어뜨립니다. 여기서 배운 프로그램을 꾸준히 하면 그런 증상이 줄고 신체적으로 활력이 생기며 면역력이 높아집니다.”

이어 참가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그동안 자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가족들을 돌봤는데 아픈 뒤 가족들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해 답답하다고 호소했고, 말문만 열면 눈물을 쏟는 한 환자는 남편의 무심함이 서운하다고 했다. 2009년 1월 이 프로그램 1차 때 참여했던 정문숙(57)씨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잠도 잘 자게 됐다”며 자신의 경험을 들어 ‘후배’들을 격려했다. 그는 1차 프로그램을 마친 뒤 아예 이 프로그램의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함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병은 삶을 돌아보게 되는 좋은 계기”라며 △문제가 복잡할수록 쉬운 문제부터 해결할 것 △일상에서 자신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길을 선택할 것 △상대방이 아니라 내가 바뀌어야 마음이 편해지고 종국에 상대방도 바뀐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등을 주문했다.


서울대 의대 정신종양클리닉에서 운영중인 프로그램, ‘암을 이겨내기 위한 만남’ 참가자들이 4월27일 오후 이 학교 가정의학과 3층 교육실에서 장선주 간호사의 안내로 몸풀기 체조를 하고 있다.

암을 이기려면 수술, 항암, 방사선 등 정통적인 치료에다 환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불면, 우울, 불안 등으로 밤잠을 설치고 식욕이 떨어져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가 ‘만남’을 만든 이유다.

“증세가 심한 환자의 경우 간단한 약물치료로 수면은 물론 불안감이나 우울증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의 발전으로 부작용은 거의 없습니다. 밥맛이 좋아지는 항우울제, 살이 빠지는 우울증 약 등 맞춤치료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약물치료와 함께 상담도 효과가 좋다고 했다. 하지만 평생 약물이나 전문가의 도움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증세가 개선되면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환자들도 원했다. 그러나 환자들 주위에는 지나치게 상업적이거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방법들이 떠돌아다녔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명상입니다. 명상은 부작용이 없을 뿐 아니라 그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 걱정이 줄어들고 잠을 잘 자게 됐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다른 병원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2004년 처음 정신종양학이 도입됐을 때 환자는 물론 동료 의사들도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한 달에 그가 보는 외래 환자는 고작 한두 명.

“걱정 때문에 건강에 대한 집착으로 의사를 괴롭히던 환자가 있었습니다. 문제가 없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믿지를 않고 불안해했습니다. 상담을 통해 그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습니다. 담당 의사도 편안해졌지요.”

그 뒤부터 관심을 갖는 이들이 생겨났다. 지금은 그가 일주일에 진료하는 외래 환자만 160명이고, 입원 환자에 대한 회진·상담도 수백건에 이른다. 서울대병원의 지원도 한몫했다. ‘만남’ 프로그램 참가비는 1인당 3만6000원. 수익성을 따진다면 유지가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병원의 지원과 함 교수와 장 간호사의 헌신이 있어서 가능했다.

“암센터가 완공되면 공간을 마련해 프로그램 수를 늘리고 참가 대상자도 유방암에서 다른 종류의 암으로 확대하고 싶습니다.”

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